지난 30년간 동서식품은 네슬레와 함께 커피시장을 독점해왔다. 커피믹스시장은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각각 76%와 22%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철옹성 커피왕국 동서가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남양유업이 출시한 '프렌치카페' 커피믹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윤리경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서에게는 때아닌 내우외환을 맞은 셈이다.



오너 일가 야산 팔아 얼마 챙겼나?

 

지난해 1월 ㈜동서와 계열사인 동서물산은 오너의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다. 물류창고를 만들 목적으로 산 이 땅은 아버지인 김재명 명예회장이 두 아들인 ㈜동서의 김상헌 회장과 동서식품의 김석수 회장에게 증여한 것이다. 문제는 회사 측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해 오너 일가에 차익을 거두게 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동서가 구입한 땅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 190-1과 190-2 일대는 야산이고 인적이 드물어 매매 금액이 높게 책정될 수 없는 땅이다. 하지만 동서 측은 이 땅을 시가보다 적게는 1.7배, 많게는 2.5배 비싸게 샀다. 시세대로라면 11억200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동서는 28억2375만원에 매입했다. 결국 거래가 드문 땅을 회사에 손쉽게 팔고도 2배 이상의 높은 차익을 남긴 셈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말 기업윤리 강령과 실천지침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건전하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위해서다. 오너일가의 이 같은 행위에 기업윤리 강령이 무색하게 됐다. 동서 측은 "토지 감정평가를 받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구입한 땅"이라며 "도로와 10분 거리여서 가격이 생각보다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높은 배당금, 배불리는 건 누구?

 

주식투자자들이 ㈜동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배당금 때문이다. 동서는 10년간 배당금을 한번도 내리지 않았고 매년 150~200원가량씩 꾸준히 배당금액을 올리고 있다. 2010년 결산에서도 당기순이익의 30% 정도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주당 배당금은 1200원으로 시가배당률이 3.13%에 달한다.


동서가 이렇게 높은 배당률을 책정할 수 있는 것은 자회사인 동서식품에서 유입된 배당금 덕분이다. 동서는 커피 포장재 납품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서식품의 홀딩스기업이다.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갖고 있어 동서식품이 내는 수익의 절반은 동서의 몫이 된다. 이 때문에 매년 1분기 실적이 가장 좋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리서치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1999~2009년 누적순이익(1조946억원)의 80%를 배당금(8726억원)으로 지급했다.

 

동서의 높은 배당성향으로 투자자들도 추가이익을 얻지만,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사람은 김상헌 ㈜동서 회장이다. 김상헌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동서의 지분은 68.3%. 이중 36.53%의 지분을 갖고 있는 김 회장은 배당금으로만 130억6000여만원을 챙겼다. 최근 재벌닷컴이 발표한 올해 배당금 순위에서도 8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배당금을 받은 것. 이 배당금 리스트에서 재계순위 50위권 밖인 인물은 김 회장밖에 없다.


동서식품의 높은 배당성향은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서식품의 나머지 지분 50%는 미국계 식품회사인 크래프트푸드사가 소유하고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커피로 벌어들인 수익 중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배당금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 외에 로열티로 지급되는 금액도 상당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동서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동서의 한 관계자는 "이익이 생기면 내부 결정에 따라 배당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크래프트사에 대한 지급도 다른 글로벌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쟁 없던 시장에 맞수 출현

 

30년간 경쟁사 없이 커피왕국으로 군림한 동서식품. 하지만 동서식품이 쌓아온 견고한 커피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남양유업이 커피믹스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커피믹스 '프렌치카페'는 출시 3개월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며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각오는 남다르다. 커피믹스를 제2의 성장동력으로 확대해 오는 2014년까지 커피믹스로만 1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현재 동서식품의 매출과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소비자와 시장의 분위기도 남양유업의 시장 진출에 호의적인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커피믹스시장을 주요 독과점구조 고착산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시장을 선점, 기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 신규기업의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동서식품 측이 나서서 커피믹스시장을 고착화 했다고 주장한다. 대상, 롯데칠성 등 대기업들이 문을 두드렸다가 줄줄이 나가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동서식품이 타사의 마트 입점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커피믹스는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판매루트인데, 커피시장에서 만큼은 마트 측보다 동서식품이 '갑'인 탓이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에 대한 공략도 대비한 모양새다. 이미 4대 마트 입점에 성공했고 소비자의 좋은 반응도 이끌어 내고 있다. 최재호 남양유업 팀장은 "동서는 커피원두가격 상승을 구실로 값을 계속 올려왔다"며 "앞으로 우리(남양유업)와 경쟁구도가 본격화되면 독단적으로 커피가격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표면적으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올해 매출도 남양유업의 시장진출과 상관없이 예년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