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지난3월7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을 차기 외환은행장 자격으로 하나금융 신규 등기임원으로 추천했다. 정식 선임은 아니지만 사실상 확정 인사다.
그러나 은행가에 돌아온 윤용로 행장 내정자를 맞는 것은 따뜻한 환영의 박수가 아닌 미묘한 기류다.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우선 하나금융의 인수합병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최대 과제를 안고 있다. '은행권 빅4'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하나은행과의 한 지붕 아래 동거와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지난해 12월 박수치며 윤 전 행장을 떠나보낸 기업은행과 라이벌로 만나게 된 당혹감도 풀어내야 한다.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진 윤용로 행장 내정자가 과연 금융권 빅뱅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실력과 덕(德)을 갖춘 윤용로 내정자
이번 외환은행장 내정은 당초 금융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하나금융이나 김승유 회장과 뚜렷한 공통분모(학연, 지연 등)가 없었다. 다만 기업은행장 시절, '빅4' 경쟁을 벌이면서 하나은행을 추월하는 저력을 보여줘 김승유 회장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내정자는 기업은행을 이끌 당시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 성장을 도모했다. 그간 기업금융에 치중했던 기업은행의 개인금융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며 연간 '순이익 1조원 클럽' 구조를 다져 호평 받았다.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 '룰 메이커'형 CEO"라는 평가다.
이번에 하나금융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윤 내정자 선임 배경은 '외환은행장 자질론'에 바탕을 둔다. 실제 김승유 회장이 외환은행장 자질로 내세운 ▲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글로벌 감각 ▲ 금융 산업에 대한 식견 ▲ 나이(60세 미만)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겸비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면에는 윤 행장 내정자가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관료출신을 내세워 외환은행 인수절차를 매끄럽게 마무리하겠다는 하나금융의 속뜻이 담겨있다는 풀이다. 다소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기대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 외환노조 설득 최대 과제 풀어야
"새 행장(내정자)은 외환은행 본점에서 근무할 수 없을 것이다."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는 현재 강경한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3월7일 윤 행장 내정 직후 성명서를 통해 즉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장 선임) 자격도 권한도 없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장 인선작업이 재경부 관료 출신들의 잔치판이 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도 안 된 상태에서 행장 선임은 '순서가 뒤바뀐 절차'라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장 선임은) 하나금융의 일방적인 통합추진과 외환은행 건전성 악화, 직원 구조조정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현안에서 금융당국을 무마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사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외환은행 직원을 설득하는 것이 윤 행장 내정자가 넘어야 할 최대 고비다. 매각 과정에서 사기가 저하된 외환은행 직원들을 독려하고 외환은행만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기업은행 노조도 윤용로 전 행장의 외환은행行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전 행장의 외환은행行에 대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을 떠난 지 3개월도 안 돼, 기업은행의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은행의 CEO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도의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만일 KT사장이 물러난 지 3개월도 안 돼 SKT사장으로 간다고 가정한다면 KT직원들은 얼마나 난감하겠냐"며 "외환은행장 제의가 있더라도 이를 고사해 기업은행 직원의 기(氣)를 살려줄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며 거취를 재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윤 행장 내정자는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뒤 외부와 접촉을 피한 채 취임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하나금융이 무리 없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하고, 3월29일께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정식 행장에 오르게 된다.
윤 행장이 외환은행으로 가는 길에 산재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빅4'로 키워냈던 뛰어난 수완을 다시 한번 민간은행인 외환은행에서 발휘해낼 수 있을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윤용로(尹庸老) 외환은행 행장 내정자는
1955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서울 중앙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했으며, 87년 美미네소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원과 금감위를 거쳐, 금융과 경제정책 전반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로 평가된다.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국세심판소와 국고국, 이재국, 국제금융국, 금융정책국에서 일했으며, 2002년 금감위로 자리를 옮겨 공보관과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금감위 부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2007년 12월 제22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해 2010년 12월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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