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땅끝을 아는 이 드물었으나 이젠 한해에 무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땅끝을 찾는다. 2006년 한 조사에선 우리나라에서 가보고 싶은 곳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땅끝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사람들이 땅끝에서 찾는 건 뭘까. 그건 희망이 아닐까. 실연했든, 실직했든, 아니면 겨우내 봄을 그리워했든 이곳을 찾은 이들은 누구라도 먼 바다를 보며 희망을 꿈꾸며 마음을 다잡는다.
갈두산(156m) 정상에 서있는 39.5m 높이의 땅끝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섬들이 두눈에 가득 들어온다. 겨울 해풍 한가닥에서 봄내음이 묻어있는 땅끝. 백두산의 맑은 정기가 백두대간을 거쳐 호남정맥을 지나 땅끝기맥으로 뻗어내려 길게 이어오다 바다로 잦아드는 극적인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곳. 산줄기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그곳에서 눈을 들어 수평선을 바라본다. 흑일도 백일도 어룡도 장구도 노화도 소안도, 그리고 고산 윤선도의 숨결이 느껴지는 보길도….
절대로, 땅끝전망대에서 이 광경만 감상하고 훌쩍 떠날 일이 아니다. 작정하고 먼 길 나선 땅끝 여행에서 전망대만 훌쩍 다녀온다는 건 실례다. 해안길을 찬찬히 산책하며 주변 풍광도 즐겨야 땅끝의 의미를 가슴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땅끝마을은 갈두산과 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산책길이 나 있다.
땅끝전망대가 있는 갈두산 정상 가까이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땅끝마을에 주차를 하고 땅끝전망대와 땅끝탑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다. 산길로 이어지는 땅끝전망대를 먼저 들르든, 해안길을 걸어 땅끝탑을 먼저 들르든 전체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로 큰 차이는 없다.
땅끝마을에서 땅끝탑까지 이어진 땅끝 해안 산책로는 제법 운치 있는 길이다. 예전에 해안 경비병들이 순찰 다니면서 생긴 오솔길을 넓혔는데, 경사가 거의 없는 편이라 노인은 물론 아이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땅끝마을에서 하룻밤 묵었을 경우 아침에 산책 삼아 땅끝탑까지 다녀오면 참 좋다.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최고다. 땅끝마을서 땅끝탑까지는 15~20분쯤 걸린다.
땅끝전망대를 먼저 가려면 모노레일사무소에서 오른쪽 산길로 오르면 된다. 땅끝을 찾은 시인들의 노래가 새겨진 시비를 살피며 오르다 보면 땅끝전망대에 다다른다. 산길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20~30분 정도면 어린이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즐긴 다음, 땅끝탑을 들렀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땅끝마을로 돌아가면 된다. 만약 일행 중에 노약자가 있다면 모노레일(왕복 4000원, 편도 3000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쌍의 매미를 닮았다는 맴섬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땅끝마을 선착장 앞바다에 떠있는 맴섬은 유명한 일출 명소. 폭 5m 남짓한 두개의 갯바위 사이로 해가 뜨는 광경은 1년에 딱 두번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장면이다. 2월(13~18일)과 10월(23~28일)에 각각 5~6일씩 정도만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제철이 아니다.
땅끝마을 서쪽의 송호해수욕장에서 갈산~땅끝탑~땅끝마을로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얼마 전 완전히 연결됐다. 해안 길을 따라 당제를 지내는 갈산당, 아름드리 후박나무와 동백이 자라는 남대림, 미황사 창건설화가 전해지는 사자포구 등의 볼거리가 있어 도보 마니아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이 길을 따로 '땅끝 꿈길'이라 부른다. 총 3.5km로 왕복 2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달마산 바위병풍에 안긴 천년고찰
땅끝마을에서 승용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미황사(美黃寺)는 땅끝마을 오가는 길에 반드시 들르게 되는 우리나라 최남단 절집이다. 불쑥불쑥 솟은 달마산의 바위병풍과 대웅보전(보물 제947호) 용마루의 부드러운 곡선이 이뤄낸,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는 제법 아름답다.
돌로 만든 배를 타고 온 검은 소가 점지했다는 미황사는 한때 도솔암, 문수암 등 열두 암자를 거느렸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대웅보전 기둥을 받치는 연꽃모양의 주춧돌엔 게 거북이 물고기 같은 바다생물이 새겨져있는데, 바닷길을 통해 달마산에 불법이 도착했다는 창건설화의 암시로 풀이된다.
미황사는 부도밭 가는 동백 오솔길도 좋다. 동백 꽃내음에 파묻혀 산새 지저귀는 소리에 호흡 맞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비와 바람에 마모되어 옛 향기 그윽한 부도들은 미황사의 위상을 짚어볼 수 있는 증거다. 이곳 부도 기단 하부에도 용 학 연꽃 등과 더불어 역시 거북이 물고기 게 같은 바다생물이 새겨져 있다.
달마산 남쪽에 위치한 도솔암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송지면 마봉리 마련마을을 지나 통신탑 아래 차를 세워두고 숲길로 20~30분 걸어가면 도솔천이 열리듯 문득 도솔암이 바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암자는 암봉 사이에 돌을 차곡차곡 쌓아 평평하게 만든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아슬아슬한 벼랑에 세운 암자라 마당은 손바닥만 하지만 조망은 더 없이 좋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바다 경관이 연이어 펼쳐진다. 몇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추노>를 여기서 촬영하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에 추노꾼 대길(장혁) 일행이 암자로 송태하(오지호)를 추격해가는 장면이다.
여행수첩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목포 나들목→2번 국도(영암·해남·진도 방면)→영산호하굿둑→성전→13번 국도(해남 방면)→해남(완도 방면)→13번 국도→초호 삼거리(우회전)→806번 지방도(송호해수욕장 방면)→77번 국도(땅끝해안로)→땅끝마을 <수도권 기준 6시간 소요>
●숙식 땅끝마을에 갯마을민박(061-533-9153), 솔밭민박(061-535-4937), 땅끝민박(061-533-6389), 하얀집모텔(061-534-3223), 땅끝푸른모텔(061-534-6677), 전망대민박(061-534-0049), 비치모텔(061-534-1002) 등 숙박업소가 많다. 숙박비는 2인1실 기준 3만원 내외. 땅끝마을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송호해수욕장에도 땅끝관광호텔(061-535-1000) 등 숙박업소가 있다.
땅끝동산회관(061-532-3004), 갈매기둥지(061-534-9192), 땅끝바다횟집(061-534-6422) 등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을 비롯해 일반 가정식 백반을 차리는 식당들도 많다.
●참조 땅끝관광안내소 061-530-5544, 땅끝마을 홈페이지 www.openla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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