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 소동으로 한차례 염가 제품의 바람이 대형마트를 통해 불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존 체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좋은 소식처럼 여겨졌다. 거기에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최근에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최저가 바람을 대단하게 포장하며 선전해 댄다.

하지만 표면상으로만 그렇다.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값을 크게 내렸다는 품목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7만여개의 상품 중 겨우 1~20개 정도다. 극히 일부 품목만 인하하는 생색내기인데 소비자에게는 전체적으로 저렴해진 것처럼 비춰진다. 품목은 필수품이 아니라 평소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에 한정된다. 생필품은 여전히 비싸다. 결국 낚시질 당한 것이다. 이런 눈속임 덕분에 매출이 상당수준 증가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편리한 것은 몰라도 값이 싸다는 것은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보다 싸지 않다는 것은 소비자단체나 미디어 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량을 속이거나 평소 잘 찾지 않는 대용량에 한해서만 할인을 해준다. 물론 광고지에는 전체가 할인되는 것처럼 속인다. 때로는 기획알림에 표시되어 있는 가격과 영수증에 찍힌 가격이 차이가 나는 등의 사기에 가까운 속임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잠시만 분노할 뿐 금새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주말이면 어김없이 대형마트를 찾는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이래서는 굳이 비싼 휘발유 값을 들여가면서 멀리까지 갈 수고가 전혀 없다.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는 매장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한다. 무거운 장바구니가 아닌 아이들이 타고 즐기는 카트를 밀면서 대량소비를 한다. 대형마트는 이름 그대로 뭐든 대형일 때만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나름 절약한다는 생각에 묶음 제품들을 커다란 카트에 담는 것이다. 계산대 앞에서도 마케팅 전문가들은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다. 기다리는 사이 묶음 단위의 껌과 건전지 앞에서 구매욕과 싸우도록 만든다.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많은 소비자들의 부엌에는 이제 추가 증정이 탐나 사다 놓은 주방세제가 가득 차고 냉장고 문을 열면 두개를 한개 가격으로 구입한 두부와 고추장, 만두 등이 한가득이다. 욕실 선반에는 1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의 치약과 칫솔이 쌓여 있다. 라면을 덤으로 주는 상품을 사는데도 라면을 살 때는 꼭 묶음으로만 산다. 그래야만 하나를 더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잘 안 씹던 껌도 차만 타면 씹게 된다. 서랍 안에서는 여분의 건전지가 굴러다닌다. 이정도면 전쟁이 나도 굳이 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에서 발표한 <소통의 내비게이션, 뉴로 마케팅> 보고서에는 뇌과학을 이용해서 소비자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뉴로 마케팅’이 소개되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무의식에 대고 소비를 호소하고 있다. 바꿔 말해 대형마트에서 만나는 지름신은 무의식에서 오는 것이므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용하지만 사실 마트의 편리성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을 조종하기 위한 것이다.
 
필요 이상의 소비가 넘쳐나는 사이 쓰레기가 넘쳐나고 지구의 환경은 더 많은 전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일본의 지진 쓰나미 사태로 인해 원전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전 지구가 확인하고 있다. 천재지변 앞에서 인간의 대단한 발명품은 이제 킬 수는 있으나 끌 수는 없는 무서운 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원전 증설 계획이 계속 만들어져 왔다. 그 만큼 기업들의 무의식 조종으로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전기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길은 파괴를 줄이는 것,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필요이상의 소비를 자제하는 것으로 수요를 적정수준으로 낮춰 그에 따른 적정 생산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친환경 실천이 어렵지 않을 듯 하다. 대형마트만 끊어도 상당부분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