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4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딱 1년을 맞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1등 기업’ 삼성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었고 임직원들의 시선을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등의 신사업으로 몰며 '달라진 삼성'을 이끌었다.
재계 9위 금호아시아나그룹에도 이 회장처럼 ‘돌아온 회장’이 있다. ‘형제의 난’과 관련해 재계를 떠났다가 15개월만에 그룹 사령탑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 역시 경영복귀 후 5개월 동안 이건희 회장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복귀 직후만 해도 여론을 살피면서 ‘조용한 행보’를 하는가 싶더니 올 들어선 대한통운 매각, 아시아나 항공기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구조조정 중인 핵심 계열사들을 흑자로 돌아서게 하는 등 그룹의 경영정상화에도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퇴진압박 움직임도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 박 회장이 노조와의 갈등 문제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후문까지 나돌 정도다.
◆퇴진압박, 노조파업…‘위기’의 징후들
박 회장에 대한 퇴진요구는 지난 2월11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극에 달했다. '워크아웃의 주범인 채권단과 박 회장을 몰아내고 도급화 저지와 600명 정규직 채용 쟁취, 해외투자 중단과 국내공장 증설, 최저임금 개선 등을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하겠다'는 게 그들의 주장.
같은달 23일 노조원들은 ‘임금 반납’을 둘러싸고 박 회장과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광주지검에 고소까지 하며 박 회장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월25일에는 교섭촉구를 위한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양측의 대립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지난해 4월 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 10% 삭감, 워크아웃 기간 임금 5%와 상여금 200% 반납 등에 합의했지만 노-노 갈등 끝에 새로 출범한 노조가 이를 번복하면서 야기됐다.
노조측은 “임금 반납은 삭감과 달리 단체협상이 아닌 개별 동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사측이 이를 어겼다”는 입장. 반면 사측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충분히 합의된 상황인데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협상의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원들의 단체행동이 본격화되고 사측도 직장폐쇄로 ‘맞불’을 놓는 등 노사 간 첨예한 갈등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박 회장으로서는 향후 금호타이어 노조원들과의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한층 중요해졌다.
◆회복하는 금호, ‘박삼구 효과’?
박 회장이 노조로부터 강한 퇴진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가 진두지휘한 5개월 동안 그룹 사정은많이 호전됐다.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구조조정 중인 주요 계열사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거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기업개선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 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5조726억원, 영업이익 6357억원으로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09년 대비 매출이 30.5%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선 것.
2009년 국내 상장기업 중 가장 큰 순손실(2조3400억원)을 기록했던 금호산업은 지난해 2조2038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순이익 105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한때 7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떠안았던 금호타이어 역시 지난해 2조7019억원의 매출로 전년(1조8946억원) 대비 42.6%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49억원, 42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박삼구 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곧 그룹의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전포인트는…대한통운 ‘팔고’ 대주주 ‘회복’?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011년. 그렇기에 재계에서는 박 회장을 주시한다.
우선 대한통운 매각 작업이 중요하다.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만 2조원이 넘는데다 2008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비싼 값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약속한 풋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한 만큼 박 회장으로선 대한통운 매각작업을 지체할 수 없다.
현재 대한통운 지분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18.98%와 18.62% 등 총 37.6%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포스코, CJ, 롯데 등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2조원대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과연 박 회장이 대주주 자격까지 회복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현재로선 노조측이 계속해서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채권단 역시 금호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고 있는 만큼, 그의 주식을 쉽게 돌려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업의 역사에는 희비와 부침이 있기 마련입니다. 65년의 전통과 저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금호아시아나의 역사를 함께 열어갑시다!”
올 초 시무식에서 경영정상화의 목표를 되새기며 힘껏 목청을 높였던 박삼구 회장. 그에게 2011년의 마지막은 어떤 결과로 장식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