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에 어떤 나라의 왕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그때 어떤 신하가 천리마를 구해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구해온 것은 그런데 명마가 아니라 죽은 천리마였다.

화가 난 왕에게 그는 말했다. "천리마는 귀한 말이라 모두들 집에 숨겨 놓고 결코 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죽은 천리마를 오백 금에 샀다면 사람들이 앞다투어 천리마를 갖고 올 것입니다." 과연 이 소문이 전해지자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났고, 왕은 천리마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귀중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지대한 공을 들인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에 대한 고사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리츠화재의 최근 행보가 이러한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보험, 증권, 종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향해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갔다. 
 

지주사로의 전환은 지난 2007년 5월 원명수 메리츠화재 부회장(당시 사장)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그해 컨설팅을 시작으로 3년여간 사전준비를 한 끝에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설립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승인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28일 국내 보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국내 최초로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로 새롭게 거듭난 것. 이날 메리츠금융그룹은 서울 강남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출범식을 열고, 금융지주사 설립 축하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메리츠금융그룹의 대도약을 다짐했다.
 
원명수 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사회에 이바지하자"며 "최초의 보험사와 최초의 보험지주에 그치지 말고, 대한민국 금융의 새 지평을 여는 성공 스토리를 이어나갈 것"을 당부했다.
 
◆보험·증권·자산운용 등 시너지 기대
 
메리츠금융지주는 그룹의 모회사였던 메리츠화재가 자기 주식, 자회사 주식, 현금성 자산 일부를 분할하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회사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 리츠파트너스, 메리츠비즈니스서비스 등의 자회사로 구성돼있다. 메리츠화재는 차후 승인절차를 거쳐 6월께 자회사로 편입된다.
 
메리츠금융지주사의 대표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인 최희문 사장이 겸직하게 되며, 6월말 정기주주총회를 통하여 메리츠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조정호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이와 같은 지주사체제로 전환에 따라 기존 160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의 출자여력이 약 35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그룹 내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금융회사의 설립 또는 신수종 사업을 위한 비금융 사업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사업 확장에도 유리해진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그룹의 규모 확대와 계열사간 수익기반 확보를 위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고객중심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메리츠금융지주의 탄생에 대해 축하와 관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보험지주의 첫 걸음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며 "경쟁력을 키우고 보험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격려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국내 첫 보험지주 출범에 따른 업계의 영향에 대해선 아직 실감이 어렵다는 분위기. 보험지주 전환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지 내심 기대 반 우려 반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내실이 중요하지 회사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었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험중심 지주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라고 말했다.
 
◆'M&A 핵 될까' 향후 행보 관심
 
지주사들이 신규 자회사 설립과 M&A 등을 병행하며 성장기를 거치듯 메리츠금융지주가 M&A의 핵으로 떠오를 것인 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M&A 등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으나 지주사 출범 후 2~3년간은 지주회사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같은 높은 업계의 관심 속에 메리츠금융지주가 내건 캠페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금융은 돈이 아니라 행복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출범 당일부터 사회 공헌을 통한 고객 사랑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그룹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헌혈 캠페인을 한달간 시행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헌혈증은 1장당 1만원씩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적립되며, 후원금과 함께 백혈병 어린이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제 막 출항한 메리츠금융지주가 '성장과 사회공헌의 실천'이라는 이상적인 성장모델을 제시하며 향후 보험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애널리스트들이 보는 메리츠화재
 
지주회사 전환으로 메리츠화재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화재에 대해 지주회사 전환은 호재"라며 "출자여력이 2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적정주가는 1만4000원을 제시했다.
 

보험지주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일반 보험회사는 보험업법상 허용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금융 자회사를 가질 수 없지만 보험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 25조의 특칙으로 비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다변화로 향후 좋은 성장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졌다"며 "메리츠화재는 그동안 보장성 보험 부문 강화 등 전략적 차별화가 결과로 연결됐고, 배당도 높은 수준이라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회사"라고 말했다. 
 
단,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상승세를 유지해온 메리츠화재는 인적분할을 위해 지난 3월23일부터 4월8일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