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는 평가가 있는가하면 전셋값을 강제로 통제하면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충분한 검토 없이 ‘표다지기용’ 전략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주장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는 무엇이고, 여·야의 입장 차이는 뭘까.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전셋값이 잡힐까.
 
◆전월세 상한제, 무엇인가

지금은 임대차 계약 기간에 주변 전셋값 급등 등 사정이 생길 때 집주인이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5% 이내에서 올릴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 재계약 또는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인상폭에 제한이 없다.
 
전월세 상한제는 주택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는 것이다. 1∼2년새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전셋값이 올라 살던 집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민주당이 먼저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전·월세 계약 갱신 때 가격 상승폭이 연간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임차인이 위반금액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임대기간을 4년간(최초계약 2년+갱신 2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임차인에게 연체 등 문제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전월세 가격이 급격히 오른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상한가 이상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상한제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전월세 가격이 올랐지만 관리지역보다 상승폭이 낮은 지역은 ‘신고지역’으로 지정된다. 신고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권장가격을 지정할 수 있고 임대인이 권장가격을 초과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차인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상한제 도입 가능할까…전셋값 오름세 멈출까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의 가세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야가 내놓은 정책 내용이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도입 취지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 가격 급등이 수도권, 대도시 등 일부지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와 한나라당의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는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추진 방침에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4월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같은 제도를 놓고 며칠새 의견이 뒤바뀌는가하면 지난 6일에는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가 몇시간 뒤에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당론은 아니다”라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제도 시행에 앞서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월세 상한제 시행시기가 임박하면 임대료가 단기 급등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시장에 몰고올 파장이 큰 제도인 만큼 충분히 분석해 부작용을 해소할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득보다 실 많다” vs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력 투입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매년 지역별로 전월세 보증금 변동 가격을 고시하고 차등 관리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 급등이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과 지방 대도시까지 번진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을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잘못된 전제로 추진되는 나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들의 탐욕 때문에 전세금이 오른다는 암묵적인 전제로 만들어진 정책”이라며 “현재의 전세난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서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 나타나는 현상 인만큼 수급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도 “전세시장을 잡으려면 다양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 상한제 등 각종 인위적인 대책을 도입해봤자 수요변화에 맞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의 소유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통해 얻는 이익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주택 생산품의 가격을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전월세 인상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생활필수품에 대한 통제수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세시장은 총가구의 30%가 살고 있고 엄청난 돈이 오가는데도 국가가 세금도 매기지 않는 관리의 사각지대”라며 “외국처럼 등록제나 허가제를 실시해 제도의 틀 안에 넣어 주거안정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단기적 부작용이 있더라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