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중대형 아파트 분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움직임은 주로 소형 아파트보다 조금 넓은 100㎡대에서 감지된다.
 
전용 104~121㎡의 중대형으로만 구성된 부산 사하구 다대 푸르지오 2차는 370가구 모집에 7199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경쟁률 19.46대 1이다. 분양면적의 막내격인 105㎡의 3순위 55가구에 6289명이 몰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3월 분양한 부산의 정관신도시 정관 롯데캐슬 2차 역시 911가구 모두 중대형으로 구성됐지만 9704명이나 몰렸다. 전용 101~149㎡로 구성된 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10.65대 1이었다. 역시 분양물량 중 작은 크기인 101㎡ C타입 401가구 모집에 7498명이 몰렸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 2차도 중대형의 위력을 실감케 한 단지다. 1397가구 모집에 1만5891명(평균 경쟁률 11.38대 1)이 몰려 전 평형 순위 내 마감됐다. 84~171㎡로 평형은 다양하지만 전체 가구 중 1328가구가 116㎡ 이상이다. 사실상 중대형 단지라고 해도 무방한 셈이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선호는 최근 부동산 훈풍이 불고 있는 부산에 국한된 얘기다.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중대형=분양실패'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중대형 분양 기피현상이 뚜렷한데다 분양을 한다 하더라도 분양가를 낮춰 명맥을 유지할 따름이다.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 기피현상은 기존 주택거래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007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연도별 전용 85㎡를 초과하는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007년이 1684만원, 2008년 1665만원, 2009년 1523만원, 2010년 1560만원, 올해는 1517만원이다. 수도권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대형 공급 줄었지만 미분양 여전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 기피현상은 주택건설업계의 공급 감소라는 당연한 결과를 낳았다. 1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규모별 아파트 입주 물량을 조사한 결과 132㎡ 이상 대형아파트는 2010년 5만9065가구에서 올해 1만9344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에는 더 줄어 1만7816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비중이 커진 것은 소형아파트다. 국민주택 규모(전용 85㎡) 이하의 아파트가 2009년에는 전체물량의 49.8%이었지만 1년 뒤인 2010년에는 68.3%로 나타났다.


중대형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은 아직 상당수 시장에 남아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는 8만500가구다. 줄어드는 추세라 해도 공급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담스런 수치다. 이들 중 60% 이상이 중대형 아파트다. 여전히 중대형 아파트가 주택건설업계의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셈이다.
 
◆5~10년 뒤엔 중대형 수요 늘 듯
 
하지만 중대형을 기피한 채 소형 위주의 공급이 계속된다면 향후 5~10년 뒤에는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센서스 결과로 본 주택시장의 구조와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 증가를 전망했다. 근거는 가까운 일본의 주택시장에서 찾았다. 우리와 인구밀도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2003년 기준 1인당 주거면적이 36㎡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 22.8㎡에 그치고 있다. 현재 소형 위주의 공급이 나중에 중대형 공급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40~50대 인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이 세대는 자녀들이 커가고 소득도 늘면서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왕성하다. 통계청 추계인구에 따르면 전국의 40~50대 인구는 2016년에 1635만명으로 피크를 이룰 전망이다. 수도권의 경우 882만명을 기록하는 2022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40~50대 인구 정점보다는 6년 정도 늦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지방에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살아난 뒤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흔히 대한민국에서 늘릴 수는 있어도 줄이지 못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동차와 집이다. 편하고 좋은 것을 누리다 보면 과거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리기 싫은 까닭이다. 주변 시선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주택은 '넓혀 가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로 확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잠재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격 격차 줄어, 갈아타기 용이

한편 소형 아파트 선호 바람과 대형 아파트 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형과 대형의 가격 간극이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 2월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 전용 85㎡ 이하 아파트와 초과 아파트의 3.3㎡당 매매가 차이는 2006년 575만원에서 2007년 528만원, 2008년 426만원, 2009년 389만원, 2010년 370만원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전세시장에서는 면적 차이가 있더라도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매매가격이 단위 가격(평당가)별 차이가 줄어든 것에 비해 전세가격은 면적이 넓더라도 크게 비싸지 않다는 이야기다.

고양 식사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50㎡ 차이가 나는 매물의 가격 차는 불과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용인 성복지구 일부 매물의 가격은 1000만~2000만원 정도 더 주면 15㎡를 넓혀갈 수 있다.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형에서 중대형 갈아타기가 용이해졌다는 의미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사이클상 2~3년 뒤에는 중대형 공급과잉이 서서히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비수기에 가격·입지경쟁력을 갖춘 중대형에 대해 선별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분양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을 앞두고 있는 수도권 중대형아파트 물량은 많지 않다. 분양해봐야 팔리지 않는 중대형 기피현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분양에 나선 중대형 위주의 수도권 분양물량을 살펴봤다.

김포시 한강신도시 AC-12블록 한라건설 = 한라건설은 김포 한강신도시 AC-12블록에 한라비발디를 분양한다. 공급면적 130~155㎡에 857가구로 구성된 단지다. 신도시 내에서도 한강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조망권이 우수하다.

수원시 권선동 현대산업개발 = 현대산업개발은 수원아이파크시티 3차를 8월경 분양할 예정이다. 1077가구 공급 예정이며 공급면적은 80~151㎡다. 앞서 분양한 1차 1336가구와 2차 2024가구와 함께 대단지가 형성된다.

서울 성동구 금호19구역 삼성물산 = 삼성물산이 금호19구역에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해 6월경 공급 예정인 래미안2차 하이리버는 1057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다. 일반분양되는 물량은 33가구에 불과하지만 150㎡의 대형평형이다. 특히 10층 이상 가구도 일반분양물량에 포함되어 있어 한강 조망권도 기대할 수 있다.

인천 청라지구 M1블록 반도건설 = 반도건설은 청라지구 M1블록에 주상복합아파트 1028가구를 6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공급면적은 126~149㎡다. 인근에 자동차전용도로가 2014년 8월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