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의 화왕산(火王山 757m)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낙동강 유역의 널따란 평야를 발아래 두르고 있는 까닭에 위세가 매우 당당해 창녕의 진산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명산이다. 게다가 봄이면 진달래꽃, 가을에는 억새꽃이 장관이라 이때가 되면 화왕산 일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인들이 몰려든다.
올해에는 4월 넷째 주말 무렵 만개 예정
화왕산성은 분화구를 닮은 정상 둘레를 따라 쌓여 있는데, 산성 안은 온통 억새 군락지다. 진달래 군락지는 산성 길 주변과 산성 바깥의 급한 산비탈이다. 화왕산에서 진달래꽃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은 정상 동쪽 능선. 진달래꽃밭 사이로 이어진 산성 길의 곡선은 걷는 맛과 보는 맛 모두 좋다. 정상 남쪽의 서문 일대 풍광도 괜찮다. 불에 그슬린 듯 거무튀튀한 암벽, 울긋불긋 피어난 진달래꽃, 겨우내 퇴색한 누런 억새의 어울림은 봄날의 감흥을 한껏 북돋워 준다. 또 동문 너머 허준 세트장 주변의 진달래 군락지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장의 초가와 그 맞은 편 산비탈의 진달래는 조선시대의 봄 풍경처럼 정겹다.
화왕산성 진달래꽃은 보통 4월15일 무렵에 활짝 핀다. 그렇지만 올해는 겨울 강추위와 봄철 꽃샘추위 탓에 만개 시기가 예년에 비해 1주일가량 늦어졌다. 현지 관리사무소 측에선 큰 변수가 없는 한, 4월 넷째 주말인 23일 무렵에 진달래꽃이 가장 보기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왕산성은 성을 처음 쌓은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한다. 예로부터 낙동강 중류에 넓게 펼쳐진 곡창지대의 중심지요 서부 경남의 교통 군사 요충지였던 창녕을 지키는 데 이 산성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유재란 때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내성을 쌓고 왜군의 진출을 막기도 하였다. 그 후에도 한두차례 수리가 되어 지금까지 비교적 잘 보존돼 온 편이다. 산성의 둘레는 2600m, 면적은 22만6790㎡에 이른다.
화왕산성 남쪽 중간에 돌출해 있는 배바위는 거대한 바윗덩이, 즉 천지개벽 때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바위다. 꼭대기에 움푹 팬 웅덩이가 두개 있고, 웅덩이 중간에 뱃줄을 묶었던 자리인 듯 갈고리 모양의 돌출부가 있다. 배바위의 갈라진 틈으로 한바퀴 돌면서 기원하면 아들을 얻는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몇년 전 겨울 억새축제 중 산불이 번졌을 때 이곳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산성 안에 농가와 다랑논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랑논 흔적이 남은 아래쪽으로는 삼지(三池)라는 작은 연못이 보이는데, 창녕 조씨의 시조인 조계룡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설화가 얽혀 있다. <창녕군지>에는 '창녕 조씨 보첩에 신라 한림학사 이광옥의 딸 예향이 배가 부어오르는 괴질에 걸려 이곳 화왕산 용담(龍潭)에서 목욕을 하다가 용자(龍子)와 사귀게 되어 생남하였는데, 그 아이 겨드랑이 밑에 조(曺) 자가 있었으므로 성을 조, 이름을 계룡이라 했다고 전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용담이 바로 이 삼지이고, 삼지 위쪽에는 '창녕 조씨 득성지지(昌寧 曺氏 得姓之地)'라 쓰인 비석이 세워져 있다.
흔히 화왕산 정상의 널따란 평원은 화산 폭발 후 분화구가 메워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지질학자들은 화왕산 정상 평원은 장년기나 노년기 산지에서 간혹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즉 화왕산은 화산암이 아니라 화강암 지대라는 것이다.
어느 코스로 오르든 산성 일주는 필수
화왕산 등산로는 정상 화왕산성의 진달래 군락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여러코스가 있다. 그중 자하골 코스, 전망대 코스, 도성암 코스, 장군바위 코스, 옥천매표소~임도 코스, 관룡산 용선대 코스 이렇게 여섯코스가 대표적이다. 어느 코스로 오르든지 화왕산성 일주는 빼먹지 않아야 한다.
화왕산성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코스는 자하골 코스다. 매표소를 지나 넓은 산길을 5분쯤 오르면 길이 좁아지다가 계곡 중간에서 두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이 도성암 코스, 오른쪽이 화왕산장을 지나는 자하골 코스다.
오른쪽 길을 따르면 곧 벤치와 철봉 평행봉 등의 운동시설이 갖춰진 솔밭이 나타난다. 이어 화왕산장을 지나 약 100m 지점에 다다르면 안내 팻말이 선 갈림길이다. 역시 오른쪽이 자하골 코스다. 길은 낙엽송림 사이로 10분쯤 이어지다가 이윽고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커다란 바윗덩이 사이로 돌계단이 놓여 있는데, 얼마나 힘들고 가파른지 '환장고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길을 30분쯤 걸어 서문을 지나면 문득 분화구를 닮은 광활한 분지가 펼쳐진다. 자하골 매표소에서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히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자하골 코스는 빠르긴 하지만 조금 심심한 편이다. 이때는 전망대 코스를 권한다. 자하골매표소~화왕산장~전망대~화왕산성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바위와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길이라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다. 당연히 조망도 좋아 근육질 바위가 울퉁불퉁 솟은 화왕산 전경뿐만 아니라 산 아래쪽의 창녕읍과 우포늪 일원의 널따란 들판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상까지 올라서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노약자는 피하는 게 좋다.
만약 앞에 소개한 두코스를 모두 섭렵한 건각이라면 관룡산~화왕산 종주 코스를 권한다. 옥천리 매표소를 들머리로 관룡사~용선대~관룡산~청간재~임도~화왕산성 동문~남문~배바위~서문~화왕산 정상~서문~삼림욕장~자하골 매표소에 이르는 이 코스는 약 4~5시간 걸린다. 원점 회귀가 아니기 때문에 자가운전자라면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코스에는 관룡사와 용선대 등의 볼거리가 있다. 394년 창건되었다고 전하는 관룡사(觀龍寺)는 원효가 제자 송파와 함께 백일기도를 드릴 때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절 이름을 관룡사라 하고 산 이름을 구룡산(九龍山)이라 했다는 설화가 전한다. 경내에는 대웅전(보물 제212호)과 약사전(보물 제146호)을 비롯하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19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또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있는 용선대 조망을 즐기지 못하면 서운하다. 관룡사 서쪽의 용선대 깎아지른 바위 8각연화좌대 위에 결가부좌로 앉은 불상은 풍만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아쉽게도 광배(光背)는 없으나 그 역할을 관룡산이 대신하고 있다. 용선대 옆 능선에서 보면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배의 모양과 흡사하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은 부처님의 세계로 이끄는 배라는 뜻이다. 화왕산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200원, 주차료 승용차 2000원.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창녕 나들목→좌회전→24번 국도→창녕여중→화왕산 자하골 주차장<수도권 기준 3시간30분~4시간 소요>
●숙식 화왕산 자하골 매표소 주변에는 토담산장(055-533-2022) 등 민박집과 식당이 여럿 있다. 창녕 읍내에는 창녕장(055-533-0707), 한성장(055-532-3005), 세림장(055-533-8176), 명동장(055-532-9356), 부일장(055-533-1018) 등 숙박시설과 다양한 먹거리집이 있다. 읍내서 승용차로 30분쯤 달리면 우리나라 온천수 중 최고의 온도를 자랑하는 부곡온천이다. 이곳에는 부곡하와이관광호텔(055-536-6331), 원탕고운호텔(055-536-5655), 부곡로얄호텔(055-536-6661), 부곡파크관광호텔(055-536-6211)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참조 창녕군청 대표전화 055-530-1000, 자하골 매표소 055-530-1970, 옥천 매표소 055-530-1971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