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센터원은 대형 상업빌딩 등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도심권에 신(新)증권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건물의 주인은 미래에셋으로, 이미 미래에셋의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태평로에 있는 삼성증권, 을지로에 자리한 동양종합금융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까지 '을지로 시대'를 선언하면서 여의도에 집중돼 있던 증권업계 네트워크가 조금씩 도심권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삼성·동양종금證에 이어 미래에셋 가세
국내 증권가의 중심은 단연 여의도다.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물론이고 대부분 중소 증권사들도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상당수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들도 여의도에 밀집해 있다.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도심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일한 순수 국내 증권사다. 삼성증권이 남대문과 인접한 태평로에 위치해 있고 동양종금증권은 을지로에 자리해 있어, 도심권에서 증권사 양각 편대를 이룬 모습이었다. 두 대형 증권사가 증권가를 벗어났다는 점이 별난 모습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994년 을지로 내외빌딩, 2002년에는 종로타워 등을 거쳐 2009년부터는 태평로 삼성본관에 본사를 마련했다. 조만간 삼성자산운용도 태평로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사거리 인근에 있는 키움파이낸스 스퀘어에 입주해 있다.
키움파이낸스 스퀘어는 본래 삼성생명이 주인이었지만 2003년 도이치뱅크에 팔았고, 2009년에 키움증권이 인수했다. 삼성선물도 이 건물에 입주했었지만 지난해 태평로 삼성증권 본사로 옮겼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도 올해 중순께 태평로로 이사할 것이란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당초 본사가 여의도에 있었지만 2000년 말 여의도사옥을 매각한 후 본사를 임대해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 후 종금과 합병하면서 종금 본사이자 소유 건물이었던 을지로사옥으로 이전한 것이다. 지금은 리서치센터를 비롯한 일부 부서만 여의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는 사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고 한개층씩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해 왔다"며 "올 여름께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무 시너지 여의도보다 도심이 유리?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까지 을지로로 본사를 이전하면 도심권에 강력한 증권사 삼각 편대가 구성된다. 주요 세개 증권사가 모인만큼 신증권가 조성이라 할 만하다.
미래에셋의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이미 센터원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아직 미래에셋증권은 여의도 본사에 머물러 있지만, 운용사에 이어 증권사 역시 센터원으로 이전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이전 여부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논의 중에 있다"며 "관련 인프라 및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서둘러서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집무실도 센터원으로 옮겨, 미래에셋의 '을지로 시대'가 본격 개막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센터원은 미래에셋 여의도 본사에 비교가 안 될 만큼 규모나 기반시설 면에서 뛰어나므로 미래에셋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을지로 인근에 대형 증권사들이 모이면 도심권이 증권 및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증권사들이 굳이 여의도를 고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비용적인 면을 생각할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보다 본사로 들어오는 것이 비용 및 운영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여의도에 있어야 정보교류가 쉬운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대부분 을지로로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보다 도심권이 업무 시너지를 높이는 데 유리한 면도 있다. 여의도의 증권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에는 시중은행 본사, 외국계IB 등이 주로 위치한 도심권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역시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도심권으로 진출한다면 업무 시너지를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 센터원'은 어떤 빌딩?
센터원은 총면적 17만㎡(5만1000평)로 도심권 빌딩 중 최대 규모다. 이스트타워와 웨스트타워 두개동에 지상 32층, 지하 8층으로 건설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이스트타워 5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센터원 지분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인 맵스리얼티1과 맵스프론티어사모부동산신탁28이 각각 절반씩 보유 중이다. 당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가 함께 투자해 센터원을 개발했지만 지난해 미래에셋이 지분을 사들인 것.
지난 3월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센터원 35층에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WM(Wealth management) 센터원'을 오픈했다. 서울 강남권에 이은 미래에셋증권의 두번째 WM지점으로, 강북권 VIP고객 영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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