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에서 조그마한 커피가게를 운영 중인 이종철 씨. 그는 어느날 ‘온라인 마케팅’을 대행해준다는 업체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로만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미심쩍었지만, ‘네이버 키워드 노출’ ‘네이버 검색어 상위 랭크’가 가능하다는 약속에 계약을 체결했다. 무엇보다 평소 300만원인데 오늘만 150만원에 해주겠다는 얘기에 솔깃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업체는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 하나를 개설해 놓고 활동이 전혀 없었다. 이에 이씨가 항의하자 업종과는 전혀 상관없는 연예인 사진이나 야동 등으로 네티즌을 ‘낚시질’ 했다. 이후 업체 측은 “클릭수를 높이지 않았냐”며 “경찰에 신고하려면 하라”고 이씨에게 되레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소상공인 사업자를 울리는 온라인 대행사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피해 업체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같은 피해를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려한 마케팅 용어에 속아서…
사기성이 의심되는 온라인 마케팅 업체들은 대부분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로 계약을 권유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액수는 보통 100만~300만원 정도. 월말쯤 전화를 걸어와 ‘특별 세일 기간’ 임을 강조하고 기본 20~50% 할인 액수를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계약서도 허술하다. 구체적으로 합의 내용을 적어 놓기 보다는 ‘바이럴 마케팅’, 혹은 ‘블로그 마케팅’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자신들의 약속을 적어 넣고 만다.
그러나 CPC, 바이럴 마케팅, 검색어 상위 노출 등의 용어를 들먹이는 그들의 얘기에 소상공인 사업자들이 쉽게 혹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씨는 “네이버 바로가기 승인 예약 등을 조건으로 달기 때문에 의심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다. 시간이 지나도 블로그가 개설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가게 주인이 업체 측에 불만을 제기하면 “블로그 개설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을 번다. “연관 검색어나 키워드 자동 완성 같은 다른 상품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무마하기도 한다. 사업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블로그 개설(혹은 연관검색어) 작업에 사용한 실비를 제외하겠다”며 10~20%만 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소상공인 사업자들의 모임인 다음카페 ‘내 가게’와 네이버카페 ‘성공하는 쇼핑몰 운영자들의 모임’ 등에도 비슷한 피해 사례가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몇몇 업체의 경우는 업체 명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만, “이들 업체가 비슷하게 이름을 바꾸어가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카페 회원들의 글도 적지 않다.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 이진희 연구원은 “소액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분쟁이 꾸준히 접수되고 늘고 있는 상황이라, 주요한 분쟁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며 “지난해 출범한 조정위원회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현재는 미등록된 사고 건수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황을 알렸다.
◆속수무책 소상공인, 늘어가는 피해
그러나 더욱 답답한 것은 피해를 당했더라도 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피해 당사자가 경찰에 사기 피해를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마저도 피해액이 소액이라 사업자가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 업체로부터 맞고소라도 당하면 소송 진행을 위해 피해액보다 더 많은 액수가 소요되는데다, 소상공인들 스스로 사업을 꾸려가는 데 바쁜 탓에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씨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데 계약서 자체가 ‘블로그 마케팅’으로 두루뭉술하게 쓰여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단 블로그 개설을 했으니 연예인이든 낚시든 콘텐츠 내용과는 상관없이 업체 측에 유리하게 소송이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현행법 상으로도 이러한 업체를 관리할만한 법률적인 근거가 약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 사업자가 네이버나 다음을 언급한 업체의 설명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들 업체에 대한 처리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업체와 소상공인 사업자의 개별적인 계약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심 업체를 포털 사이트 측에 알리더라도, 포털업체들로서는 법률적으로 이들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피해를 당했다면 현재로서 해결 방법은 두 가지.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원회에 상담 및 분쟁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분쟁조정절차는 분쟁당사자의 진술을 통한 사실관계 조사, 조정부 회부, 조정결정 통보의 과정으로 진행되며, 분쟁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할 경우 해당 조정결정은 민법상 화해에 해당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 비용은 무료.
소액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액심판은 지방법원 민사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소송금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신청이 가능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진희 연구원은 “현재 법률상으로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에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언제든지 계약 철회가 가능하다”며 “성실하게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들도 많다. 몇몇 업체들이 피해를 악화시키고 있어 소상공인 사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케팅 대행업체가 이런 말하면 피하라
1. 검색광고 집행 권유의 경우, 지금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혹은 광고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검색광고 집행 시 좋은 순위(또는 자리)를 선점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
2. 홈페이지 제작 및 온라인광고 집행 권유의 경우, 지금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혹은 광고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원하는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
3. 현재 온라인광고 서비스를 할인해서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 광고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추가로 다른 온라인광고 서비스를 집행해주겠다고 과장하여 현혹하는 경우
4. 광고상품으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연관검색어/관련검색어, 자동완성기능 등)를 계약의 급부로 제공하겠다고 계약체결을 유도하는 경우
5. 광고대행사의 상호에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한국인터넷진흥원) 또는 대기업명(KT, 114 등)을 사용하거나 연구센터 등의 명칭을 도용하며 계약체결을 유도하는 경우
6. 특정 인터넷매체사의 공식 지정 광고대행사라고 소개한 후 계약체결을 유도하는 경우
자료=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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