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돈가스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풍부한 육즙이 살아있는 두툼한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고소하지만 깔끔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루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현지의 돈가스 맛에 비하면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얼마 전 ‘긴자바이린’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긴자바이린(銀座梅林).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점은 일본 도쿄 긴자에 있다. 긴자는 일본 내에서도 고급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최신 트렌드의 레스토랑부터 오랜 역사와 내공을 지닌 맛집이 즐비한, 그야말로 미식의 천국이자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긴자바이린은 1927년 문을 연 후 85년간 3대를 이어갈 만큼 일본 돈가스 전문점 가운데 가장 오래 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자 최고로 꼽히는 맛집이다.
 
서울점은 하와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에 이은 4번째 해외매장으로 지난 2월 삼청동길 초입의 작은 골목 안에 둥지를 틀었다. 이렇다 할 화려한 간판도 없어 찾기가 쉽지 않지만 주변의 갤러리들처럼 단정한 듯 세련된 느낌의 외관은 고즈넉한 골목의 분위기와 잘 녹아 들어 마치 도쿄의 어느 골목 안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돈가스 재료는 제주산 흑돼지만 사용한다. 매일 제주도에서 직송해 사용하기에 가격이나 수급 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맛 만큼은 가격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서울점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가기 위함이다. 최고 인기메뉴인 특로스가츠정식(120g 2만2000원/150g 2만4000원)을 먼저 맛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등심의 비계를 떼어내고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비계가 붙어있는 부위를 그대로 쓴다는 주인의 설명처럼, 등삼겹을 긴자바이린의 특제 가츠믹스와 빵가루를 이용해 정통 일본식으로 튀겨낸다. 잘린 단면을 보면 한쪽에 비계가 붙어 있는데, 쇠고기도 지방이 꽃 피듯 고르게 형성된 마블링 부위를 최고로 치는 것처럼 돼지 비계에서 더 풍부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살코기와 고소하고 쫄깃한 비계의 식감이 씹는 재미까지 더한다.
 
비계 부분을 꺼리거나 기름진 맛이 싫다면 흑돼지 안심을 사용한 히레가츠정식(1만8000원)을 추천한다. 동글 납작 작은 크기로 튀겨 내는데 사흘간 고기를 숙성시켜 만들기 때문에 기름기가 없으면서도 풍부한 육즙은 그대로 살아있어 자칫 퍽퍽하게 느낄 수 있는 안심부위의 맛을 보완해 담백한 맛을 낸다. 맑고 가벼운 느낌의 소스는 우스터소스를 기본으로 한약재를 섞어 만들어 돈가스 자체의 맛을 가리지 않고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함께 나오는 밥은 조연이라 하기엔 아쉬운데 한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쌀로 뽑힌 전북의 '철새도래지쌀'로 고슬고슬 지어내는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접시를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사이즈의 새우를 그대로 튀겨낸 ‘에비후라이’(1만8000원)나 삼겹살과 살코기를 함께 갈아 부드러운 맛이 돋보이는 ‘삼겹멘츠가츠’(1만6000원), 9년 연속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가츠돈으로 뽑힌 전설의 ‘가츠돈’(1만2000원)도 빼 놓을 수 없는 메뉴다. 일본에서는 ‘돈가스=맥주’라는 공식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주인이 직접 여러 지역을 돌며 골랐다는 막걸리를 곁들여 한국식으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위치 /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경복궁사거리 방면 직진 후 우회전 삼청동 초입 폴란드대사관 옆 골목 안쪽
영업시간 / 11:30~14:30/17:30~22:00(L.O21:00) 연중무휴
연락처 / (02)734-9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