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또…”

국내 커피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이 올 들어 유난히 크고 작은 악재들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커피믹스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게 동서식품의 업계 위치. 하지만 2011년 시작과 더불어 ‘1위 기업’의 위용에 걸맞지 않은 ‘흠집’들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올 초부터 동서식품은 지주회사격인 ㈜동서와 계열사인 동서물산을 통해 오너일가가 소유한 땅을 공시지가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값에 사들여 오너일가를 '부당하게' 배불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서와 동서물산이 지난해 1월 김상헌 ㈜동서 회장과 그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공동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의 땅을 공시지가보다 2.5배나 비싼 가격에 사들인 것인데, 야산의 땅을 비싸게 매입해 오너일가에게 '부당이득'을 줬다는 게 문제가 됐다.




◆식약청의 남양유업 단속, 그 '배후?'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새롭게 커피믹스시장에 뛰어든 남양유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동서식품이 ‘배후역할(?)’을 했다는 소문에도 휩싸였다.

발단은 지난 2월27일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 당시 방송에서는 식약청이 남양유업측에 예전에 문제되지 않던 것에 대해 단속을 예고하거나 특정문구를 뺄 것 등 ‘동서식품의 요구’를 그대로 요청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남양유업이 커피믹스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하던 상황. MBC는 식약청 직원이 남양유업의 광고문구 가운데 ‘화학적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라는 내용을 삭제하라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와 관련 동서식품 관계자는 “우리가 식약청과 남양과의 관계에서 나설 일이 뭐가 있느냐”며 “식품첨가물 카제인나트륨이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는 것을 염려한 식약청의 조치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리차 티백에서 담배꽁초 발견 '충격'
커피와 함께 동서식품의 대표상품으로 평가받는 동서보리차 제품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는 점도 동서식품이 올해 겪고 있는 우환 중 하나다.

지난 4월27일 식약청은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식품에 이물 혼입된 경우가 930건에 달한다며 이 중 동서식품의 보리차 티백에서 담배꽁초가 적발됐다고 공표했다. 예전 동서의 현미녹차에서 벌레가 나온 것에 이어 커피 이외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건 두번째 사례.

당초 담배꽁초가 발견된 시기는 작년 10월이었지만 식품위생법상 외상을 입힐 수 있는 위해물질에 포함되지 않아 식약청은 즉각 공개하지 않다가, 올 들어 담배 성분에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공개방침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제조단계에서 생산시설 파손 등으로 인해 혼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담배꽁초 경우엔 이와 달라 동서식품이 직원·시설 위생 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 아니냐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커피값 인상…소비자 "대주주 배불리기냐"

지난 4월25일에는 동서식품이 주요 커피제품 가격을 최대 9.9% 인상해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최근 1년 새 123% 올라 원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게 동서측의 가격인상 명분이지만, 소비자들은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서민식품인 커피믹스의 가격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했다는 점을 들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동서식품은 2008년과 2009년에도 커피가격을 5% 이상 인상했고 최근 수년간 커피값 평균 인상률이 6%를 넘었다. 커피믹스 가격 인상에 힘입어 동서식품의 10년간 매출액 평균증가율은 8.9%에 이르고, 영업이익 성장률과 연평균 당기순이익 성장률도 각각 14.1%, 15.6%로 나왔다. 이처럼 지난해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최근 3년 중 가장 좋았을 만큼 호성적을 냈음에도 올해 또다시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동서식품이 커피값을 올려 외국 대주주를 지나치게 배불렸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동서식품은 모회사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가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든 회사. 따라서 동서는 지난 1999∼2009년 누적순이익 1조946억원의 80% 이상인 8726억원을 배당했고, 2009년에도 순이익 1571억원의 62.8%인 980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이중 490억원은 해외 대주주에게 배당했다. 

이에 대해 동서측은 "사업을 잘해서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을 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과도한 배당금 지급이라는 주장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과의 ‘영업방해’ 공방, 진실은? 

동서식품의 텃밭인 커피시장에 남양유업이 지난 12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냈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대성공. 남양 카페믹스는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커피시장에 돌풍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마찰이 생겼다. 동서식품이 시장점유율 1위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대적인 영업방해를 벌이고 있다며 남양유업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남양 관계자는 “판매현장에서 점주들을 상대로 우리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을 경우 자신들(동서식품)의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거나, 혹은 판매 장려금 지원을 감축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마트에 상주하고 있는 판촉사원으로 하여금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진열 위치를 소비자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로 바꾸어 놓도록 종용하거나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놓기도 하고, 시음 행사때에는 ‘남양유업의 커피는 싸구려’ 라는 근거없는 비방을 늘어놓는 등 노골적인 방해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 

하지만 동서측은 “대형매장의 경우 POG(표준진열도)에 의해 진열이 된다. 제품의 판매비율을 기준으로 매장 측에서 전적으로 제품의 위치를 결정하는 만큼 우리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