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채움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24일 농협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결제일이 27일인데, 아직도 청구서가 도착하지 않아서다. 지난달 농협 전산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4월 결제분이 이월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자신이 쓴 금액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제일이 다가올수록 결제금액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또 4월 사용액과 5월 사용액이 한번에 청구되는 것인지 아니면 나눠 청구되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특히 지난 2월 말 뒤늦게 다니는 대학 등록금을 카드로 할부결제를 했는데, 이 금액이 한번에 다 나오면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할부에 대한 이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다.

지난 4월 발생한 농협의 전산사고 피해가 고스란히 농협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농협은 지난달 발생한 전산장애로 카드 결제정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4월22일~5월4일 사이가 결제일인 고객에 대해 5월에 합산해서 청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농협 카드 회원들은 결제금액에 대한 부담증가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카드 회원인 B씨는 “농협이 잘못한 것을 왜 고객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지 모르겠다”며 “결제일이 두렵다”고 말했다.


◆청구서, 결제일 이후에나 도착

더욱이 5월 합산 청구서까지 늦게 발송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드대금 청구서는 결제일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도착하도록 발송이 된다. 그러나 농협은 5월 카드대금 청구서를 결제일 3~4일 전에야 발송했다. 자칫하면 결제일 전에 청구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농협은 뒤늦게 청구서를 발송하면서 회원들에게 핸드폰 문자메시지(SMS)를 발송했는데, 이 또한 일부 회원에게는 발송되지 않아 농협 전산장애에 대한 회원들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A씨의 경우 결제일인 27일까지 카드대금 청구서를 받지 못했다. 동일한 카드를 사용하는 직장 동료인 C씨의 경우 23일 청구서를 발송한다는 농협의 SMS를 받았지만, A씨는 이 또한 받지 못했다. 그리고 26일이 돼서야 '카드결제일이 27일'이라는 농협에서 보낸 SMS를 받았다. 그러나 전산사고 전처럼 청구금액이 얼마라는 내용도 없었다.

A씨는 “농협 마음대로 결제를 이월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청구서는 제때 도착하지 않고 SMS도 받은 것이 없다”며 “만약 고객센터에 미리 전화하지 않았다면 연체가 될 뻔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청구서가 결제일까지 도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C씨의 경우도 SMS는 받았지만 27일 현재까지 청구서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당초에는 "정상적으로 청구서가 발송됐다"고 말했다가 A씨의 경우를 설명하자 “전월분을 합산한 후 검증을 거치는 등 절차상의 소요시간이 걸리면서 청구서 발송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SMS 발송 누락에 대해서 농협카드 고객센터 직원은 “전산장애가 완전 복구되지 않았기에 일부 SMS 발송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에 고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우선 결제일에 전액 결제를 하지 못하더라도 결제일 이후 10일 이내 결제를 하면 연체에 대한 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또 연체 등재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할부로 결제한 것에 대해서는 한달씩 이월해 결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금액적인 부담을 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농협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객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객센터 '한도 상향'…본사 설명은 오히려 하향
 
또한 농협카드 고객센터에서는 카드 이용 불편과 카드대금 결제에 대해 문의하는 회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회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A씨는 카드대금 청구 문제 등으로 농협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용한도에 대해 문의를 했다. 결제일까지 며칠 남지 않을 상황에서 카드를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 문의에 대해 고객센터에서는 A씨의 카드 이용 편의를 위해 사용한도를 일시적으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4월29일부터 5월29일까지 한달간 일시적으로 원래 이용한도보다 20% 상향조정했고, 5월29일 이후에는 원래 한도로 돌아온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지 않기 위해 한도를 100만원으로 정했는데, 사전 설명도 없이 이렇게 한도를 조정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며 “한달 이월로 손해 본 것을 이렇게 때우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협카드 회원인 D씨는 "두달치가 한번에 청구된 것은 이해하겠는데, 한도가 100만원인데 160만원이 청구됐다"며 "전화해 알아보니 고객센터 직원이 한도 올린다고 연락 못받았냐고 그러던데, 난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원은 내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하니, 일괄적으로 올린 것이라 연락 안했다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카드 이용한도는 해당 카드사가 회원의 신용도 및 회원의 요청에 의해 정해진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한도를 하향조정하고 사후 통보할 수 있지만, 임의로 상향조정할 수는 없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다.

여전업 감독규정 제24조의5(결제능력 심사기준 및 신용카드 이용한도 책정 시 준수사항) 제3항 제1호에는 ‘회원 등이 요청하거나 회원 등의 사전동의를 받은 범위 내에서 이용한도를 책정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고객에게 설명하면서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임의적으로 한도를 상향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농협 신용정책팀의 설명에 따르면 4월 한도를 다 사용한 회원들이 5월에 카드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 내부조치로 한도를 확대한 것.

카드 사용한도는 월 단위로, 이달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다음달 사용한도가 정상적으로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농협은 4월 전산사고로 인해 4월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5월 사용한도를 생성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4월 미결제분에 대해서 연체 처리를 하거나 사용 정지를 하지 않는 대신 기존 4월 사용한도에서 추가로 한도를 확대해 5월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농협 신용정책팀 관계자는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한도를 넓혀 놓은 것”이라며 “한도를 임의적으로 상향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한도를 상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원의 한도를 하향조정한 셈이다. 월 사용한도가 100만원인 회원인 A씨의 경우 결제는 4~5월 합산해서 하지만 두달간 실질 사용한도는 120만원이었던 셈이다. 즉 A씨가 만약 4월에 100만원을 모두 사용했다면 5월에 사용할 수 있었던 금액은 2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용한도를 2달간으로 계산하지는 않는다”며 “미결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결국 농협의 잘못으로 발생한 전산사고로 인한 고객의 편의는 없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