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업계에 또다시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 5월27일 SK·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오일 등 정유 4사에 대해 원적지 관리 담합 행위를 적발하면서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SK(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1379억7500만원, GS칼텍스 1772억4600만원, 현대오일뱅크 744억1700만원, S-Oil 452억4900만원 등 총 4348억8800만원 규모다.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3사에 대해선 별도로 검찰에 고발 조치키로 했다.
외형상 정유업계 ‘빅4’ 모두에 과징금을 부여한 '형평성(?)'이 보여지는 구도다. 하지만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GS칼텍스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GS칼텍스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이용해 과징금 면제를 노렸다는 시각 탓이다. 현행 제도상 담합 조사과정에서 1~2순위 자진신고자에게는 각각 과징금의 100%, 50%가 감면된다.
“뻔한 거 아닙니까?”
“…….”
정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GS칼텍스가 리니언시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다만 GS칼텍스가 “더 이상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며 침묵모드로 일관할 뿐이다.
GS칼텍스를 ‘리니언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세가지 이유를 살펴본다.
◆이유1> 2009년 SK에 당한 것의 보복?
GS칼텍스의 리니언시 활용책에 대한 시선 중 가장 크게 대두되는 부분은 바로 지난 2009년 SK의 리니언시 전략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관점이다.
이번 담합건으로 GS칼텍스는 업계 1위인 SK보다 400억원 가량 많은 1772억원의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리니언시’로 1순위 자진신고자가 될 경우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검찰고발도 자진신고한 업체는 제외되는 혜택을 누린다.
지난 2009년 12월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에서 SK가스(1987억원)와 SK에너지(1602억원)는 각각 1위, 3위의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리니언시를 통해 각각 50%, 100%를 면제받았다. 이로 인해 SK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는 과징금 전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따라서 업계 2위였던 GS칼텍스가 당시 SK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 담합 건 역시 과거 SK를 향한 보복차원에서 GS칼텍스가 리니언시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유2> 정유3사 ‘발끈’에도 나홀로 ‘침묵’
공정위 발표 직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담합 사실을 부인하는 자료를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GS칼텍스만 침묵하고 있다는 점도 GS칼텍스를 ‘리니언시 1순위’로 지목하는 명분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단 한번도 원적지 관리를 위해 담합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과징금을 받은 정유사가 공동으로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담합한 사실이 전혀 없고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발끈하고 있고, S-오일 역시 “절대로 경쟁사와 담합한 사실이 없다. 공정위의 심사의결서를 받은 후 면밀히 검토해 법적 대응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GS칼텍스 관계자는 “심사의결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만큼 공식입장은 없고 취재에 응할 수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유3>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미 시인?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GS칼텍스 측 변호인이 리니언시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뒷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GS칼텍스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지난 5월25일 담합 최종 제재를 앞두고 공정위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GS칼텍스의 법무 대행 Y로펌 관계자가 “담합사실과 공정위 조사에 협조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다만 정유업계의 사정을 널리 혜량해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선처를 바란다”고 30초 정도의 입장을 밝혔다는 게 그 내용.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공정위에서 1년여 간 송무담당관(외부 소송 담당부서)을 맡았던 전직 검사 출신인 K 전 과장(현 변호사)으로, 재임시절 탁월한 직무능력으로 공정위의 소송 승소율을 현격히 높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1월초까지 2년이 넘게 공정위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P 전 사무처장도 지난 4월 Y로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 탓에 업계에서는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이번 GS칼텍스의 리니언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겠냐는 시각이 많다.
한편 GS칼텍스 측은 공정위 출신 인사 및 해당 발언과 관련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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