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 vs. 2350'

6월 코스피지수를 바라보는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이다. 국내 10개 증권사가 제시한 코스피 최저점과 최고점 차이가 무려 420포인트다. 한달 저점과 고점을 300포인트까지 벌려둔 곳도 있다.
 
'낙관'과 '비관'은 한끗 차이라지만 한달 증시 전망치고는 온도차가 너무 크다. 그만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는 뜻이다. 내리막길을 달려온 5월을 뒤로 하고 반등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심란하기만 하다.
 
◆대외변수와 실적모멘텀, 승자는?
 
증권사들의 엇갈린 전망은 대외 변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와 그리스 재정문제라는 악재를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로 이길 수 있는지 여부가 바로 이달 말 증시의 결론이 되는 셈이다.
 
6월 전망치 중 최저점을 제시한 곳은 HMC투자증권으로 현 지수대인 2110선(6월2일 현재)보다 180포인트나 낮은 1930을 제시했다. 지수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근거는 미국 양적완화 종료시점인 6월 말이 다가오면서 글로벌시장에서 돈을 다시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이 거세다는 것이다.
 
이영원 HMC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유럽은 양적완화가 종료됐고 금리를 인상하며 출구전략이 시행된 상태"라며 "글로벌 유동성이 더 이상 금융시장 상승을 이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동성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진정돼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저점을 1980으로 예상한 IBK투자증권도 양적완화 종료 이후 달러가 본격적으로 강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재열 IB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강세는 이제 초기 단계"라며 "양적완화가 끝나면 추가적인 경기부양 카드가 없어 일시적인 경기 후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5월 한달 코스피가 135포인트 넘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10배여서 저평가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코스피가 주가수익비율(PER) 9~10.2배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이달 코스피 범위는 1930~2180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증시 낙관론자들은 코스피가 5월 조정을 딛고 반등해 최고 235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이유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대외 변수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테스트될 것"이라며 "수출과 기업 실적 등은 여전히 양호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이사는 대외 변수로 단기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리스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봤다. 결국 국내 증시는 빠른 속도로 5월의 깊은 조정을 극복하고 장기 상승 추세로 다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 악재에 대한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것"이라며 "이달 중순 발표되는 거시경제 지표 및 실적 개선이 상승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는 6월 중순부터?
 
6월 변동성의 파고를 헤친 이후에는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2분기 실적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유가 급등 등 여전히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는 변수는 살아 있어 상승폭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다.
 
6월 증시 전망은 엇갈리지만 6월 중순 이후부터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증시 변동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출렁거리는 파도를 타고 손실에 허덕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6월 중반까지는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로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6월 하순부터 2분기 실적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점 분할 매수'로 신중하게 접근하거나 '6월쯤 매수한 후 8~9월경 파는 전략'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화·정·자'는 영원한 주인공?
 
6월 증시를 두고 '비관'과 '낙관'이 극명하지만 주도주에 대한 전망에는 큰 차이가 없다. '화·정·자'로 불리는 화학, 정유, 자동차가 상승장세를 이끌 '주연'으로 활약하고 그동안 주춤했던 조선, 음식료 및 은행 등 내수주 등이 '조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경식 이사는 "낙폭이 크고 저평가된 업종에 투자하는 게 보통 장기적으로 유용했다"며 "에너지, 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주가 하반기에도 강세를 나타내겠지만 완성차업체보다는 부품주가 더 유망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도주 역할을 톡톡해 했지만 그리스 재정위기로 움추러들었던 조선주 반등을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신규 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STX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은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음식료, 반도체, 은행 등도 순환매 차원에서 키 맞추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데다 6월 동시만기일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해 5월부터 2개월 동안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유럽 리스크 문제로 외국인은 순매도했었다"며 "당시 중형주와 더불어 내수주 강세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음식료, 섬유의복, 유통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2배, 13배, 15배로 저평가됐다"며 "한국 경기선행지수 반등이라는 모멘텀까지 고려하면 이들이 변동성 장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