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카드사 과당경쟁 방지 특별대책'을 놓고 카드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실행될 경우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객기반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하는 후발주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규제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특별대책은 ▲3개 핵심 감독지표(자산증가, 카드신규발급수, 마케팅비용) 1주일 단위 점검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 도입 ▲회사채 발행 특례 폐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어느 정도 규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규제는 상상 이상으로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기관은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여신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국이 발표한 규제는 이러한 여신전문금융기관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산도, 카드수도 늘리지 말라는 것은 아예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대로 시행된다면 카드업계에는 더 이상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이처럼 강력한 특별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카드를 가계부채의 ‘뇌관’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외형경쟁에 따른 카드 남발로 부실이 이어지면 2003년과 같은 ‘카드대란’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당국의 ‘제2카드대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연체율이 2003년 당시에 비해 10분의1 수준도 안 된다. 2003년 말 연체율은 28.82%였으나 6월9일 금감원이 밝힌 3월 말 현재 6개 전업카드사(KB국민카드 제외) 연체율은 1.77%다.

신용판매 대 금융상품(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의 비율도 역전돼 있다. 2003년 당시 카드사의 금융상품 비율은 70% 정도였다. 카드사들이 앞 다투어 수익성이 큰 금융상품을 늘리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여신금융업(카드, 리스, 할부금융 등)에 대해서는 본연의 업무가 5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각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비중을 늘려나갔다. 이 결과 현재는 신용판매의 비중이 70%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2003면 카드대란 당시와는 매출구조가 확 바뀐 것이다.

실제로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가운데 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카드론 1.9%, 현금서비스 1.6%로 총 3.5%에 불과하다.

특히 정보공유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2003년 당시 카드사들은 무분별한 한도 경쟁을 벌였다. 회원의 신용도와 상관없이 가능한 많은 이용한도를 부여했지만 정보공유가 불가능해 동일인에게 각 카드사들이 어느 정도의 한도를 부여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부실의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전 카드사들이 공유하고 있다. 이용한도는 물론 대출 및 연체 정보까지 개인신용정보(CB)회사와 은행연합회에 모아진다. 따라서 과거처럼 카드를 무리하게 사용하고, 현금서비스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의 카드사 경쟁은 부가서비스경쟁이다. 외형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카드대란 시절과 현재는 관리 인프라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제2의 카드대란을 걱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라며 “가계부채 증가의 모든 책임을 카드사에게 떠넘기는 듯한 규제는 없어야 한다. 카드대란을 막겠다는 대책이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불편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당국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