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업계 2위 청호나이스의 1위를 잡기 위한 ‘문턱 넘기’가 안쓰럽다.

난공불락 웅진코웨이의 아성에 도전하기를 수년째.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들어 웅진과의 거리좁히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청호는 최근 김영편입학원발 ‘비자금 불똥’에 주춤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얼음정수기가 출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검찰 수사여서 판매성장세에 끼치는 악영향 또한 적지 않다.    


지난 1일 검찰은 김영편입학원의 횡령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서초동의 청호나이스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김영학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청호나이스 쪽으로 거액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때문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들로선 창사 이래 17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김영편입학원과 업무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입장. 무엇보다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과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간 친분관계가 돈의 흐름을 오가게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터여서 더욱 그렇다. 

◆17년 만의 검찰 압수수색…매출상승세에 '찬물'


일단 검찰은 정 회장이 김 회장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동문(정 회장이 김 회장 보다 여섯 살 아래)인데다, 김 회장이 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을 맡은 만큼 양 오너간 자금 흐름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이 횡령한 돈을 자신의 다른 사업이나 도박자금으로 쓰고, 학원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 로비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청호나이스 정 회장에게 부탁해 비자금 은신처로 활용했다는 것. 

물론 청호나이스 측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석호 대표 등 회사 경영진도 외부와의 연락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팀 관계자 역시 “보도된 내용이 우리가 아는 정도다.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진 / 류승희 기자
 
앞서 2007년에도 청호나이스는 검찰에 다른 20여개 업체와 함께 다단계판매 혐의로 적발됐지만 별다른 제재 조치 없이 위기를 넘겼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는 최근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데도 대표가 직접 나서 정수기의 방사능 제거 효과를 과장 홍보해 논란을 빚은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려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독보적 2위' 굳혔는데, 왜 하필 지금?

청호나이스의 ‘비자금 불똥'이 큰 충격파로 다가오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청호가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와의 간격을 바짝 좁히고 있는 시점에서 튀었다는 데 있다. 

1993년 웅진코웨이를 그만둔 정휘동 회장이 창립한 청호나이스는 2006년 업계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시장에 내놓으며 독보적인 ‘2위’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만  해도 매출이 2600억원에 이르는 등 웅진을 뒤쫓을 '유일한 2위'라는 평가까지 낳았다.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웅진코웨이(지난해 매출액 1조5191억원)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청호나이스가 11~15%의 점유율로 2위, 다른 ‘2위 그룹’인 교원L&C과 동양매직, LG전자 등에 가까스로 앞서 있는 구도다. 

웅진코웨이가 올 1분기 사상최대의 매출(3998억원)기록을 달성하며 외형적인 성장세가 여전하다고는 해도 LG전자 등 경쟁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기대되는데다, 1위 수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을 시기인 만큼 청호나이스로선 웅진과의 간격좁히기에 절호의 기회를 잡은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실제 청호는 올초 일본지진으로 야기된 방사성 물질 우려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급성장세에 있었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두달 전인 4월만 해도 새로 출시한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가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해외 시장의 경우 중국에서 국내 정수기 업체로는 가장 큰 매출을 올렸고, 베트남의 정수기 시장에도 신규 진출하는 파죽지세 분위기를 이어갔다. 

청호나이스 경영진도 이같은 상승세를 의식해서인지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2600억원) 2배 수준인 5000억원으로 늘려 잡고, 오는 2016년까지 매출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며 웅진을 압박하는 ‘카드’를 내놓기까지 했다.
 
◆추격하는 동양매직-LG전자, 따돌릴 묘수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청호나이스의 고객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판매현장에서의 악영향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모 업체 관계자는 “청호나이스가 4월 출시한 얼음정수기 '미니'의 시장반응이 좋은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이제 막 성수기를 대비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간 상황에서 터진 검찰의 압박수사로  미니는 물론, 전체 정수기판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매출상승세에 ‘찬물’이 끼얹히게 된 상황은 청호나이스가 궁극적으로 다른 ‘2위 그룹’과의 간격 을 넓히는 데 있어 비상이 걸렸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동양매직과 LG전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 한층 더 시급해졌다.
 
동양매직은 최근 2년간 판매 및 렌탈률에 있어 업계 2위에 올라서면서 가장 크게 청호를 위협하는 존재. 지난해만 18만대의 정수기를 판매하며 웅진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2009년 4월 자사 대리점에서 정수기 시판에 나서며 본격적인 정수기 시장 진출을 선언한 LG전자도 올해부터 방문판매를 통한 매출영향이 어느 정도 기대되는 만큼 '정수기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