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말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인터내셔널.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혹독한 구조조정과 ‘홀로서기’에 몸서리치던 이 회사는 지난해 포스코에 인수되면서 어느덧 매출 11조원의 알짜회사로 거듭났다.
종합상사를 향한 대기업들의 ‘껴안기’ 열풍이 거세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사기업은 인수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부쳐지며 ‘갖고 싶은 회사’로 가치가 높아졌고, 기존 대기업에서 출발한 상사 역시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급부상하며 '효자기업' 대우를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종합상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하고 자원개발 등 신규 사업에 대한 성과를 속속 만들어낸데 따른 시장의 현주소다.
◆대기업과의 ‘짝짓기’ …그룹 내 알짜회사로
종합상사 역사에서 지난해는 대기업과 거물급 상사간 ‘짝짓기’가 마무리된 한해로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 GS그룹의 ㈜쌍용 인수와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편입이 이뤄졌고, 지난해는 ‘종합상사의 핵’으로 떠올랐던 대우인터내셔널 마저 포스코가 인수함으로써 기존 대기업 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상사기업들과 함께 ‘상사시장’의 평준화를 이뤘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올해는 종합상사가 대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자원 확보에 ‘첨병’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기존 그룹 계열사들과의 사업시너지 효과까지 노리는 ‘멀티플레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포스코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대우인터내셔널에 쏠리는 재계의 시선이 가장 뜨겁다. 국내 종합상사 중 상사 본연의 업무에 대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매출 15조6720억원, 영업이익 1717억원을 기록해 벌써부터 포스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포스코의 계열사가 된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다른 계열사들과의 사업 연계가 착착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포스코의 수출 증가량 중 60%가량을 대우인터내셔널이 책임진다고 가정할 때, 철강 수출액이 전년대비 50% 오른 1조원대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을 포함한 자원개발 사업부문에 대한 대우인터내셔널의 기대치도 높다. 실제 대우가 지난 2000년 탐사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직접 운영하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의 가치는 약 2조원대로 평가된다.
◆대우인터·현대상사·GS글로벌, 계열사와 '주고 받고'
6년7개월 동안의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일원이 된 현대종합상사 역시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상사기업이다.
무엇보다 이머징마켓에서 글로벌비지니스 주도 역량이 뛰어나 현대중공업의 강점인 기계·플랜트 관련 부문, 현대제철로는 철강 부문의 수출 증가세에 따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시너지 극대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현대상사는 올 들어 ‘윈드파워’ ‘인터솔라’ 등 세계최대의 풍력, 태양광 전시회에 참가해 현대중공업과의 공동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현대중공업과의 협력으로 핀란드 전력회사인 피니시파워와 16㎿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최대 풍력시장인 유럽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었다.
지난 2009년 GS그룹에 인수된 GS글로벌도 그룹 계열사와의 ‘윈-윈 행보’가 안착단계에 도달한 케이스다. GS글로벌이 워크아웃으로 축소됐던 상사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다시 불태우고 있다면, GS그룹으로서는 GS글로벌의 해외 네트워크와 사업역량을 활용해 국가 단위의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획업무가 수월해졌다.
현재 GS글로벌은 GS칼텍스와 석유화학․석유제품 트레이딩,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투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중이고, GS건설과는 국내외 사업장에 철강 등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사업 발굴 등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쌍용 인수로 계열사의 해외사업 컨트롤 타워 역할이 가능해져 GS그룹 글로벌화의 촉진은 물론 신사업 발굴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SK그룹에서 출발한 SK네트웍스도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석탄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SK그룹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22개로 늘어나 사업포트폴리오가 대폭 보강됐고 그룹의 석탄분야와 관련한 안정적인 수익기반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상사의 위상? 그룹총수 ‘수행’만 봐도 안다
2000년 전후만 해도 종합상사들은 재벌 그룹의 해체 과정에서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계열사들의 직수출 증가에 따른 성장 정체로 그룹 내 위상이 하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종합상사의 CEO가 그룹총수의 해외출장길에 동행하며 ‘측근인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에 비해 확실히 그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 2월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브라질 출장을 수행하며 브라질 방문기간 동안 현지 최대 자원기업인 EBX그룹과 만나 사업 협력을 주도했다.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도 지난 1월 포스코 정준양 회장을 수행해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포스코가 카메룬 현지의 음발람 철광산을 카메룬과 공동 개발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인프라 건설과 구리 자원개발을 통합한 패키지 딜을 추진하는 등의 결실을 이끌었다. 이밖에 김영남 현대종합상사 사장도 올 설 연휴기간에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을 수행하며 중동지역 사업장을 같이 점검하고 돌아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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