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은 2005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제일은행 지분을 100%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인수 이후 이미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측과 구 제일은행 직원들의 간극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일파업을 벌인 지 약 보름 후인 6월16일, SC제일은행 노조는 결국 대규모 총파업을 선언했다. 6월27일 파업을 시작으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이 성사될 때까지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2004년 한미은행(현 씨티은행) 파업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파업까지 펼치겠다는 SC제일은행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류승희 기자
◆호봉제 폐지 반대 vs 철밥통 생각 버려야
노조가 이번 대규모 파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측이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현행 운영되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SC금융지주 내에서 성과급제를 받는 직원은 SC금융지주와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직원들이다.
90%에 달하는 SC제일은행 직원들 중 대부분은 구 제일은행 출신으로 이들은 기존 방식대로 호봉제로 임금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이들에 대해서도 여타 지주 계열사처럼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성과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고, 업무력도 높아져 결국 직원과 회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호봉제 폐지는 곧 직원 퇴출"이라는 시각이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은 "사측에서 추진하는 성과급제를 보면 성과를 1~5등급으로 차등해 지급하는데 2년 연속 5등급을 받은 직원은 후선발령제에 따라 개별 영업을 해야 한다"며 "이 영업 목표치도 채우지 못하면 최고 45% 임금 삭감을 해야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2008년과 2009년 임금을 동결했다. 올해는 성과급제를 받아들이면 임금을 2% 인상하겠다는 '당근'을 내세웠다. 단 노조가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해야만 협상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C금융지주 관계자는 "전 세계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지점 중 호봉제가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은행은 철밥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과제는 실적을 낸 직원에게 더 우대해 주겠다는 제도이지 퇴출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27일 대규모 파업을 준비하며 지점을 돌며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
◆한국시장 토착화 의지 있나? vs 지속적인 재투자 중
SC금융지주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SC제일은행 노조가 총파업까지 강행하는 것은 SC금융지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C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국내 토착화를 위한 노력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대출영업과 함께 SC금융지주가 기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산을 처분해 온 것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SC는 지난 2005년 포항합숙소를 시작으로 총 35건의 부동산을 매각해 3003억원을 챙겼다. 최근엔 잠실의 전산센터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SC는 매각 이후 현재의 전산센터가 있는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다른 건물을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매각 계획만 잡혀 있을 뿐 새로운 센터 입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SC금융지주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등과 영업이익은 한국시장에 꾸준히 재투자하고 있다"며 "50억원을 들여 제일은행 옛 본점을 복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에서는 SC가 구 제일은행 직원들을 제대로 떠안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2년 연속 직원 임금을 동결하면서 SC금융지주 임원들은 최고 12억원의 성과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이들 임원들은 대부분 제일은행 인수 후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제일은행 출신 임원은 단 한명뿐이다.
최근 27개의 지점 축소도 노조가 SC에 대한 불만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지점의 폐지, 신설은 유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이번 폐지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마땅히 지점이 있어야 할 곳마저 폐지해 SC가 비용절감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SC는 폐쇄된 지점 직원 중 일부는 RM(Relationship Management 개인영업)으로 돌렸다. 소속 지점도 없이 알아서 영업을 하도록 했다. 결국 노조입장에서는 성과급제와 연결한 구조조정의 수순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SC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 등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며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크게 줄었다"며 "대면 영업보다 IT지점, 미래형 점포 등으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지점 폐쇄 이유를 밝혔다.
셀렉트론, 고금리 대출, 은행권에서도 비난
SC제일은행의 '셀렉트론'도 은행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치 저축은행처럼 지나친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셀렉트론'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좋은' 상품이다. 그러나 금리가 문제다. 최고 연 1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주로 대출모집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적인 상품을 파는 셈이다.
이에 대해 SC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하지만 1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하고 2금융권의 금리를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고객을 위한 상품"이라며 "SC제일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시각은 다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상품에 대해 "은행이 아닌 여신전문금융기관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라는 곳이 장사하려고 마음먹으면 갖춰진 시스템을 이용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이런 고금리 대출은 은행의 공적인 기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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