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일반적으로 금리와 거꾸로 움직인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 따라서 금리 상승 추세에서는 채권의 매력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음에도 채권투자 열기가 부자들에서 일반 투자자들까지 번지고 있다. 불안한 글로벌 환경과 세계 주식시장의 부침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단 관심은 국내 채권이 아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투자 가치가 있는 해외 채권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증시 주춤 … 해외 채권(펀드)로 자금 이동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펀드에는 6월20일 기준 최근 1개월간 3460억원, 최근 3개월간 1조1499억원 등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 주식형펀드가 '펀드런'(대량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최근 1개월간 7178억원, 3개월간 3조1498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 채권형펀드도 환매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최근 1개월 새 1664억원이 유출됐다.
사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올 1월과 2월에는 해외채권형펀드에 대한 인기도 시들했다. 그러나 3월부터 해외 채권형펀드에 대한 분위기는 반전됐다. 국내외 증시가 주춤하고, 일본 대지진 및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 등이 부각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20일 기준 해외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44%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0.53%)이나 국내 채권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1.9%)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연초 이후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4.53%)과도 대조된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연초 이후 해외 채권형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은 산은자산운용의 '산은삼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8.04%)이 기록하고 있고, ING운용의 '이머징마켓현지통화표시증권투자신탁'(5.40%),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핌코이머징로컬증권자투자신탁'(5.26%)% 등이 양호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백지애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국내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채권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채권 인기
해외 채권형펀드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신흥국 채권펀드이다. 해외 채권은 투자지역의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 수익이 변하는데, 전반적으로 유로화· 엔화· 달러화 등 선진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해외 채권형 상품은 크게 달러표시채권과 현지통화채권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신흥국 통화가 강세라 해외 채권형 상품 중 현지통화 신흥국 채권펀드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부 신흥국가들은 환율 절상에 대한 압력이 받고 있어 향후 환차익에 대한 기대치는 다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연주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이머징국가에 투자하는 펀드 중 현지통화표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낮은 게 장점이지만, 환율에 변동에 따라 환차익 손실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가 아닌 해외 채권에 대한 직접 투자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국채에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5월9일 판매에 나선 미래에셋증권은 6월20일까지 3400억원의 브라질 국채를 판매했고, 지난 6월30일부터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증권도 15일 만에 24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브라질 국채는 신흥국 채권 가운데 금리가 높고,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것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브라질 경제에 대한 과열 논란이 뜨겁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의 버블(거품)이 터지기 전에 파티를 끝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거품이 꺼지면 국채 부도의 위험이 커져 손실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질에서 대출이 급증해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채권은 브라질 헤알화로 투자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백지애 연구원은 "헤알화는 최근 달러 대비 25% 정도 상승했다"며 "급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채권 수익 하락 국면, 과세도 '유의'
"해외 채권 수익,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해외 채권의 수익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지난해 해외 채권형의 수익률(표면금리+ 금리 스프레드)이 평균 15% 안팎이었다면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상태"라며 "해외 채권은 수익면에서 하락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국채 등을 내세운 '매월 용돈을 주는' 월지급식 상품' 등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지금이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 적기로 인식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 김용희 센터장은 "예금·채권 등 이자 자산 중에서는 여전히 해외채권이 가장 기대 수익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채권 투자 시에는 세금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브라질 양국의 비과세 협정에 따라 브라질 국채에 직접 투자하면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외 지역의 해외 채권(펀드) 투자 시 투자수익 중 15.4%는 세금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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