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국제 카드업계 골리앗 비자카드와 맞서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는 비자카드의 국제카드규정이 있다.
비자카드는 자사의 회원사는 반드시 전용 거래선인 '비자넷'(Visa Net)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비씨카드가 미국과 중국에서 이 비자넷을 사용하지 않고 거래를 했다. 이에 비자카드가 10만달러의 벌과금을 6월16일 비씨카드의 정산계좌에서 강제적으로 인출한 것.
비씨카드는 "규정은 어긴 것이 맞다"며 비자카드의 벌과금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자카드가 공정거래 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규정을 어겼으면서도 비씨카드가 당당하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
사진/ 류승희 기자
◆ 사용하지 않은 것이 죄?
비씨카드는 지난 2005년 1월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인롄(銀聯)카드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비자나 마스타 등 글로벌 브랜드 카드가 아닌 국내 전용카드로 중국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국의 인례카드 회원은 한국 인롄 가맹점 및 ATM에서 인롄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지난 2009년 10월에는 미국 최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업체인 스타네트워크(Star Network)와 제휴를 맺었다. 국내 카드소지자들이 미국에서도 쉽게 현금 인출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중국의 인례은 물론 스타네트워크와의 제휴를 하면서 비씨카드는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승인과 정산을 할 수 있는 전용선을 구축했다. 즉 비자넷을 사용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비자카드의 과징금은 중국 인롄카드회원의 국내 이용과 국내 카드회원이 미국 스타네트워크를 이용에 대한 정산 시 비자넷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각 5만달러(약 5400만원)씩 부과한 것이다.
비씨카드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비자넷 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박상진 비씨카드 부장은 "규정을 어긴 것은 맞다"며 "그러나 비자카드의 규정 자체가 공정 거래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고 공정위에 신고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형평성 어긋난 비자카드 규정
이번 건에서 비자카드의 규정을 어긴 곳은 비씨카드 한곳이 아니다. 그러나 벌과금을 강제 인출한 곳은 비씨카드뿐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자규정이 회원사가 준수해야할 규정이라면 비씨카드 케이스의 경우 미국거래의 매입사인 스타나 중국거래의 발행사인 중국은행에도 같은 요청과 벌과금이 부과되어야 하나 비자는 오직 비씨에게만 벌과금을 부과했다"며 "비자는 규정의 자의적 적용을 통해 스스로 규정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비자카드는 실제 대형 금융기관인 중국은행과 씨티은행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적용해 비자넷을 사용하지 않아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비자카드는 중국은행이 발행한 인롄비자카드로 중국-대만 거래 시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고 대만과 중국간 마련된 별도 전용선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또 씨티은행이 발행하는 씨티카드에서도 전 세계 ATM에서 사용될 경우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고 씨티은행간 마련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벌과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비씨카드 측은 "비자는 중국과 대만, 씨티 측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며 "비자규정이 공정히 적용된다면 대만과 중국간 거래도 비자넷을 이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과금을 부여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신규 경쟁사업자 견제하는 '쪼잔한' 공룡
비씨카드는 또 비자카드가 이번에 문제를 삼은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쟁사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씨카드 한 관계자는 "비자넷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벌과금을 내라는 것인데 이는 결국 네트워크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경쟁사업자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올 4월 글로벌카드브랜드인 비자나 마스타 없이도 해외에서 쓸 수 있는 독자적인 글로벌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전 세계 103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와 다이너스클럽, 중국 인롄, 일본 JCB 등 국가별 네트워크사들과 일일이 제휴를 맺어 네트워크망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비씨카드 입장에서는 비자와 마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점차 독자적 행보를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자나 마스타망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이들 회사의 수입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자나 마스타 등 국제브랜드카드는 사용액에 따라 국제카드 분담금과 국제카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국제카드 분담금은 비자와 마스타 등 국제브랜드카드의 국내외 사용액에 대하여 부과하는 일종의 로열티로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도 0.04% 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이용할 경우 국제카드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로 이용금액의 1%가 별도로 부과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비씨카드가 지불한 분담금과 수수료는 총 1626억달러에 달한다. 2010년 국내 전업카드사의 국제카드 분담금과 수수료는 총 2600억달러다.
결국 비씨카드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거래선을 이용하면 이용금액의 1%인 국제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하고, 국제카드 브랜드사는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씨카드는 이와 함께 비자카드에 위협이 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롄카드의 견제 포석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14개 은행이 공동 설립한 통합 브랜드로 지난해 말 기준 발행건수가 22억장으로, 중국 신용카드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을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중국정부가 인롄에 독점적 지위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자카드의 인롄카드 견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등 인롄과 제휴한 국가에 동일한 문제 발생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번 벌과금에 대해 "글로벌시장에서 비자가 계속 위축되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비자카드의 해외 독과점 소송 사례
비씨카드 측의 이번 공정위 신고는 비자가 비자넷 이용만을 강요하는 것이 카드시장에서 반독점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비씨카드 건 외에도 비자의 규정이 다른 국가에서도 독과점 요소로 문제 제기돼 왔다.
비자는 자신의 회원사가 아멕스와 디스커버리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제한한 규정을 둔 바 있다. 미국 법원은 2007년 이를 반독점 조항으로 결정, 아멕스와 디스커버리사에 22억5000만달러를 배상토록 결정했다.
비자카드는 또 가맹점이 수수료가 낮은 카드를 선택하여 받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었다. 이에 월마트는 집단소송을 벌였고 미 법원은 2003년 해당 조항이 가맹점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됐다. 결국 비자와 마스타카드는 가맹점에 30억달러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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