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가 6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아니 이 글이 나갈때즘이면 이미 600만을 넘어섰을지도 모르겠다. 스타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고 뭔가 스팩터클하거나 충격적인 스토리도 없이 그저 고등학교 시절 껌 좀 씹고 침 좀 뱉었던 ‘칠공주’의 추억담을 담은 이야기가 뭘 그리 새삼스럽고 재밌어서 하루 평균 5만~6만명의 관객이 영화관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것일까?
 
누구는 '세시봉'이나 '나가수'로 대변되는 복고바람을 이유로 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데뷔작 <과속 스캔들>에서도 선보인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 동창회나 반창회 등을 통한 재관람 등이 영화 흥행의 주요소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거액의 유산을 남긴 친구 덕에 남은 친구들이 행복을 찾는다는 결말에 일침을 가하며 비현실적인 환상이 주는 달콤함을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이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80년대 추억이 살아있는 영화 <써니>

들어보면 다들 맞는 얘기다. 영화는 보는 이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 인생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요소를 꼽는다면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써니>의 추억은 80년대에 대한 추억이다. 70년대가 산업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대였고 90년대는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내면서 감수해야만 했던 문제들이 곪아터진 시대였다고 한다면 80년대는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있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무분별한 독재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혼재돼 있고 산업화로 인한 인간성 상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수함과 낭만이 살아있던 시대가 80년대다. 강요된 목적과 목적을 이루고 난 뒤의 상실감이 지배했던 70년대와 90년대보다는 훨씬 개성적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살아있던 시대이기도 하다. 아려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튼 <써니>로 시작된 80년대 추억의 부스러기를 산업계 쪽으로 돌려보면 80년대는 확실히 산업역군의 시대였다. 외화벌이를 위해 외항선원이 된 이들도 많았지만 가장 확실한 달러의 공급처는 바로 중동의 건설붐이었다. 70~80년대 초반까지 초중고생 이상이었던 독자라면 주위에 중동건설 현장으로 돈 벌러 떠났던 수많은 아저씨들을 기억할 것이다.
 
◆70~80년대 산업계 추억, 중동 건설붐
 
1973년 석유파동으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한 중동국가들은 국내개발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으나 필요한 인력도 부족하고 기술도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한국은 경제개발계획이 차근차근 시행되면서 대형 건설공사의 경험도 어느 정도 있었던 상황이었고, 넘치는 인력을 해외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던 시기였다. 한국의 이런 경제상황과 중동의 경제시장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동의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많은 건설 기능 인력들이 중동으로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주식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수익률을 올렸던 것도 바로 건설주였다.
 
결코 짧지 않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몇가지 큰 사건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설주 파동 사건이다. 중동 건설붐을 타고 1977년부터 2년여 동안 건설주가 급등했다 폭락했던 시기를 말하는데  일부 건설주들의 경우 500원짜리가 한달 이상 상한가를 지속해 3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것처럼 영원할 것만 같던 중동 건설붐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자국의 실업증가를 이유로 외국 근로자 유입을 제한해 중동으로의 인력 파견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중동 및 동남아 및 중국의 저임금 근로자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근로자의 임금이 급등하자 해외 취업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 것이다. 또 가족간의 이별에 따른 여러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중동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는 단순한 노동력의 제공이 바탕이었다면 이제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둔 보다 차원 높은 건설회사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시장은 어차피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공사 위주의 사업이 절대비중이고 대형 공업단지나 사회간접자본투자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엔지, 글로벌 조직망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동사는 석유화학공업 플랜트 분야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회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미국, 인도, 사우디 법인을 통한 글로벌 조직망까지 가동 중인데  미국 휴스턴 법인은 고급설계인력중심으로 국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upstream 등 기본 설계를 담당하고 있고, 인도 설계법인은 550명의 설계인력이 서울과 24시간 공동 오퍼레이션이 가능하다. 또한 사우디에는 현지법인 설립으로 한국 본사에서 참여하는 패키지와 별도로 로컬회사를 대상으로 한 패키지에 참여할 수 있어 대형발주처로부터의 사업기회가 더욱 확대되었다.
 
주가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현저한 발주시황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국내 주택사업과 무관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아파트 시황 부진 시 업종 내 유일한 대안주라는 장점도 있다.
 
특히 작년에 수주한 Dow Chemical의 Chlorine 플랜트 미국 현지공사는 오일메이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엑슨모빌, 쉐브론, BP와는 아직 사업을 해 본적이 없어 장벽이 있지만 이들과도 사업기회를 넓혀 가려고 한다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한 오일메이저로부터 사우디 정밀화학공장의 참여를 협의해 올 정도로 동사의 능력이 인정받고 있어 머지않아  사업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비석유화학 분야로의 진출도 눈부시다. 발전, 담수플랜트, LNG, FPSO, Transporation 등 신규상품으로의 다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세계 각국으로부터 담수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한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최근 2년여 동안 건설업종 내에서는 물론 시장 전체적으로 탁월한 초과수익을 자랑해왔다. 2년 동안 건설업종지수는 겨우 보합수준, 종합주가지수는 30% 상승한데 비해, 삼성엔지니어링은 무려 200%의 상승을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달려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목표주가 평균은 28만원 수준이니 투자에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