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복수노조 시행 이후 금융권에서도 새로운 노조 설립으로 들썩이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농협중앙회, 우리은행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 신규노조는 표면적으로는 '차별화'라고 하지만 벌써부터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만이 사측과의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이 적은 소수 노조는 창구가 없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기존 노조들이 금융산업노동조합에 가입되는 등 조직력이 있고 체계화 돼 있어 신규 노조가 자리 잡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많다.
◇ KB노동조합 "과반 수 이상 조합원 확보 목표"
국민은행의 신규노조는 7월1일 고용노동부의 정식 절차를 밟아 노조설립 신고증을 확보했다. 신규노조의 정식명칭은 'KB노동조합'.
기존 국민은행 노조의 조합원 수는 3월 기준 전체 직원 2만2131명 중 1만7635명이다. 나머지 비가입자인 7000여명은 대부분 사용자에 해당하는 간부급이다.
KB노조는 이 7000명을 대상으로 가입을 늘려갈 방침이다. 기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도 새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다 혜택을 주려고 한다. KB노조에 따르면 현행 노조가입비가 통상 임금의 1%인 반면, 신규 노조 가입비는 0.5%로 절반만 받는다. 운영방침도 불법과 탈법적인 사안에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법정근무 시간을 초과한 데에 따른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것이다.
KB노조를 만든 서종채 국민은행 여신관리부 차장(위원장)은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건에 대해 엄밀한 잣대로 행동하겠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투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도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차장은 "아직 몇 명이 가입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가입 의향을 밝힌 사람은 수천명에 달한다"고 자신했다.
KB노조의 쟁점은 은행직원의 이익의 침해하는 모든 사안에 해당한다. 우선 국민은행이 지주회사로 확장함에 따라 은행 재산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은행 직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해 반환청구소송을 할 계획이다. 또 현행 노조에도 반기를 들었다. 과거 명예퇴직에 합의한 것을 현 노조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신규노조를 설립한 서 차장은 "앞으로 과반이상의 조합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 노조와 대립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현 노조는 신규노조의 존립 근거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기존 노조는 새로 설립하는 노조가 노동자가 아닌 간부급의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금융산업노조 산하 국민은행지부의 '단체협약'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노조에서는 차장 승격 후 3년 후에는 사용자로 간주돼 노조에서 자동 탈퇴되는 규정이 있다.
김경중 국민은행 노조 홍보선임국장은 "신규 노조 설립자는 비조합원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라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임금인상 등을 총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과연 조합원들이 가입할지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선임국장은 "정체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기존에도 이미 관리직 노조가 있어왔는데 이제와서 신규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신청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단일노조 체제 하에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조합원들은 노조 설립이 가능했다. 관리직노조나 비정규직 노조가 그것이다.
◇ 농협중앙회 일반노동조합 "3급 이상 간부이익 대변할 것"
"신규노조 설립으로 노노간 충돌을 예상하기도 하는 데 이는 과장된 것입니다."
정윤각 농협중앙회지부 전문위원은 이른바 '노노갈등'(노조간 갈등)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새로 설립된 노조는 집단이 달라 이해관계 역시 다를 것이란 예상이다.
농협 노조 역시 이번 신규 노조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존 노조가 4급 이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규정했다면 이번 신규노조는 3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남기용 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복수노조 설립한 사람이 부위원장 출신이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농협은 사업장별로 거리가 있고, 내년이 신용경제가 분리되는 시점이어서 금융권에서는 복수노조 설립이 가장 유력해 왔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1년 3월1일부터 은행, 보험, 투자증권 등의 신용사업과 하나로클럽과 같은 마트를 위시한 경제사업으로 분리된다. 이에 따라 인력도 재배치되는데 문제는 경제사업으로 배치되는 노동자다. 농협중앙회에 속할 때와 달리 일반 마트와 동종 업계로 취급돼 급여도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일반노동조합'이라는 신규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한대동 양재하나로클럽 부지사장(위원장)은 "기존 노조가 3급 이상 간부급의 이익은 대변하지 않아 왔다"며 "급여 삭감 없는 60세 정년보장이 가장 큰 모토"라고 말했다. 또 "경제사업으로 배치되는 직원들도 향후 가입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지사장 역시 노노갈등을 우려했다. 한 부지사장은 "기존 노조의 조합원을 빼올 생각은 없다"며 "기존 노조와 갈등을 없애기 위해 경쟁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일반노동조합은 7월1일 고용노동부에 신규노조를 신청했지만 쟁의 행위 관련 보완명령을 받아 보완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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