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격호 회장. 그 역시 최근 수십년간 공들였던 ‘꿈’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현실’을 경험해야 했다. 30년 숙원이었던 계양산골프장 사업이 최종 문턱에서 백지화된 때문이다.
◆‘날아간’ 계양산 골프장의 30년 꿈
신 회장은 1976년 이화여대 소유였던 인천시 계양산 일대 부지(계양구 다남동․71만7000㎡)를 구입한 후 지난 1999년부터 꾸준히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서울 시내에서 20분 거리인 계양산 골프장의 사업성을 높이 산 것이다.
계양산골프장의 시행과 시공을 담당할 롯데건설에서 조차 세부적인 사업내용을 모를 정도로 신 회장은 그룹 최고위층을 중심으로 이 사업을 주도했다.
신 회장의 ‘꿈’이 실린 계양산골프장 사업이었지만 추진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해당 부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등 사업 초기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혔고, 2006년에는 해당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를 이유로 골프장 사업을 거세게 반발하면서 최대 난항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2008년 사업 유치를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승인받으면서 탄력을 받았고, 2009년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지원 하에 실질적으로 행정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토지용도 변경(도시관리계획상 체육시설 결정)까지 이끌어내 일사천리로 신 회장의 숙원사업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토지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거쳐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후 착공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자연 훼손과 시민 휴식처 보존 등을 주장하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더 거세졌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계양산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을 가진 송영길 현 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결국 지난 6월22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2009년 통과시켰던 계양산골프장 예정지에 대한 체육시설 결정 고시를 백지화하면서 신 회장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계양산골프장 건설에 반대를 표하던 시민단체들은 “오늘(6월22일)은 롯데라는 국내 굴지의 재벌과 권력의 결탁에 맞서 생명의 터전인 계양산을 지켜낸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번 조치를 크게 반겼다.
반면 정작 이 사업에 내심 높은 기대감을 품었던 신 회장으로서는 허탈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단 롯데 측은 도시계획위의 이번 결정에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골프장 건설무산과 관련한) 고시를 해야 하는데 아직 어떤 액션도 없다”면서도 “향후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에 대한 법적 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16년 꿈’ 제2롯데월드 현실화는 그나마 ‘위안’
‘30년 숙원사업’ 계양산 골프장이 허망한 결과로 치닫게 됐지만 그렇다고 신 회장의 꿈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16년 꿈’인 제2롯데월드는 이미 현실화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1일 송파구로부터 최종 건축허가를 얻어낸 롯데는 123층의 초고층 빌딩 건축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현재는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에 초고층 빌딩인 ‘롯데수퍼타워’를 세우고 있다.
16년 산고 끝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자신의 오랜 꿈이 현실화된 것에 만족했는지 신 회장도 지난 6월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롯데수퍼타워’의 콘크리트기초(MAT·건물 전체 하중을 지탱해주는 바닥판) 공사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계양산골프장 건설 못지않게 제2롯데월드 건설 역시 신 회장이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러야했던 사업 중 하나다.
1994년 서울시에 초고층 건축물 건립 가능성을 질의한 이후 시작된 제2롯데월드 사업은 인근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성 논란, 고도제한에 따른 성남시와의 형평성 문제, 용적률과 건폐율을 상향 조정 논란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정부가 2007년 7월 개최한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에서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당시 112층(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신축계획을 허가하지 않았던 게 컸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기회를 노린 롯데는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해 자사 부담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제2롯데월드 추진의 불을 다시 지폈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1월 행정협의조정위 실무위원회를 열어 제2롯데월드 건축 시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와 관련해 ‘서울공항 동편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대안을 마련, 제2롯데월드 건축을 사실상 허용했다.
2015년 완공되는 제2롯데월드는 서울에서 최초의 100층이상 건축물이 되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이내의 초고층 건축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두가지 꿈 중 하나는 ‘이뤘고’ 다른 하나는 ‘이뤄지지 못할’ 상황에 처한 신격호 회장. 제2롯데월드 완공으로 계양산골프장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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