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일 발생한 경기도 일산서구 이마트 탄현점의 ‘질식사고’에 대한 후폭풍이 뜨겁다.
 
지하 1층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사망한 이 사건에 대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희생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10일과 17일에는 이마트 탄현점 앞에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유족들이 이마트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잇따라 벌였다. 이들은 앞으로도 매주 일요일을 시위 날짜로 정하고 이마트에 책임과 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숨진 서울시립대생 황모씨가 피해자들 중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최근 대학가에 퍼지고 있는 등록금 인하 투쟁과도 연계되는 분위기다.  
 
엄밀히 말해 이번 사고는 이마트의 하청업체 쪽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른 보상의 대상으로 이마트가 더 주목받고 있다. 탄현점 질식사고로 인해 이래저래 이마트로선 곤혹스럽게 된 셈이다. 

◆보상책임 하청업체에 미룬다?

이마트가 이번 사고로 인해 입은 가장 큰 타격은 ‘보상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점이다.  
지난 2일 오전 4시께 발생한 이번 사고는 앞서 6월초 설치한 터보냉동기에서 이상소음이 발생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마트 측은 2일 하청업체이자 냉동기설치회사인 트레인코리아에 AS를 요청했고 인부들이 지하 1층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출된 냉매가스에 인부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현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사고 희생자들은 3주일이 다 가도록 일체의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 사고 발생 장소인 이마트 측과 문제의 기계를 제조, 공급한 트레인코리아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원인이 규명되야 보상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차원이 아닌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레인코리아 측도 "경찰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안다"면서 "유가족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유가족 보상을 우선 순위로 올려놓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보상여부를 놓고 양사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면이지만 정작 비난의 여론은 이마트 쪽에 더 쏠리고 있다. 두차례에 걸쳐 탄현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유족들은 "사업장 내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이마트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보상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보상여부에 대한 판단이 되는 검찰결과는 ‘국과수의 부검결과→경찰의 추가 수사→검찰 송치’ 등의 과정을 겪어 빨라도 9월 초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잊을만 하면 또…‘돌고 도는’ 안전사고


탄현점 사고가 이마트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이유는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이마트 안전사고에 대한 아찔한 기억 때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 이마트 각 지점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6월25일 이마트 성수동(본점)에 화재가 발생했던 게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화재는 씨푸드 레스토랑의 조리사가 튀김용 프라이팬을 부주의하게 다루며 불똥이 튀면서 발생했다. 불씨가 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가 바로 작동해 진화됐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일주여일 뒤인 7월2일에는 이마트 명일점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 명일점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연결시켜주는 무빙워크 위 천장이 무너지면서 천장 조명과 마감재 등이 떨어져 고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이 역시 다행으로 사고 당시 사고지점에서 무빙워크를 이용하고 있던 고객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사고발생 이후 이마트 측은 사고 현장을 천막으로 가린 채 영업을 강행하다 시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6월26일에는 이마트 분당점에서 고객의 차량이 주차장 외벽을 뚫고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분당점은 지상 4층부터 8층까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당시 사고로 건물 4층 외벽에 지름 2.5m가량의 구멍이 뚫렸다. 이로 인해 이마트는 주차장 외벽 안이 비어있는 7cm 두께의 베이스 패널로 부실시공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그러나 이마트 측은 “당시 사고는 고객이 역주행을 하고 브레이크를 밟지않은 상태에서 과속하다 벌어진 사고”라며 “사고가 난 주차장은 방지턱에 철재 가드레일, 경량 콘크리트로 된 외벽을 갖추고 있고 이는 건축법 등 관련법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해명했다. 
 
◆정용진발 안전대책 ‘공수표’ 였나

탄현점 사고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누차 강조하던 ‘사업장 내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각오에도 ‘구멍’을 만든 격이 됐다.

지난해 6월16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화재 발생 당시 정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리사가 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웠답니다. 안전 불감증이죠"라고 스스로 꼬집고는 “이참에 안전교육 챙겨봐야겠습니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이같은 각오를 피력한 지 불과 10여일 만에 이마트 본점에서 또 다시 화재사고가 났다. 특히 신세계 본점과 이마트 본점의 화재 경위가 거의 비슷했다.

이마트 성수점의 화재가 개점 전 씨푸드 레스토랑 조리사가 튀김용 프라이팬을 부주의하게 다루며 불똥이 튀면서 발생했던 것처럼, 신세계백화점 본점사고 역시 개점 전 11층 중식당에서 조리사가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사이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결국 연이은 사고로 인해 정 부회장은 안전교육을 챙기겠다고 공언해놓고 10여일 만에 ‘공수표’를 날렸다는 비난에 부딪혀야 했다. 이번 탄현점 사고 역시 지난 5월 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된 후, 이마트에 대한 독립적인 경영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정 부회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