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자료에 기재된 정확한 기업명은 ‘광동제약주식회사’. ‘한방과학화를 창업이념으로 독창적인 의약품개발과 우수한 기술도입을 통해 국민보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1963년 10월16일에 설립되었다’고 나와 있다. 즉, 상호명답게 광동제약은 분명한 제약회사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선 광동제약을 제약사라기보다는 식품회사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 제약상품인 ‘우황청심원’보다는 ‘비타500’이나 ‘옥수수수염차’ 같은 음료제품에 대한 매출 포지션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 류승희 기자
◆치솟는 음료매출, 주력업종은 ‘식품’
현재 광동제약에서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의 매출은 전체매출에서 60%를 차지한다. 반면 청심원이나 감기약, 항암치료제 등의 제약상품 매출은 40%에 그치는 수준.
지난해 광동제약 전체 매출액(2894억원)에서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는 각각 28.7%(831억원)와 15.9%(461억원)로 두 제품을 합쳐 44.6%의 높은 매출비중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쌍화탕과 청심원이 각각 5%(141억원), 7%(205억원), 항암치료제인 독시플루리딘과 코포랑이 모두 2% 이하로 음료부문의 매출이 의약품을 압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광동제약은 이온음료 '아쿠아온'을 출시하며 이온음료 시장 장악에도 나섰다. 비타500으로 비타민 음료시장에서 재미를 봤고 차시장에서 옥수수수염차가 좋은 반응을 얻은데 힘입은 '자신감의 표현'인 듯하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커피 브랜드 '탐앤탐스'와 협력해 커피 유통업에도 진출한 전력이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매출의 절반 이상이 음료매출이라면 광동제약은 식품회사로 봐야한다. 그리고 업계에서 광동제약을 식품기업으로 취급한 지도 오래됐다”고 전했다.
광동제약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은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이 광동제약측에 '사명을 변경해 사업목표를 분명히 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로 이미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광동제약도 “사명변경 계획은 절대없다”는 입장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동제약은 정말 제약업 본연의 사업에는 '불성실한' 걸까?
◆신약 개발 중, 그러나 집중은 힘들다?
흔히 제약업체를 평가할 때 지속적인 신약개발과 그에 투자하는 연구개발(R&D) 내용을 많이 참조한다.
광동제약측은 이와 관련해 의약품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전사적인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60억원을 투자해 FDA 인정 수준의 의약품 생산 시설인 cGMP 설비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투자액으로는 국내 최고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 신제품 생산도 활발해 지난 3년 동안 30종(전문의약품 18종, 일반의약품 12종)의 신제품을 출시했고, 올해 전반기만 하더라도 고혈압치료제 등 전문의약품 4종과 일반의약품 6종을 출시했다”고 소개했다.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역시 올초 주주총회에서 “신약 연구 개발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어 올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난 2월 초 위염치료 개량신약 ‘에카렉스 현탁액’을 출시했을 뿐 광동제약이 치매치료제인 천연물 신약의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는 해도 더디고 현재 뚜렷한 출시 계획을 앞둔 신약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음료부문의 시장장악력이 예전에 비해 하락세에 다다른 만큼, 광동이 제약업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한때 비타민음료 시장의 70%를 차지했던 비타500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판매량만 해도 슈퍼 등 유통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비타500의 연매출액이 지난 2008년 736억원에서 2009년 630억원로 줄었고, 작년에는 617억원으로 매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유통영업과 약국영업을 합친 비타500의 작년 총 매출액(831억원) 역시 가장 판매 성적이 좋았던 지난 2005년 5억병을 팔며 매출 1200억원을 달성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29%나 감소한 수준이다.
옥수수수염차의 부진도 광동제약으로선 고민거리다. 지난 2008년 471억원에서 2009년 442억원으로 하락했고, 2010년 461억원으로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광동제약은 올 들어 음료분야의 사업에 더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전 ‘비타500’의 광고모델을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로 기용한 것을 비롯해 '옥수수수염차'에 인기 배우 현빈을, ‘힘찬하루 헛개차'엔 UFC 파이터 추성훈을 메인모델로 내세우며 식품분야의 매출강화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회사측 “우린 식품회사 아냐”
광동제약을 취재할 때 불문율이 하나 있다. ‘식품회사냐 제약회사냐’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광동제약 내부적으로는 식품회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크게 경계한다.
식품회사의 이미지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의 사명변경 권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굳게 닫았다.
최근 광동제약은 식품회사 이미지와 관련한 언론보도 행태에 공식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회사 정체성의 선택은 해당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광동제약의 경우 아무래도 조금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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