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이 피부의 적'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닌 만큼 누구나 자외선차단제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썬 로션, 썬 크림, 썬 스프레이, 썬 베이스, 썬 비비크림, 썬 팩트 등 그 종류 역시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혹시 여름 한철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높은 SPF 지수와 저렴한 가격의 자외선 차단제를 무심코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높은 SPF 지수, 과신하지 말자
피부가 햇빛에 노출되면 단파장인 UVB와 장파장인 UVA에 노출된다. 이때 인체에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바로 UVA다. UVB는 파장이 짧아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하고 과다하게 쬘 경우에만 화상·염증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UVA는 피부 깊숙한 진피까지 파고들어 콜라겐 섬유소와 결합조직에 손상을 줘 피부 노화를 가속화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피부암까지 유발시킬 수도 있다.
SPF 수치라는 것은 피부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UVA가 아닌 UV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UVA 차단 정도는 PA수치로 알 수 있다. 대개 +가 많을 수록 차단기능이 높아진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PA++ 정도가 적당하다). 즉 SPF 수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또한 SPF 지수가 15인 제품의 햇빛 차단 능력은 93.3%에 이르고, 차단 지수가 20인 제품은 96%, 차단 지수가 30인 제품은 97.4%, 차단 지수가 40인 제품은 97.5%에 이른다. 자외선 차단 지수가 15인 제품과 40인 제품 간의 햇빛 차단 능력 차이는 4.2%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SPF 지수의 차단제를 바르고 지나치게 안심해 태양에 보다 오랜 시간 노출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SPF 지수가 높든, 낮든 외출 시에는 자주 발라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상 입는 것보다 자외선 차단제가 더 위험?
현재 SPF 지수 높이기 경쟁이 붙은 화장품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화학 성분의 차단제는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방식이 아닌 피부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자외선을 막는다. 그런데 이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서 입게 되는 화상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차단제가 자외선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피부 세포의 분자 배열에 변화가 일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광독성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자외선 차단제에 보편적으로 들어있는 성분인 '~신나메이트'(~Cinnamate), '옥시벤존'(oxybenzone), '벤조페논'(benzophenone) 등은 비교적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돼 알레르기와 면역체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모유에서 이 옥시벤존이 발견돼 태아와 신생아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화학 성분 자외선 차단제의 위험성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햇빛에 의한 화상을 막으려다 더 큰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천연 자외선 차단제도 '나노화되면 위험!'
그렇다면 천연성분의 자외선 차단 제품은 어떨까. 천연 화장품회사의 자외선 차단 제품은 미세한 입자의 색소가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산란하는 방법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물리적 방식을 택한다. 이때 대개 사용되는 성분은 티타늄 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 이산화 티탄)와 징크 옥사이드(zinc oxide, 산화 아연)인데, 앞서 본 화학성분과 비교했을 때 부작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UVA로부터 피부를 강력하게 보호해주기도 한다.
다만 발림성을 좋게 하고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 성분들을 나노화 하면 자외선을 흡수하고 빛을 받으면서 그 성질이 바뀌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부, 폐, 소화기를 통해 몸에 흡수돼 혈관까지 들어가 장기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천연 성분의 물리적 차단제라도 나노화 된 것을 사용할 경우 햇빛에 의한 화상을 막으려다 더 큰 질병을 얻을 수 있다.
'백탁'이 있어야 오히려 안전
많은 이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피부에 발랐을 때 백탁 현상(피부가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있는 제품은 피하려 한다. 백탁이 없을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말 안전한 천연 자외선 차단제는 백탁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는 천연 자외선 차단제의 주성분인 티타늄 디옥사이드와 징크 옥사이드가 하얀색 가루 제형이면서 피부 속에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 성분의 물리적 차단제에서 백탁 현상을 줄이려면 이 성분들을 나노화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했던 위험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백탁 현상 없이 매끈하게 스며드는 자외선 차단제는 화학 성분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앞서 살펴보았듯 성분자체도 위험할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자외선 차단 능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화학 성분의 자외선 차단제는 일단 자외선을 흡수하고 그것을 열에너지로 전환시켜 배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외선 차단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다.
어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야 할까
만약 자외선 차단제가 햇빛으로 인한 화상이나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완벽하게 예방해주고, 수시간이 지나도 피부에 효과적으로 남아 있으면서 자외선에 의해 분해됐을 때 해로운 성분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없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올바로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SPF 수치가 아닌 성분을 보고 골라야 한다. 옥시벤존, 벤조페논(일부), ~신나메이트 등 유해 화학성분이 들어있진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② 티타늄 디옥사이드, 징크 옥사이드와 같은 물리적 성분이 들어있다면 나노화가 되진 않았는지 알아봐야 한다.
③ 그 어떤 자외선 차단제도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옷과 모자, 그늘 등으로 피부를 가려서 직접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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