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는 산악국가인 대한민국. 그 옹골찬 국토 중에서도 '영평정', 즉 강원도의 '영월 평창 정선'은 우리나라 최고의 산악지대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남한강 상류인 동강은 우리나라 대표 산골인 이 영평정의 오지마을들을 굽이돌며 적시고 지나는데, 흔히 이곳을 '국토의 오장육부'라 부른다. 이렇듯 사행천으로 굽이돌아 가는 동강의 장엄한 광경을 한 마리 매처럼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 바로 동강 백운산이다.

동강이라 하면 영월이나 정선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험한 석회암 절벽을 끼고 굽이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행천인 동강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도 적시고 지나간다. 동강 중류에 속하는 평창 미탄면 마하리가 그곳이다.

눈과 가슴이 시원해지는 '동강 전망대'

마하리 문희마을 뒤에 솟아 있는 백운산(883m)은 석회암 뼝대(벼랑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를 굽이치며 휘돌아가는 동강을 내려다보는 가장 좋은 전망대다. 정상에서부터 대여섯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동안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매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조망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백운산 산행 들머리는 일반적으로 정선 운치리 점재마을이 인기 있지만, 평창 마하리 문희마을에서 시작하는 원점회귀 코스도 괜찮다. 백운산 산길은 문희마을 맨 위쪽에 자리 잡은 백운산방 바로 아래의 갈림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짙은 숲길을 10분쯤 오르면 삼거리. 이곳엔 '←정상 3.2km, →정상 1.1km'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구름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른쪽은 정상 부근의 남서릉으로 바로 올라선다. 오른쪽 길은 왼쪽에 비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시간을 40분 이상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문희마을에서 오르는 대부분 등산인들은 오른쪽 길을 따른다. 이렇게 오른쪽 길로 1시간쯤 더 걸으면 백운산 정상에 닿는다.

명성대로 백운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일품이다. 잘 그린 열두폭 산수화 병풍을 펼친 듯한 풍광이 발 아래 펼쳐지는 것이다. 산태극수태극, 궁궁을을 등등 산줄기를 휘감고 흘러가는 물돌이동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수식을 여기에 한꺼번에 써도 부족할 지경이다.

산길이 가파르고 위험하긴 해도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이라 주말엔 백운산 정상이 매우 북적거린다. 따라서 간식이나 점심은 정상에서 남서릉으로 내려서면서 적당한 공터에 자리 잡고 해결하는 게 좋다. 이 부근을 벗어나면 능선의 산길은 서너명 쉴 공간조차 허락지 않을 정도로 험해진다.


정상에서 칠족령으로 뻗은 남서릉(칠족령 능선)의 조망은 정말 좋다. 칼날같이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아슬아슬 넘다보면 동강이 빤히 뵈는 왼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군데군데 위험 구간도 많고 가파르다. 동강 조망에 너무 정신을 빼앗기면 실족할 수 있으니 감상하려면 반드시 걸음을 멈춰야 한다. 비가 오거나 그친 뒤 산길은 더 미끄러워져 아주 위험하다. 위험한 구간엔 밧줄이나 계단이 설치돼 있어 예전보다는 조금 안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칠족령 200m 전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문희마을(1.4km)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잘 봐둔다. 칠족령엔 가난한 선비와 그가 기르던 개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고개 남쪽의 정선 제장마을에 옻칠로 연명하던 가난한 선비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선비가 기르던 개가 발에 옻을 묻혀 사라졌다. 개를 찾기 위해 옻 발자국을 따라가던 선비는 이곳에 올라 감탄하며 넋을 잃었다. 금강산 못지않은 경치의 동강 물굽이 때문이었다. 그 뒤 선비는 옻 발자국을 따라가며 길을 내고는 옻 칠(漆)자, 발 족(足)자를 써서 칠족령이라 했다고 전한다.


노약자는 문희마을~칠족령전망대 왕복만으로도 충분

칠족령에서 20m 거리에 있는 '칠족령 전망대'는 동강을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멋이 아주 뛰어난 곳이다. 뼝대를 휘돌아가는 동강의 물굽이 풍광이 장관. 제장마을이 손에 잡힐 듯하고, 소사마을, 연포마을 등 강마을들이 그리움처럼 눈망울에 맺힌다. 이곳은 주말에도 사람의 발길이 그다지 많지 않아 호젓한 편이다.

칠족령에서 '하늘벽 유리다리' 이정표를 따르면 정선 연포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만약 '하늘벽 유리다리'를 구경하더라도 평창 문희마을로 원점 회귀하려면 반드시 칠족령 갈림길로 되돌아와야 한다. 칠족령에서 문희마을까지의 산길은 아주 부드럽다. 완만한 경사의 숲속 오솔길이라 전망은 없어도 콧노래 절로 나올 정도로 편안하다. 도중에 돌탑 두개가 서있는 성터도 지난다.

정선과 평창 사이에 솟은 동강 백운산은 전체적으로 산길이 매우 험하다. 따라서 노약자나 초보자는 산행을 피하는 게 좋다. 경험자라도 비가 온 후엔 눈길처럼 미끄러우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정상에서 칠족령 방향으로 내려서기 때문에 주말에 붐빌 때 역 방향으로 올라가면 좁은 외길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고생한다. 만약 노약자 낀 일행과 동강 풍치를 즐기려면 문희마을에서 칠족령전망대까지만 다녀오면 된다. 백운산은 산길에 샘이 없다. 따라서 산행 전에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갈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평창 문희마을~정상~칠족령~문희마을 원점회귀 코스가 4~5시간 소요. 문희마을~칠족령전망대는 1.7km로 왕복 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여행수첩

●교통 영동고속도로→새말 나들목(우회전)→42번 국도(평창 방면)→안흥→방림→31번 국도→평창→42번 국도(정선 방면)→미탄→한탄리→평창동강로→마하리 문희마을 <수도권 기준 3시간 30분 소요>
●숙식 문희마을엔 문희농박(033-333-9435), 동강산장(033-333-9509), 두룬산방(033-334-0920), 뜨라래펜션(033-333-6600) 등의 민박집이 있다. 여름 휴가철엔 작은방 4~5만원, 큰방 10~15만원 내외. 동강산장에서 운영하는 동굴마트는 문희마을의 유일한 가겟방이다. 웬만한 생필품은 대부분 갖추고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 식사도 차려준다. 백반 6000원. 마하본동엔 편의점인 동강마트(033-334-4564)가 있다.

●별미 문희마을 들어서는 길목인 미탄면 기화리에 기화송어양어장(033-332-6277), 마하리 마하본동에 강촌매운탕(033-332-9999) 등의 송어횟집이 있다. 송어 1kg에 3만원.

●참조 평창군청 대표전화 033-33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