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에도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IB 활성화에 대한 청사진을 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한 소위 '빅5 증권사'들은 대형 IB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다각도로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6일 산업, 시장, 기업, 투자자 등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4개 분야에 걸친 477개 법조항 가운데 40%에 달하는 190여 개를 신설하거나 고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중 증권업계가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에 IB 업무를 허용하도록 한 내용이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에 집중된 증권산업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놓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와 증권사의 오랜 바람이 담긴 의미 있는 개정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맞춰 증권사들도 대형 IB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자본 규모로 봤을 때 IB가 가능한 유력 증권사는 대우증권(3월말 기준 자기자본 2조8632억원), 삼성증권(2조7986억원), 현대증권(2조6893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204억원) 등 국내 상위 5개 증권사다.

이들 5개 증권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현지 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I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일부 증권사는 이번 개정안발표와 함께 관련 업무를 개편하거나 강화한 상황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존 equity-finance팀의 명칭을 7월말부터 프라임 브로커리지팀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며 "ATS(대체거래시스템) TF팀도 구성해 해외사례를 연구 분석 중이다"고 전했다. 프라임브로커리지, ATS 등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다.

특히 증권사들은 IB로 가기 위한 일차 관문인 자기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다.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늘리기 위해선 M&A, 유상증자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영업이익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려 자본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단 내부유보금을 활용하려면 금융당국이 자본요건 충족 기간을 2011회계연도 결산 이후로 미뤄줘야 한다. 따라서 해당 증권사들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여러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3조원을 충족하는 시점이나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 대상으로 올려놓고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도 증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내부유보금을 활용할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다각도로 모색 중이란 입장을 전했다.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한 금융위안이 8월 말 확정되면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사전 점검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나 중순에 정부안이 확정될 전망이다. 만약 올해 중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 6월 말 자격 조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IB로 활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