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맥대전’이 임박했다.”

국내 주류시장의 지형이 크게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대 주류업체들이 최근 계열사 통합에 적극 나서면서 하반기 치열한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경쟁의 중심엔 하이트진로그룹과 롯데그룹이 있다. 하이트진로가 오는 9월 합병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가운데, 롯데가 주류계열 3사를 오는 10월 통합키로 하자 향후 주류업계 판도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술판’을 뒤엎을만한 최대 변수는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이다. 롯데가 맥주 제조를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어 조만간 사업진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종을 통합한 ‘하이트진로 vs 롯데’의 양강체제로 주류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맥주와 소주를 섞은 통합 마케팅이 맞붙는, 이른바 ‘소맥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소맥 지존’ 하이트진로, 통합 시너지 기대
‘국민酒’ 소주와 맥주가 드디어 ‘한집살림’을 하게 됐다. 국내 1위의 대형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가 오는 9월 통합 법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갖고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계약 안건을 참석 주주의 98.7%와 99.8%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승인했다. 합병을 반대한 주식매수청구액이 600억원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감도 높다. 이로써 2010년 기준 연매출 1조7279억원이 넘는 ‘주류공룡’이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두 회사의 합병은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한 2005년 이후 6년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그동안 고충을 겪었던 하이트와 진로의 영업망을 묶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합병으로 하이트진로는 마케팅 비용과 원가 절감 등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닌 주류사업간 시너지 확대를 노리고 있다. 2014년엔 매출 2조2049억원을 달성해 외형을 확대하는 한편 내실경영을 다져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그렇게 되면 8조원인 국내 술시장의 4분의 1을 장악하는 주류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회사는 유휴자산 매각과 부채상환에 나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울산물류센터를 34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서울 서초동 구 본사사옥과 부속 토지를 대유에이텍에 203억원을 받고 팔기로 했다. 

통합에 대비한 조직 정비작업도 마쳤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구매, 해외사업, 정보기술(IT), 홍보 등의 조직을 합쳤고, 이달 초 두 회사의 마케팅팀을 ‘마케팅통합실’로 통합·개편함으로써 조직 통합을 마무리했다. 앞서 4월엔 김인규 하이트맥주 부사장과 이남수 진로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해 합병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취임간담회에서 두 사장은 ‘소맥’ 폭탄주 러브샷을 연출할 정도로 하이트-진로의 통합 의지를 다졌다.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은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랜 포석의 일환이다. 공정위의 족쇄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주류가 진로를 추격하고 있고, 하이트는 오비맥주의 공세를 받아왔다. 그동안 하이트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57.5%에서 지난 1분기 53.4%로 하락했다. 진로도 2009년 55.6%에서 2010년 48.9%로 부진했다.

따라서 하이트진로가 합병 이후 절감되는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하고 ‘통합 영업’이 안착하면 시장경쟁력을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가 마케팅 비용을 10% 절감하면 4.8%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있다”면서 “재무구조 개선도 긍정적이고 마케팅이 공격성을 갖추게 돼 리딩기업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맥 다크호스’ 롯데, 도전장 내밀듯

통합 하이트진로 출범과 맞물려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은 또 있다. 롯데는 그룹의 숙원인 맥주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주류 계열사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의 최근 행보는 곧 맥주사업 진출 포석으로 해석된다.

롯데는 지난달 27일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비지를 합병키로 결정했다. 음료와 주류가 주력인 두 회사의 연 매출은 작년 기준 1조7057억원에 달한다. 롯데 측은 “기존 제품 간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합병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를 롯데그룹이 맥주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3개로 분리된 주류 계열사의 업무영역을 서둘러 통합한 것은 9월 출범하는 통합 하이트진로를 견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목표는 ‘맥주 제조’를 향하고 있다. 롯데는 ‘처음처럼’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주류,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 ‘아사히맥주’ 수입·판매회사인 롯데아사히 등 3개사가 주류업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 부문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연내 맥주사업 진출을 위해 롯데가 주류부문 통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일련의 롯데 주류사 합병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올 초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 바통을 넘겨받은 신동빈 회장의 맥주사업 진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맥주사업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라며 “연내에 반드시 맥주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미 맥주사업에 관심을 쏟아왔다.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2009년 오비맥주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시장진출을 모색해 왔다. 최근 아사히맥주가 국내 수입맥주시장에서 하이네켄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제조면허가 없는 아사히맥주는 롯데 입장에선 아쉽다. 작년 6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지만 하이트맥주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 시나리오는 두가지다.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해 생산하거나 기존 맥주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이 있다. 그중 오비맥주 인수가 유력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오비맥주 최대주주 KKR이 재매각을 진행할 경우 신 부회장의 의지대로 롯데가 인수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는 수요가 많으면서 음료보다 물류비용이 적게 들어 롯데가 보기에 매력적이다. 오비맥주 등 기존 업체를 롯데가 인수할 경우 소주라인에서 이미 갖고 있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어 하이트진로를 추격하는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엄청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롯데의 맥주사업 행보가 조만간 그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