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노란이 되고 있다. 공정사회와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화두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그룹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통하지 않고도 회사를 급성장시키고,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게 됨으로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배우자나 자녀 등 특수관계자에게 자연스럽게 부(富)가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포괄적 의미의 증여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의 주가 상승분이나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나 법인세를 매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심도 깊게 분석해 과세요건과 이익을 계산하는 방법 등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해 올해 정기국회를 통해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경부가 검토 중인 과세 방식은 ▲주가상승분, 영업이익에 증여세 부과 ▲영업이익에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법인세 추가과세 등이다.

이어 조세연구원은 지난 5일 ‘특수관계 기업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방안’ 공청회를 갖고 지배주주(본인, 배우자, 친척) 지분이 3~5% 이상인 회사와 그룹 계열사 간 거래비중이 30% 등 일정비율을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행위로 보고 과세 대상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기여’도 증여

그렇다면 정부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로 보는 근거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증여에 대해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로 보는 근거는 바로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2003년 이전에는 민법상 증여와 그 외에 세법에 증여로 보는 사례를 열거하고 그 열거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증여세를 과세했다. 그러나 2004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열거주의에서 완전포괄주의로 증여세 과세원칙이 제정되면서 세법에 예시된 행위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행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즉 직접적으로 재산을 증여하거나, 증여받은 돈으로 재산을 취득한 것 등 직접적으로 준 것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증여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관계인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회사의 매출과 이익, 그리고 상장사의 경우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기여’를 했기 때문에 증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과세 적용 대상을 2004년 이익분까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4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포괄적 증여 개념을 도입한 만큼 이 시기에 맞춰서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증여세에 대해 완전포괄주의 과세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시기를 세법 개정시기와 맞추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단지 그동안 세법에는 이를 과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과세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여에 의한 증여, 개인도 대상

기여에 의해 재산가치가 증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세무당국에서는 기여에 따른 재산 증가에 대해서 과세를 해오고 있다.

미성년자 등 소득·수익·재산·연령 등으로 봐서 본인이 본인의 계산으로 재산 증식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여에 의한 증여로 보고 과세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중학생 자녀 명의로 2억원을 대출받아 임야를 구입하였는데 5년 내에 그 임야에서 온천수를 개발해 관할관청으로부터 지하수 개발권에 대한 허가를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자. 온천 개발로 인해 땅값이 폭등하여 30억원이 되었다. 그동안 온천을 개발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은 1억원이었고 통상적인 땅값 상승분은 2억원으로 평가된 경우 재산가치의 증가분은 25억원이 된다. 취득가액 2억원, 통상적인 가치 상승분 2억원, 그리고 온천 개발에 소요된 비용 1억원을 합한 금액을 현재 땅값 30억원에서 차감한 금액이다. 재산가치 증가액인 25억원은 취득가액과 통상적인 가치 상승분 그리고 실제 소요된 비용을 합한 금액인 5억원의 30%인 1억5000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재산가치 증가분에 해당하는 25억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게 된다.

또 부자(父子)가 1000평(평당 500만원씩 50억원)의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이 토지를 도로 쪽 토지는 아들 명의로, 도로 안쪽 토지는 아버지 명의로 500평씩 분할하면서 도로 쪽 토지 가격은 600만원으로 오르고 도로 안쪽 토지는 400만원으로 내렸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토지 분할로 인해 아들은 5억원(평당 100만원씩 500평)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추가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기여’의 기준은

문제는 어디까지를 기여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특수관계인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기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 기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매출이 좋은 상권에 직영점을 운영하다가 은퇴하는 직원 B씨에게 영업권을 양도했다면 이 또한 기여로 볼 수 있다.

또한 검사나 판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해 재직하던 법원과 관련된 재판을 수주하는 전관예우도 보기에 따라 기여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산증식에서 기여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고 세무공무원의 판단에 맡기게 된다면, 세무공무원의 권력이 너무 강해진다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과거처럼 열거식으로 할 경우에는 빠져나갈 편법이 난무할 수도 있다.

한 세무사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침이 중심이라면 과세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며 “명확한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세무공무원의 권력남용이 나타날 수 있는 공포스런 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