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에는 군대가 없다. 세계에서 최초로 법적으로 군대를 없앤 나라다. 정치적 격동지인 남미를 떠올리건데, 군대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나라 중 하나다. 풍부한 생태 자원을 이용한 관광산업 덕분이다. 생태관광, 지속가능한 관광을 이제 막 화두로 가지기 시작한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코스타리카는 놀라운 생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대서양에서 뜨는 해를 보고 저녁에 태평양에서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한반도의 1/4 면적에 전세계 생물종의 6%가 서식하는 나라. 코스타리카에 사는 새의 종류가 북미 전역의 새 종류보다 많을 정도이고, 중생대를 재현한 영화 <주라기 공원>의 촬영지가 코스타리카라는 것만으로도 그 환경적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컨퍼런스 참가 차 머물렀던 호텔 창밖으로 원숭이 들이 떼지어 돌아다녔고, 밀림 위를 줄에 매달려 날아가는 ‘카노피 투어’ 지역에서는 숱한 멸종위기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에코 호텔로 인증된 밀림 속 호텔 발코니에는 월풀 욕조가 설치되어 있는데, 캄캄한 밤에 그곳에 누워 밀림을 보면 마치 별빛들처럼 반딧불이 반짝였다. 온천수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흐르는 밀림 속 계곡은 그 자체로도 진풍경이지만, 그곳에 만들어진 노천 온천은, 돌로 곳곳에 물을 가두고 나무로 통로를 만든 것 이외에는 어떤 인공적인 설비도 없이 설계되어 있었다. 국립공원은 가이드 없이는 출입을 할 수가 없으며, 탐방로로 조성된 길 밖으로는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게 통제되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그 자연을 보고 즐기러 코스타리카에 오고, 코스타리카는 그것의 보존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전체 국토의 25%가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엄격히 개발과 출입이 제한된 국립공원이 11%, 기타 보존지역이 7%를 차지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사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지역이 국토 면적의 7%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적으로 보존되는 지역들은 대부분 관광사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이익으로 땅을 사들여 보존하는 지역이다. 사업자들 역시 보존된 자연의 가치가 자신의 비즈니스와 직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때문이다. 모두가 관광을 통해 지역과 환경을 살린다고, 꿈으로만 꾸어왔던 그것이, 코스타리카에서는 훌륭하게 구현되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그 모든 결과는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과 시행착오의 결과다. 코스타리카에는 CST(Certificate for Sustainable Tourism)라는 지속가능한 관광 인증제도가 있어,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광에도 윤리적인 기준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값비싼 호텔에 머물면서도 마음이 그리 편할 수 있었던 것은, 재생가능에너지가 99%를 차지하도록 만들어온 그 집요한 국가적 환경정책의 결과다. 에코 호텔은 커녕, 에코 정책을 가진 호텔도 찾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서, 먼 나라 코스타리카가 지금도 한없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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