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먼저냐, 종목이 먼저냐.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종종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는 게 정답이다. 단, 둘 중 우선순위를 두는 데 있어선 시각차가 존재하기 마련. 그리고 누구의 의견이 옳고 그른 것인지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이와 관련 엄준호 키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각 종목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 앞서 시장 흐름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IMF금융위기 때 증권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고 주식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바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엄 팀장은 1998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이코노미스트로 증권맨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한국투신운용, 마이어자산운용, 튜브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신설될 키움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 류승희 기자
여러 금융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이 펀드매니저라 느꼈고, 키움자산운용의 대표펀드 운용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키움자산운용에서도 펀드를 운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시장 흐름이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경제를 비롯해 국내 증시가 심각하게 침체돼 있을수록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선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장을 거스르지 말라

"펀드매니저가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갖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시장에 거스르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투자철학을 묻는 질문에 엄 팀장이 단호하게 던진 답변이다.


그는 "대부분 매니저들이 기업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투자를 위해선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큰 틀에서 시장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막연한 주장이 아닌 쓰라린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엄 팀장은 "10년 전 가장 유망할 것으로 추천했던 기업이 한국통신(현 KT)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기업의 주가가 무섭게 떨어져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1년 IT붐이 꺼질 때였는데 아무리 좋은 기업도 시장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시장이 정말 무서운 곳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현 시장상황에 대해서도 섣불리 판단하고 예측해선 안 된다는 충고도 했다. 엄 팀장은 "일부에선 주가 바닥설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데 함부로 예단해선 안 된다"며 "유럽과  미국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대안이 나왔을 때가 바닥이라 보면 된다. 따라서 시장을 조금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래도 짧게는 3분기 안에 어느 정도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을까란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 본다"며 "당연히 가격이 싸진 주식은 사야 할 시점이고, 향후 있을 문제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 

기업을 판단하는 데 있어선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엄 팀장의 생각이다. 건전한 재무구조와 주가의 저평가 여부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얘기이다. 다른 기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성장성이 없다면 투자가치가 없다는 것.

엄 팀장은 "궁극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며 "다만 성장성이 수반된 회사는 리스크가 따르게 돼있으므로 어느 정도 보수적인 경영이 이뤄지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가장 주목하는 기업으로 OCI를 꼽았다. 비록 올해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이 애를 먹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놓쳐선 안 될 기업이기 때문이다.

엄 팀장은 "투자자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테마가 바로 에너지인데 이와 관련해 가장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OCI"라며 "수급상의 문제까지 동반되면서 주가가 급등락 했지만 오히려 지금이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펀드투자에 있어 적립식투자와 자산배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엄 팀장은 "지금의 위기를 지나고 나면 3~4년간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래를 대비해 조금씩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적립 비중을 늘리고, 주가가 오를 때는 비중을 줄이는 유연한 대응도 중요하다.

또 그는 "펀드를 사고파는 것 뿐 아니라 배분을 잘 하는 게 진정한 재테크 실력"이라며 "자신의 투자성향과 자산규모 등에 맞춰 여러 유형별로 분산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랩과 펀드 사이에서 갈등된다면

종종 투자자들이 랩과 펀드 중 어느 곳에 투자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랩에 투자하자니 리스크가 부담이 되고, 펀드에 투자하자니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키움자산운용의 '키움승부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은 랩과 펀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로 평가된다.

엄 팀장은 "경기순환국면 별로 이익이 급증하는 모멘텀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면에 잘 어울리는 업종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며 "단 특정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선점해서 주식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매니저의 일이라 생각하고, 그런 차원에서 설계한 게 키움승부펀드"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펀드는 업계에서 우위에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수종 기업에 고루 투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엄 팀장은 "로우 리스크, 미들 리턴(Low Risk, Middle Return)이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이라 생각한다"며 "랩과 펀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