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서 투표에 참여하라는 지침을 주셨습니다.”

‘거꾸로 타는 보일로’로 유명한 귀뚜라미그룹의 최진민 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글로 인해 사면초가에 처했다. 최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사원들에게 “빨갱이들의 행패는 표로 제압해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가 검찰에 고발당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3일 사내 인트라넷에 ‘회장님 메일 공지’라는 설명과 함께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라는 제목의 글이 공지되면서부터다. 최 회장은 이 글을 통해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며 좌파에 의해 완전 점령당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같은 날 '공짜근성=거지근성' 이라는 두 번째 공지를 통해서도 사실상의 지침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전 직원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류승희 기자
 
귀뚜라미 측은 이에 대해 “회장님이 직접 쓰신 글이 아니다. 지인이 보낸 글을 최 회장께서 보시고 사원들도 읽어보라고 해 직원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시행된지 10여일이 지났고 최 회장의 발언 논란도 일단락될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최 회장을 겨냥한 ‘안티 귀뚜라미’ 분위기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특히 정치권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의 갈등에 교묘히 휘말린데다 ‘빨갱이 발언’ 이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귀뚜라미보일러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이번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진보신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귀뚜라미, 거꾸로 타는 보일러 히트쳤다고 생각도 거꾸로여서야...”라며 원색적으로 최 회장을 비난했고 앞서 8월19일에는 특정안 지지를 유도한 최 회장을 주민투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귀뚜라미 보일러에 대한 불매운동을 계획 중이고 인터넷 상에서는 불매운동을 위한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여기에 김인규 KBS 사장이 최 회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발언 파문을 뉴스에서 빼달라고 보도국에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마저 최 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놓고서도, 회사 직원을 마치 자신이 부리는 하인처럼 대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직원들의 이념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이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대한민국기술대상 시상식'에서 산업기술진흥 유공자 기술진흥부문의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던 최진민 회장. 40년간 냉난방 산업 발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단 한번의 '말 실수'로 자신의 경영인생에서 최고로 곤혹스런 가을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