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KB, 우리, 신한 등 금융지주 CEO 3인의 행보는 남달랐다.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을 경영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주가로도 평가받는 CEO로써 경영에 책임을 지고 주가를 부양시키겠다는 각오의 표현으로 현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
하지만 요동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증시하락으로 인해 이들 금융지주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자사주 반등을 시도하는 지주 회장들의 행보가 눈물겨운 이유다.
당시 가장 많은 수량을 매수한 것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이다. 어 회장은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8월4일(주당 5만700원)과 5일(4만9250원), 10일(4만4100원) 세차례에 걸쳐 1만2560주를 사들였다.
뒤이어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8월5일 2000주(1만2950원)를 매입한 데 이어 8월8일 1000주(1만2800원)를 추가 매입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10일 2000주(4만5900원)를 매입했다.
그러나 금융지주 회장 3인의 주식투자를 보면 문득 이런 옛말이 떠오른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님'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수익이 이렇게 저조한 것은 정말 중이 제 머리 못 깎기 때문일까?
◇ 금융지주 회장 3인의 자사주 수익률은?
그룹 총수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보통 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액션이다. 자사의 주가가 낮게 평가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등시키려는 것이다. 신한지주, KB지주, 우리금융의 지주 회장들 역시 '빠지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충실히 매입했다.
지금까지 자사주를 가장 많이 매입한 것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8년 6월 취임 이후 같은 해 9월 말부터 올해 8월8일까지 총 19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보유한 주식은 총 5만6000주. 취득가액은 6억8408만7000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의 9월9일 종가는 주당 1만50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낮다. 될 듯 말 듯한 민영화 문제로 주가가 쉽사리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저평가된 주가를 띄우기 위한 강력한 자구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19차례 매입하면서 종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수한 것은 단 3차례뿐이다. 자사주 매입 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이 회장 개인적으로 본다면 그만큼 안정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9월9일 현재 평가금액은 5억6280만원으로 1억2000여만원의 손해를 봤다. 평균 수익률은 -17.7%로 저조한 편이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단기간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3월 취임한 한 회장은 5월 첫 매수를 시작으로 8월10일까지 4개월 간 총 6차례 자사주를 취득했다. 1만2430주를 보유한 한 회장의 취득가액은 5억9106만5800원이다. 6번 취득 중 4차례 저가 매수에 성공했다. 평균 수익률은 -12.8%로 9월9일 현재 7000여만원의 손실을 봤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총 3만770주. 자사주 매입을 위해 들어간 현금만 15억3679만원이다. 어 회장은 2010년 9월 말 첫 매수를 시작해 총 11번 자사주를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어 회장의 투자성향은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11번의 자사주 매입 중 6차례나 종가보다 높은 금액에 매수한 것. 단기매매 스타일로 보면 완전 '빵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어 회장은 매수호가가 높더라도 급하게 매수하는 스타일"이라며 "매수호가보다 100~200원 높더라도 빨리 매입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탓일까. 어 회장은 9월9일 현재 무려 3억여원 손실을 봤다. 평균 수익률도 -19.6%로 3개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저조하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라는 큰 책임을 떠안은 회장으로서 몇억원 정도의 손실에 크게 좌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실현 손실(현금화 하지 않은 주식)이기 때문에 아직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 대신 김종열 사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김 사장은 8월9일 주식 2000주를 주당 3만3650원(9일 종가 3만4600원)에 매입했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은 이미 16만6500주를 가지고 있어 지주사 회장들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했다"며 "당분간 김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금융지주 회장의 투자 자문은?
이들의 투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논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자사의 증권회사에서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본인이 매입 여부를 판단하며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한 지점과 투자 상담을 한다. 한 회장도 마찬가지로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어윤대 회장은 경제학자 출신답게 별도의 상담 없이 본인이 알아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지주 관계자는 "어 회장 본인이 다른 누구보다 경제에 해박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 상담은 받지 않는다"며 "자사주 취득의 목적이 개인의 수익에 관계없이 투자자에게 책임 경영 의지를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회장님들 수익률 플러스로 돌아설 시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자사의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지만 매입 이후 주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몇차례 되지 않았다. 결국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재무구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지주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유럽 재정위기 가능성 부각으로 은행주가 급락하면서 지주의 주가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융주도 반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승준 HMC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신호를 줄 수 있지만 투자 방향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며 "재무 데이터에 근거해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회사의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는 것은 투자자들도 모두 안다"며 "금융지주 회사의 주가가 쉽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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