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발원지는 유럽이다. 그리스는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위기에 처한 국가의 채권을 들고 있는 유럽계 은행에 '중대 사태'가 터질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번져 나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사태만으로도 이미 각국 경제지표와 증시가 난도질당하고 있는 판이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은행위기는 리먼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정치권은 여전히 망가진 경제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혹자는 합의는 멀고 공포는 가깝다고 한다. 섣불리 지원에 나섰다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까 하는 두려움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다.
그나마 내놓았던 정책의 효과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상황은 지난달 우려되던 데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달 중하순 유럽과 미국에서 획기적인 '무엇'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 탈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변동성, 증시 넘어 환율시장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폭락장 이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탈아시아 현상에서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벌써 7주째다. 이달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됐다는 데서 매도 심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유럽계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총 5조9245억원 가운데 70% 이상이 룩셈부르크(1조2629억원), 프랑스(1조894억원), 케이만아일랜드(1조117억원) 등 유럽계 자금이었다.
8월 말 현재 유럽계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110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전체 보유 시가총액의 3분의1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지금의 자금 이탈은 전초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자금 이탈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원/달러 환율마저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급감한 데다 유로화 약세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도 촉매가 됐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은 주식시장에 이어 환율시장으로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환차익 매력이 사라지는 만큼 자금 이탈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논리다.
폭락장에서 선방하며 증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원화강세 수혜 내수주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 있다. 내수주는 국내 경기가 안정적일 때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는 수혜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의심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추가 환율 급등을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일각에선 이미 연말 환율이 12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적 관점 필요…저점 분할 매수 고려해볼 만"
당분간은 변동성 확대에 주목하면서 보수적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해서 무조건 저가 추격 매수에 나섰다간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좀 더 적극적인 투자처를 찾자면 배당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변동성 측면만이 아니라 3분기 말이라는 시점에서도 배당주 강세를 기대해봄직하다.
2001년부터 산출한 배당지수는 7월 하반기 시작 이후 11월 말까지 주가가 선반영되면서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6월 말 이후 10월 중순까지 코스피 수익률을 1.6%포인트 웃돌고 11월 말까지 1.9%포인트, 9월 한달만 보면 0.6%포인트 웃돌았다.
변준호 연구원은 "올해에는 배당지수가 크게 부진했던 탓에 코스피 대비 평균 초과수익 흐름을 밑돌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배당주로는 KT&G, 신한지주, 한국가스공사 등이 꼽힌다.
증시 불확실성이 아직 큰 데다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면서 단계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코스피 전 저점인 1680선 아래로는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투자심리가 현저하게 위축된 것은 확실하다"며 "추이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면 실적개선 낙폭과대주가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된다. 이달 중하순 유럽과 미국에서 쓸 만한 정책이 나오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잦아들면 곧바로 3분기 실적 시즌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3분기 실적 기대치도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유, 자동차 등 실적이 우량한 낙폭과대주가 더 조명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선전했던 내수주라고 해서 안심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잖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환율 상황이나 물가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종목별 차별화가 본격화될 때가 됐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이 적은 만큼 지금까지의 추세를 유지하긴 하겠지만 주도주로 나서기보다는 시장 흐름에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에 따라 차별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