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 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8월에는 5.3%나 급등하여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었다. 8월의 급등은 집중호우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 영향이 있었다고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추세가 이미 대세이므로 물가의 고공행진은 꺾이기 힘들어 보인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28개월 만에 최고치인 4.0%를 기록하여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 상승 압력도 크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물가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떨어지고 이자 지출 증가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는 생활비 부담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게 된다.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식품가격, 에너지가격, 상품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을 추월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각종 물가인하를 통해 서민생활비 부담을 30% 절감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으며 2008년 3월부터는 52개 생필품의 가격지수를 매긴 이른바 'MB물가지수'의 집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올해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MB물가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평균 22.6% 오른 것으로 집계되었고, 무 172.7%, 배추 154.1%, 돼지고기 71.1%, 마늘 71%, 고등어는 62.2% 올랐다. 
 

 
세계 식량 수급을 살펴봐도 최근 세계식량기구(FAO)가 발표한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231포인트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여 26%나 높은 가격 수준을 기록하였다. 특히 곡물가격지수는 253 포인트로서 1년 전과 비교해 36% 높은 수준이다.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지수가 모두 상승하였다. 세계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증가하였지만 수요량의 증가로 재고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상 이변도 자주 나타나고 있어서 생산량의 변동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식품 가격이 안정화되기 힘든 상황에 개인으로서 대처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서울시 가계의 2008년 4대 지출비목은 식료품, 기타소비, 교육, 교통 등이며 이중에서 식료품 지출비중이 25.6%로 1위이다(‘서울시 가계의 소비구조 분석,’ 2011년 8월8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김범식). 식료품 지출 비중은 1990년에 비해서 6.0%p 줄어들긴 했지만 1990년 이래 변함없이 1위 지출비목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소득 증가에 비해 식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가계 소비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나리라 전망된다. 특히 가구주의 연령대가 60세 이상인 가구에서는 식료품 비중이 30.5%로 가장 높게 나타나서 노령화 시대가 진전됨에 따라 식료품 소비 부담이 커지는 가구가 늘어날 것이다.
 
또 표에서 보듯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식료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라는 측면에서도 식비 부담이 커지는 가구는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엥겔지수가 높은 일반 서민 가정일수록 식비를 절약하는 '식(食)테크'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식테크, 적은 돈으로 효과를 높이는 것


식(食)테크의 방향은 무조건 절약이 아니라 적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똑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되어야한다. 단백질 섭취를 예로 들자면, 식품 가격 당 단백질의 양은  '계란 > 닭고기 > 돼지고기 > 소고기' 순이다. 계란 55g 당 단백질이 7.1g 들어있고, 60g짜리 10개 가격을 2600원으로 가정하면 1g 단백질 섭취하는데 33.6원이 든다.

반면에 소고기 100g당 20.7g 단백질, 2kg 당 79,200원을 가정하면 1g 단백질 섭취하는데 191원이 든다. 계란에 비해 6배 정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돼지고기는 4~5배 정도 된다. 즉 똑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때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경제적이고,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 닭고기보다는 계란이 더 경제적이다.

계란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많은 개수의 계란을 먹지 않는 이상 염려 안 해도 된다. 정상적인 사람의 체내에는 100~120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는데 계란 한 개가 함유하고 있는 콜레스테롤의 양은 0.23g에 불과하며, 먹는 대로 체내에 쌓이는 것도 아니다. 하루 2개씩은 매일 먹어도 몸 안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계란에는 단백질과 더불어 미네랄이 풍부하여 근육 형성에 도움을 주며 콜린이라는 성분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치매를 예방한다. 그런데 국내의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20개 내외로 서구 국가들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며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비해서도 뒤쳐져 있다.
 
단백질 무게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단백질과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해주는 계란은 건강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식비 부담이 커지는 시대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권장할 만한 식품이다. 계란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다양하며 국이나 다른 음식에도 계란을 넣어 조리하는 방법도 많다.

우유 또한 고기 종류보다는 경제적인 단백질 섭취원으로서 소비를 더 많이 늘려도 좋을 식품이다. 우유에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서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우유 한 컵에는 성인 하루 단백질 권장량의 15~20%, 비타민 D의 25%, 칼슘의 25~38%가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는 잘 안 마시면서 영양학적으로 좋은 것 없이 인체에 안 좋은 성분이 들어있는 청량음료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유는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음식이다. 우유 100g에는 칼륨이 150mg이나 들어 있어 고혈압에 최고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 속의 칼슘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뇌졸중 발생 위험도 크게 줄여 주며 노년기의 골다공증 발병률을 줄여준다. 또한 우유 속 유당은 다른 당 보다 느리게 흡수되므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학회지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유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당뇨병 원인인 인슐린 기능 저하 현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0%나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밖에 동맥경화, 간장병, 위암 등에도 우유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퍼듀 대학, 테네시 대학 등의 연구팀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음도 밝힌바 있다.

육류 중에서는 오리고기를 권하고 싶다. 저렴한 가격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고기는 쫄깃한 맛에 많이 먹어도 체내에 잘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훌륭한 대체식품이 될 수 있다.
 
식물성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콩을 활용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역시 보다 적은 돈으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식물성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약간 빠져 있으므로 다른 보조식품을 조합하여 부족한 영양분을 보완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된다. 


 
◆알뜰하게 장보고 소비하는 것도 식테크
대형 마트 근처에 사는 것도 식품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대형 마트에서는 유통기간에 따라 식품의 재고를 줄이기 위하여 밤늦은 시간에 싼 값에 파는 경우들이 흔하므로 대형 마트로부터 도보 거리에 산다면 자주 알뜰하게 장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가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다닌다면 기름값이나 차비가 들기 때문에 절약의 의미가 줄어든다.
 
대형 마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사례로서,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영등포구청역에서는 반경 1km 범위 내에 국내 대형 할인마트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가 모두 있으며 코스트코까지 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신도림역에서는 불과 약 300m 거리에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있다.

아무리 식품을 알뜰하게 장보더라도 먹고 남아서 버리는 것이 있게 되면 절약의 효과가 반감된다. 적정량만 구입하거나, 싸게 사기 위해서 다량 구입하였다면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남은 재료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 냉동 보관 등 재료 종류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하였다가 다음에 사용해야한다. 그래도 먹다 남은 음식은 비빔밥, 볶음밥, 부침, 섞어찌개 등에 활용하여 알뜰하게 먹도록 한다.

가구주가 60세 미만인 가구에서는 월평균 외식비가 전체 식품 지출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므로 외식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출근 전 집에서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점심은 간단히 먹고, 퇴근 후 음주를 줄인다면 건강에도 좋고 식비도 줄어든다. 절약을 위해 도시락 싸가지고 직장에서 여럿이 둘러 앉아 점심 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TV에 방영된 적이 있지만 음식 냄새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직장 환경은 드물다.

그러나 샌드위치 정도라면 괜찮은 편이라서 집에서 샌드위치 싸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가족들의 외식 횟수를 줄이면서도 바깥에서 먹는 기분을 살리기 위해서 먹을거리를 싸가지고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난지한강공원처럼 취사와 바베큐가 가능한 곳에서는 직접 음식을 해 먹으면서 나들이를 즐길 수도 있다.

과거 인플레이션 시대에 비하여 농수산물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으므로 식비 줄이는 요령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의 입맛은 어려서 길들여진 것이 평생을 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려서부터 아이의 입맛을 건강에 좋으면서도 경제적인 식생활에 길들여 준다면 아이 장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