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보낸 하루가 안면(安眠)을 가져다주듯, 알찬 생애가 평온한 죽음을 가져다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죽음'에 관한 격언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와 같이 '평온한 죽음'이 하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훌륭한 삶 못지않게 아름다운 마지막(Well-ending)을 대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喪)·장례(葬禮)에 대한 준비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상조회사 가입자 절반(46.4%)이 '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의 상당수가 스스로 상조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본인' 명의로 가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가족화와 아파트 주거문화에 따라 과거처럼 집에서 상을 치르기 어려워지면서 상조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보험사들이 상조보험을 잇따라 내놓으며 상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생·손보 잇따라 상조시장 진출
 
교보생명이 지난 9월1일 출시한 '교보행복한준비보험'은 출시 2주 만에 1만2000여건이 판매될 정도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상조보험'도 6월까지 신규 계약 2만5000여건의 실적을 올렸다.
 
상조보험의 선구자격인 한화손해보험의 '카네이션 B&B상조보험'은 2008년 출시 이후 꾸준히 월 1000건 안팎이 판매되며 지난 6월 말 기준 4만2000여건을 돌파했다.
 
이와 같이 상조보험시장이 달궈지자 최근에는 상조회사와 손잡고 서비스를 제공했던 일부 보험사들이 아예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진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사들의 업무영역이 넓어지면서 상조회사 설립이 법적으로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첫 주자는 그린손해보험이다. 그린손보는 최근 우리상조개발 지분을 인수해 '그린우리상조'로 이름을 바꾸고 10월 상조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진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추산하는 상조시장의 규모는 약 6조~7조원대. 향후 10조원대 성장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장례 비용 vs 장례 서비스
 
상조보험이 이와같이 인기를 끈다고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팀장은 "보험소비자들은 상조보험(장례보험)이란 이름만 듣고 다 비슷한 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인지, 장례비용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상조보험은 크게 단순 제휴형 상품과 현물 지급형 상품으로 나뉜다. 단순 제휴형은 사망보험금으로 보험사와 제휴된 상조업체의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이며, 현물 지급형은 실제 사망보험금 대신 약정된 장례서비스를 현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보험사와 상조업체가 단순 제휴한 형태의 상조보험은 상조업체가 소비자에게 부실한 상조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강제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고, 막상 큰일이 닥치면 경황이 없는 소비자들이 장례 물품 구입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한화손보의 '카네이션 B&B상조보험'과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상조보험', LIG손해보험이 최근 선보인 'LIG가족안심상조보험'이 대표적인 현물 지급형 상조보험이다.
 
한화손보의 '카네이션 B&B상조보험'은 상해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전문 장례지도사와 도우미가 출동해 장례 상담 및 의전을 진행해주고, 계약자가 사전에 직접 설계한 상·장례용품을 현물로 제공한다.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상조보험'은 상조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받되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으로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LIG손해보험이 최근 선보인 'LIG가족안심상조보험'도 보험금 대신 장례서비스(장례지도사와 도우미, 차량과 각종 장례용품 등)를 현물로 직접 제공받을 수 있다.
 
장례비용 준비를 목적으로 한다면 생명보험사의 상조보험에 관심을 둘 만하다. 엄밀히 본다면 상조보험이라기보다는 장례비용을 준비할 수 있는 종신보험의 성격을 띈다.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제휴된 업체의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대한생명이 지난 6월부터 판매하는 '가족사랑준비보험'은 매달 3만~5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사망 시 10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아 유가족들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소액 상속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교보행복한준비보험'은 기존 상조부금과는 달리 보험료를 1회만 납입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이 지급돼 가입과 동시에 장례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만 75~80세 이후 가입 불가  
 
상조보험의 가입은 상품에 따라 만 75~80세 이하만 가능하다. 가입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고 가입했다고 해도 가입 후 1~2년이 안 돼 사망하는 경우 보장을 받을 수 없거나 제한되는 상품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상진 LIG손해보험 장기상품팀 과장은 "LIG가족안심상조보험은 가입하자마자 즉시 사망보장이 개시되지만 보험사에 따라 1~2년 내에 사망하는 경우 현물 대신 보험금으로만 지급 받을 수 있거나 보험금이 절반으로 깎이는 등의 조건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입 전 명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조보험의 다양한 특약도 비교해봐야 한다. 사망 전 큰 사고나 질병을 겪으며 중환자실 치료 등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망 전 보장'이나 제사비용 같은 '사망 후 추모비용' 등 필요에 따라 특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험료에 대한 비교도 필수다. 박종운 한화손보 마케팅전략팀 차장은 "보험사들이 적용하는 위험료율이 대개 비슷하지만 원칙적으로 보험료가 자유화돼 있으므로 (보장 내용 대비) 보험료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