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가 오랜만에 꿈틀거리고 있다. 환율,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여건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면서다.
 
지난 6일 전 세계를 뒤흔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사망 소식도 국내 IT주 재평가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부재'가 IT업황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얼어붙은 IT주 투자심리를 녹여줄 순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깜짝 실적…불황 속 기대감 모락모락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조원을 밑돌 것으로 우려됐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41조원과 영업이익 4조2000억원의 2011년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10월 들어 영업이익이 3조5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만으로도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3.96%,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2% 증가, 전년 동기 대비 13.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조8600억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 같은 해 4분기 3조원대에 턱걸이 하고 올 1분기 2조950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데 이어 4조원대를 회복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영업이익을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부문이 예상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도 화해 분위기 물씬

시장에선 4분기 실적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분위기다. 9월 한달간 환율효과로 이 정도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면 앞으로의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노 연구원은 "4분기에는 계절적으로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 영업이익이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환율 효과를 감안하면 기존 예상치보다 위쪽으로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애플과의 갈등도 어느 정도 완화될 전망이다. 잡스의 사망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연일 스마트폰 디자인과 기술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화해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동안의 협력관계를 감안하면 애플의 공세가 한풀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잡스 후임인 팀 쿡 현 CEO와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 사장이 미국을 방문 중인 만큼 극적인 조문을 통한 애플과의 화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애플이 대만, 일본 등의 반도체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부품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4S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보여줬던 혁신과 창의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오랜 파트너인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잡스 없는 애플'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구글과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시장지배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로열티 지급과 특허의 크로스 라이선싱에 동의하는 등 손을 잡으면서 애플은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4S를 두고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애플의 CEO 리스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도 긍정적…"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IT주 반등세가 시작될 조짐도 엿보인다. 끝 모르게 추락했던 반도체 경기도 지난달 중순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D램(1GB 1333㎒) 현물 가격은 지난달 16일 0.62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다. 낸드플래시(32GB) 현물값도 8월 중순 3.59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9월 말 3.9달러까지 올랐다.
 
원가 아래로 떨어진 가격 때문에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업체가 줄줄이 감산에 들어갔고 일부 업체에선 파산 가능성까지 나오는 것도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업황이 나빠지려면 아예 바닥까지 가는 것도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황에 따른 업계 구조조정 이후에는 경쟁력을 갖춘 국내 IT업계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는 여전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 등 글로벌 수요 위축이 실적과 주가를 옥죌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2위 PC 메이커인 델은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9%에서 1~5%로 낮추기도 했다.
 
애플이 추락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타격이 적잖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LCD 패널을 공급 중이다.
 
한 증권사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TV부문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주 수익원은 오히려 애플"이라며 "애플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LG디스플레이에는 그다지 득 될 것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도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게 되면 그만큼 실적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이라이콤은 애플에 백라이트유니트(BLU)를 공급하는 업체로 스마트폰 기기 확산으로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네스콘테크는 2차전지, 인터플렉스는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