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드타운과 어퍼 웨스트의 경계인 콜럼버스 서클에 세워진 55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 타임 워너 센터. 최고급 아파트와 사무실, 호텔, 방송국에 재즈 공연장, 레스토랑, 서점, 의류 잡화 매장 등의 복합 공간으로 꾸며진 이 건물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3층의 삼성 체험전시관이 그곳이다. 공식명칭은 ‘삼성 익스피리언스(Samsung Experience)’. 타임 워너 센터가 완공된 2004년에 같이 지어진 이래 이곳은 젊은층, 중장년층 할 것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로 늘 북적인다. 매년 50만명이 찾는다고 하니, 주 평균 1만여명이 들르는 셈이다.


현지 유력매체인 뉴욕타임즈는 이곳을 ‘체험마케팅의 표본’으로 호평했고 콜럼비아대에서도 정규과목에서 견학 필수코스로 삼았을 만큼 삼성 체험관의 현지 인기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명소’로까지 자리잡은 삼성 익스피리언스는 지난 8년간 어떻게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비결 1: 제품판매 ‘No' 오감만족 체험 ’Yes'
삼성 전시관의 성공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익스피리언스’라는 개념에 맞게 철저히 방문객들의 체험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스마트TV 3대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좌측에는 이 TV에서 활용가능한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TV 앱’ 코너가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은 어플을 일목요연하게 모아놓은 ‘스마트 허브’를 비롯해 스포츠, 영화, 음악, 소셜 등의 어플리케이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눈으로 확인가능하다. 

‘Product Support’ 코너의 경우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사용방법과 정보를 소파에 편안히 앉아 동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이 동영상은 삼성의 직원들이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영상물을 직접 제작한 것들로, 신제품이 나올 때 마다 수시로 업그레이드된다.


삼성의 주력제품인 갤럭시와 갤럭시 탭은 코너 곳곳에 진열대를 통해 체험할 수 있고, ‘Home Entertainment'에서는 모델하우스로 꾸며진 삼성의 생활가전 제품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밖에 ’Gaming' 코너에서는 게임환경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삼성의 제품들로 구현했고 'Photography'와 'Internet Lounge‘에서는 각각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을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픈 이후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원 민기 킴(29) 씨는 “처음 체험관이 개장했을 때만 해도 삼성이 이런 제품도 만드냐며 의아해 하는 뉴욕시민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최고급 사양은 무엇인지, 업그레이드 제품은 언제 나왔는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소개했다.

삼성 익스피리언스측에 따르면 이같은 체험마케팅의 효과로 실제 삼성 체험관의 방문객중 31%가 1년 이내 삼성 TV를 구입하고 있으며, 체험관 방문 후 삼성에 대한 호감도 및 긍정적 변화도 8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결2: 뉴요커와 호흡하는 ‘휴머니즘’
삼성 익스피어리언스의 인기를 높인 또 다른 요인으로 매주 열리는 ‘네트워크 이벤트’를 꼽을 수 있다. 각종 동호회 모임이나 자선행사, 공연 및 이벤트를 체험관에서 열어 방문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동호회원들에게 삼성제품을 소개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명 ‘입소문 마케팅’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애니필름 영화제, UN대사 초청 행사, 가수 본 조비 자선행사, 농구스타 매직존슨 자선행사, 투자가 설명회, 기자회견, 패션쇼, 학생 초청 행사, 무료 제품 체험 행사 등을 체험관에서 진행했다. 특히 뉴욕의 솔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뮤직 퍼포먼스 행사의 경우 수백명이 이곳을 찾아 체험관의 입장을 엄격히 통제했을 정도다.   

현재 네트워크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삼성 측에 신청해야 하는데, 삼성직원들 말로는 매주 각종 동호회나 모임, 단체 등으로부터 신청접수가 끊이지 않아 최종 참가단체를 선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직원 안젤로(34) 씨는 “통상 네트워크 이벤트에는 한 달에 50건이 넘게 신청이 들어온다”며 “모 야구 동호회의 경우, 한달 넘게 론칭 이벤트를 만들어달라고 졸라 난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네트워크 이벤트’를 중심으로한 입소문 마케팅 덕분에 삼성 익스피리언스에는 그동안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란 곡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가수 토니 베네트, CNN의 앵커 우먼 폴라 잔, 패티 해리스 뉴욕부시장,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원작자로 유명한 인기작가 앤 라이스,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등의 유명인사들이 방문했다.

◆비결3: 절묘한 지리적 위치

체험관 자리를 유리 외벽의 타임 워너빌딩을 선택했다는 점도 삼성 익스피어리언스의 성공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

타임 워너는 뉴요커들의 인기 휴식공간인 센트럴파크의 시작점이면서 쇼핑의 중심지인 5번가와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잡았다. 특히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콜럼부스 서클’의 경우 브로드웨이와 센트럴파크의 웨스트 및 사우스 등 세 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원형 광장으로 교통의 요지다. 맨해튼내 신축 건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콜럼버스 서클 앞에 있는 모던한 느낌의 타임 워너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타임스퀘어가 뉴욕의 심장부이지만 주로 관광객들 위주로 사람이 몰리는 반면, 타임 워너 센터 인근은 젊은층이 붐비는 ‘신 중심지’에 가까워 첨단기기에 민감한 젊은층과 주 소비층인 중년층의 왕래가 잦다는 점도 자연스레 삼성익스피리언스의 방문률을 높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삼성 익스피어리언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삼성 체험관 인근에 매장을 내겠다"며 콜럼부스 서클 인근에 점포를 열었을 정도다.   
 
 

△삼성과 소니의 동서(東西) 전쟁?
삼성 익스피리언스 VS 소니 원더테크놀로지 랩

공교롭게도 센트럴파크 정문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삼성 익스피리언스가, 동쪽에는 소니의 고객체험관인 ‘소니 원더테크놀로지 랩’이 자리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 익스피리언스가 위치한 타임 워너 건물에서 불과 오른쪽으로 3블럭, 아래로 4블럭만 가면 소니 원더테크놀로지 랩을 만날 수 있는 것. 

소니의 체험관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소니의 제품과 첨단 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신 기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거나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는 체험코너도 인기가 많다. 특히 72석 규모의 HDTV 무비극장에서는 4~10분 정도의 영상물이 상영돼 소니의 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기업’들의 대결과 관련, 뉴욕 현지에서는 삼성 익스피리언스에 가치를 더 두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7년 주말판에 실은 'Ideas and Trend' 칼럼을 통해 "뉴욕 타임워너 빌딩에 위치한 삼성전자 체험전시관인 '삼성익스피리언스'가 체험마케팅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다"며 사진과 함께 크게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 익스피리언스는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에게 체험을 통해 제품 활용법을 익히게 하는 등 독특한 체험 마케팅을 구사했다"며 "맨해튼의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전시관을 설치해 소비자들이 HD TV,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호평했다.

이와 함께 미국 콜럼비아대에서는 2007년 4월부터 기업 임원 및 브랜드 담당 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체험마케팅(Expereince Marketing)' 강의를 신설하고, 이 과정 중 삼성익스피리언스 방문을 필수 견학코스로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