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대한민국에서 포스트 잡스를 배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 IT산업의 멸망>의 저자 김인성 IT칼럼니스트로부터 급변하는 IT시장 판도와 한국 IT산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구글 능가하는 ‘국내판 안드로이드’, 못 만들 이유 없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지금처럼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데요.
▶아이폰4S가 발표된 후 실망하는 이들이 많았죠. 그런데 참 갑갑합니다. 그 불만의 내용을 들어보면 왜 디자인이 달라지지 않았느냐, 왜 화면이 커지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음성인식 기술 ‘Siri’라든지 클라우드 연동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음성인식 기술만 해도 잡스가 매킨토시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겁니다. 컴퓨터가 말을 알아듣게 됐는데, 그게 지금 됐는데 말입니다.
그게 아니어도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화 등에서는 최고예요. 그러니 잡스가 없어도, 애플이 상위 20%의 점유율을 공고히 하며 그 곳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금의 구조는 한동안 지속될 거라고 봅니다.
-구글이나 MS(마이크로소프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움직임이 빨라졌는데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이라든지 삼성과 MS의 제휴가 스마트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요?
▶사실 개별 스마트 디바이스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ios로 보자면 점유율 상으로는 안드로이드가 더 우세합니다. 앞으로도 안드로이드 진영은 50%를 넘어서 점유율은 계속 늘려갈 겁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마켓 내에서 하드웨어의 스펙 싸움이 격렬해지면서 수익률은 떨어지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과 MS의 제휴는 삼성의 다변화 전략의 일환일 뿐 시장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오픈 소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구글의 야욕’으로 바라보는 거죠. 오픈 소스라는 건 커뮤니티에서 개발 방향 등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은 원저작자일 뿐이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구글이 10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투자해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준겁니다.
류승희 기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삼성전자도 바다나 MS와 제휴라든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삼성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하다못해 배터리까지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는 세계 1등입니다. 애플과 같아지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계열화하자는 것 또한 제한된 상상력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은 전혀 다른 정체성의 회사니까요. 그런 면에서 삼성은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건 맞습니다. 굳이 그것이 삼성전자가 바다와 같은 자체OS 개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는 건 우려가 됩니다. 최근에도 노키아가 심비안이라는 OS를 오픈 소스로 개방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바다는 이미 노키아가 실패한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MS와 제휴를 비롯한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지만, 중심은 안드로이드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구글 것이 아닙니다. 오픈 소스 생태계에서는 삼성이 구글을 배제한 채 ‘삼성의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삼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보다 훨씬 우수한 ‘삼성 안드로이드’를 개발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 ‘스타 개발자’ 우린 왜 없나
-‘한국 IT산업의 위기’라고들 합니다. IT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금은 대기업들이 ‘위기’라는 단어를 엔지니어를 압박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 듯 합니다. ‘위기이니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라. 6개월짜리 프로젝트 2개월 만에 완수해야 한다. 밤 새워 개발해라.’
의외로 답은 쉽고 분명합니다. 위기를 극복할 주인공이 엔지니어라면, 이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죠.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한 보수를 받고, 창의력이 나올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을 세운 만큼 대접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먼저입니다. 대기업들에서 먼저 인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스타 개발자입니다. 애플만 하더라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디자인한 조나단 아이브가 스타 디자이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삼성전자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갤럭시S를 누가 개발했는지, 디자인은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기업의 이름이 먼저 오르내리고 오너가 먼저 조명됩니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개발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이런 스타 개발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야 구글을 넘어서는 국내판 안드로이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통신사 등 대기업들이 먼저 중소업체들과 파트너십이나 상생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이나 오픈 소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말로만 상생을 외치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지금의 상생 외침이 단지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끌어들여 대기업의 이름을 달고 서비스를 팔아 먹는 ‘기술 사냥’으로 흐르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의 기업문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직까지 갑을관계로 바라보는 등 상생 문화가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완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과 동등한 파트너 관계로 중소기업에게도 성과의 몫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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