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가격이야!(It’s the price, stupid)”
 
얼리 어답터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스마트 디바이스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저가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신 기능을 탑재한 고가의 스마트폰 대신 나에게 꼭 필요한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저가 브랜드에 눈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아마존에서 저가용 태블릿 PC를 선보이며 애플에 맞서는가 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LG전자 옵티머스원, 아이리버의 바닐라폰 등 보급형 스마트폰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 이제 승부는 ‘저가 시장’ 이다!   
 
지난 9월28일 아마존이 저가 태블릿 PC ‘킨들 파이어’를 선보였다. 가격은 199달러. 애플의 499달러와 비교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아마존은 전화기능이나 GPS 등 값비싼 기능을 쏙 빼고 제조 비용을 낮췄지만, 추정되는 제조 원가만 해도 250달러. 물론 아마존이 ‘밑지는’ 장사다. 하지만 아마존이 진짜 소비자들에게 팔고자 하는 건 태블릿 PC가 아니다. 1700만 곡의 노래와 100만권의 e북, 10만편의 영화와 TV프로그램 등 애플도 갖지 못한 방대한 콘텐츠가 이들의 진짜 상품이다. 저렴한 가격와 풍부한 콘텐츠를 무기로 아이폰 캐드 킬러로 급부상한 킨들 파이어는 최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마존의 급습(?)이 아니더라도 요즘 IT업계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가 저가로 넘어가는 단계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50%에 가까운 미국 등의 주요 시장과 달리,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은 1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니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이들 이머징 마켓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통신연구위원은 “이미 스마트 디바이스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차별화를 갖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따라서 향후 신흥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데 가격 경쟁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격 경쟁 격화, 부가가치 창출 고민해야
 
실제로 최근 애플은 아이폰3GS와 아이폰4 등 구형 모델을 중심으로 200달러 이하 저가 모델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내년 초 200달러 대의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설까지 솔솔 제기되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 역시 저가 브랜드 단말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보다 심화되는 조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이른바 ‘고객 맞춤형 스마트폰’으로 저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리버와 엔스퍼트 등 국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저가 태블릿 PC의 출시도 활발하다. 이들은 교육용이나 내비게이션 등 기능을 특화시켜 대기업이 차지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저가 시장의 활기가 스마트폰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박준호 비트레인 대표는 “아마존 킨들 파이어는 단말기 판매를 통한 수익률 보다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익률을 남기는 구조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만큼의 콘텐츠가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판매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나 아이리버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우 틈새 시장을 노린다 하더라도 한정된 기능에 단말기 기능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대표는 “업체들이 마진을 최대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시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시장의 흐름이 저가 브랜드들끼리의 가격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들 역시 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