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 최대 관심사는 외환은행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10% 초과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지주와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론스타에 강제매각을 명령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매각되는 외환은행 지분은 경쟁자 없이 하나금융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큰 산이 남아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 외환은행 주가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두고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막판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과연 '가격 재협상'이라는 관문을 넘어 김 회장의 숙원이 연내에 풀릴 수 있을까?
◇ 예상대로 하나금융이 인수?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계약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차지할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은행법상 징벌적 강제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함에 따라 하나금융의 인수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위가 징벌적 강제 매각처분을 내리면 론스타와 맺은 계약이 백지화되고 공개매각이 진행된다. 이렇게 된다면 하나금융으로서는 그동안의 쏟았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상황은 하나금융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하나금융은 1년 전 론스타와 외환은행 1주당 1만3390만원, 총 4조4059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이후 외환은행 주가가 올랐다면 하나금융에 이득이 됐겠지만 지금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10월21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660원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비싼 금액도 문제지만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가뜩이나 '먹튀'의혹으로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2조원이나 프리미엄을 얹어 론스타에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여론은 문제되지 않는다", "론스타와 물밑작업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내부에서는 가격인하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여론의 질책을 피하고 싼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의도다.
한 은행 관계자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계약이 유지되는 한 가격을 깎아줄 리 없을 것"이라며 "파는 쪽에서는 더 비싸게 팔아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나금융이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자산 면에서 하나금융의 211조원에 외환은행의 자산 98조를 합쳐 309조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자산 3위인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불과 20조원 차이로 접근할 수 있다.
또 외환은행 인수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외영업망을 구축하고 기업금융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해외지점망을 설립해 왔으나 영업망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도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외환은행으로서는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인력 감축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우려에 하나금융 측은 "합병이 아닌 듀얼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가 주장한 '외환은행'사명을 존속시키며 한 그룹 내에 두 개의 은행을 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김승유 회장 체제 하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HSBC'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나금융이 인수한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 등은 인수 이후 '하나은행' 이름으로 합병된 것이다.
당시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듯 외환은행 직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외환은행 노조, 국민주 방식 고려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징벌적 강제매각을!"
외환은행 노조가 금융위에 주장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먼저 자본적격성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도 이미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인정했듯 론스타의 자본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론스타가 일본의 한 골프장에 투자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황하얀 외환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난 만큼 하나금융과 맺은 매매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백지화된 상태에서 공개매각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헌 노조 전문위원은 "외환은행은 징벌적 매각으로 하나금융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 국민주 방식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모든 직원이 1000만원씩 투자해도 700억에 불과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동참할 생각"이라며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국내외 자본이 5~10%씩 지분을 나눠서 소유하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과연 나머지를 살 금융회사가 있냐는 것. 추원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분이 극도로 쪼개질 경우 주주 유동성이 극심해 진다"며 "국민주 방식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노조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조금 앞서간 감이 있다"며 "그보다 먼저 시장 내 매각을 해서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금융위가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론스타의 유죄 판결로 매각시키는 게 어떻게든 한국을 빠져나가려는 론스타에는 오히려 축복이 됐다"며 "금융위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징벌 매각을 주저하고있지만 개정안은 마련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 기타 대안은?
외한은행을 인수할 제3자도 거론되고 있다. 메가뱅크를 꿈꾸는 산업은행이나 예전부터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여 온 호주뉴질랜드(ANZ)등이다.
하지만 이는 '설'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세의 불안 속에서 섣불리 절차가 까다로운 은행을 사려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론스타가 흘리는 내용이 아니겠느냐"며 "다른 은행은 쉽게 덤벼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 역시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덩치를 키워봤자 매각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에서 매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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