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더욱 어려워졌다. 쏘나타의 서브 모델이라는 인식이 높았던 기아차 중형 세단에 K5가 등장하면서 쏘나타를 바짝 긴장시켰다. 2인자로 군림했던 SM5도 일찌감치 K5의 기세에 꽁무니를 뺐다.
유독 중형차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한국GM이 뽑아든 회심의 카드는 쉐보레 말리부(Malibu)다. 1964년 데뷔한 이래 850만대 이상 판매되며 고급스럽고 안락한 중형 세단의 상징이다.
한국GM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11월부터다. 그만큼 한국 중형차 시장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부사장은 “중형차 세그먼트는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경쟁력 있는 차량으로 말리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호락호락 중형차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시승차 말리부와 시승장소인 해운대는 여러모로 닮았다. 말리부가 부와 명예를 가진 유명 인사들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잘 알려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지역명에서 유래했다면 해운대는 국내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신흥 부촌이다. 또 말리부는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다. 최근 한국GM은 이 해변을 광고의 배경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운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변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공통점을 염두에 두고 창원중앙역에서 부산경마공원을 거쳐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까지 75km 구간을 시승했다.
◆카마로와 닮았지만 가속력은 아쉬워
외관은 후면에 눈길이 간다. 쉐보레의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상당히 닮았다. 특히 듀얼 테일램프와 듀얼 크롬 계기판에서 카마로의 잔영이 짙게 남아있다.
중형차 가운데 전폭은 가장 넓다. 185.5cm다. 미세한 차이지만 다른 중형 세단에 비해 여유롭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내비게이션 뒤편의 시크릿큐브는 올란도의 그것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버튼식 시동키를 누르자 가벼운 떨림음과 함께 말리부가 잠에서 깬다. 첫 가속은 조용하면서 무난하다. 성질 급한 국내 운전자가 사용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100km/h 이상에서 가속력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3500rpm에서 변속이 이뤄지지 않아 소음이 커졌다.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을 시도하자 처음과 달리 변속이 무난하게 이뤄졌다.
이 같은 문제는 당일 행사에서 기자들이 공통으로 느낀 듯 했다. 고속 추월 시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급가속이 미진한 부분은 한국 도로 사정에 맞게 저속으로 튜닝한 결과”라며 “10~20년 무리 없이 탈 수 있도록 내구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 박자 늦은 출력으로 인해 다소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을 제외하면 시승은 비교적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탄력주행을 하거나 일반적인 습관을 가진 운전자라면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동급 최초 적용 편의사양 눈길
알페온에서 강조돼 온 소음 차단 능력 역시 말리부에 적용됐다. 좀처럼 실내로 소음 유입을 허락지 않는다. 타이어와 노면소음 뿐 아니라 풍절음도 단단히 차단했다. 변속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에 발생한 엔진 소음이 유일했을 뿐이다.
획기적인 흡음재와 차음재를 적용한 결과다. 소음 저감형 사이드미러 디자인과 차음 유리창, 흡음패드 등 전략적인 적용을 통해 실내 정숙성을 실현했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이다. 오로라 부사장은 “말리부에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소음부분”이라면서 “여기서 말하는 소음은 다시 말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센터페시아 하단부에는 동급 최초로 적용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눌러 작동시킨 후 차선이 벗어나면 운전자가 인식할 수 있게끔 경보음이 발생한다.
이밖에도 주행과 관련된 안전장치는 많다. 제동과 코너링에서 신속하고 정교하게 차체를 제어하는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급제동 시 바퀴가 감기지 않고 네 바퀴에 골고루 제동력을 분산시켜 제동거리 단축과 조향성을 높이는 EBD-ABS(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Antilock Braking System), 긴급 상황에서 브레이크 작동 시 운전자가 발생시킨 유압보다 더 많은 유압을 전달하는 BAS(Brake Assist System) 등이 장착돼 있다.
에어백도 6개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안전벨트에는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 차량 충돌 시 안전벨트를 역으로 되감아 탑승자의 몸을 고정시키는 듀얼 프리텐셔너로 안전성을 확보한 동시에 안전벨트가 과도하게 가슴 부위를 압박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락킹 텅(Locking Tongue) 기능을 함께 적용했다.
가격은 말리부 2.0 가솔린 모델의 경우 ▲LS모델 2185만원 ▲LT모델 2516만원 ▲ LTZ 모델 2821만원이다. 2.4 가솔린 모델은 ▲LTZ모델 3172만원이다. 모두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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