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그저 공공재를 이용하는 불편 정도로 넘길만했다. 사고는 출발 한 지 5분 만에 터졌다. 대여소를 나와 1킬로미터 거리 한강으로 진입하는 나들목 경사길. 동행한 영화 감독의 브레이크가 터져버린 것. 내리막길이라 자전거는 급하게 속도가 붙었고 몇 초 사이 지인의 자전거는 180도로 꺽어지는 코너 정면의 벽을 들이 박았다. 충격으로 그의 몸은 공중으로 튀어올랐고 3미터 높이에 설치된 커다란 반사경 하단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후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머리와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다. 자전거는 브레이크 와이어가 완전히 끊겨 있었다. 놀란 한편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힘들게 자전거 대여소로 다시 돌아와 송파구청 담당자에게 급히 와달라고 요청했다. 삼십 분 후 구청 직원 세 명이 왔으나 적절한 대응은 커녕 사과 한 마디조차 들을 수 없었다. 병원에 가서 '알아서' 치료 받고 '알아서' 국가배상청구를 해야 한다는 설명 뿐이었다. 자전거 관리 상태가 왜 그 지경인지, 그런 자전거들을 빌려준다고 홍보하면서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
그 날 우리가 둘러 보려했던 4대강 자전거길에서도 개통이후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감이 덜 된 도로 탓에 시민이 자갈밭으로 넘어져 앞니가 몽창 나가고, 인근 병원에는 자전거길 개통 이후 하루 1-2명 이상은 꼭 실려온다는 내용이었다. 다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녹색을 과시하지 못해 난리인 걸까? 그런 녹색 정책이 과연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지인은 결국 무릎 인대와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는 원래 이번 주부터 부산에서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한 달 이상 깁스에 보조기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송파구 박춘희 구청장께 묻고 싶다. 구청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 대여소를 방문해보셨나요? 공익근무요원이 신분증만 확인하고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인 자전거를 빌려주는 실태를 알고 계시나요? 무늬만 녹색인 전시행정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요?
박원순 신임 시장에게도 당부드리고 싶다. 녹색이란 이름으로 과대 허위 포장된 정책들을 하나 하나 재점검하시라고. 그리고 보다 내실있고 실질적인 녹색 서울의 마스터플랜부터 수립하시라고. 진짜 사람 잡기 전에 큰 사고 터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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