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명 ‘CR-Z’는 ‘Compact Renaissance Zero(컴팩트 르네상스 제로)’의 줄인 말이다. 기존 쿠페의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컴팩트카를 창조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혼다코리아의 설명이다. 2010년 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 된 CR-Z는 발매 1개월 만에 누적 계약 대수 1만대를 돌파했으며, ‘2010년 일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바 있다.
여전히 더위가 가시지 않은 11월 초,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1.5ℓ i-VTEC엔진과 하이브리드시스템인 IMA의 결합이 빚어낸 결과를 시험해봤다.
◆날렵한 디자인, 스포츠카 외관 물씬
첫 인상은 강렬하다. 2도어 스포츠 쿠페 스타일로 작지만 날렵한 모습이다. 전고가 낮고 쿠페 스타일의 후면 디자인이 스포츠카 DNA를 그대로 보여준다.
실내는 감성적인 부분이 곳곳에 숨어있다. 입체감이 강조된 속도계는 개기일식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묘한 매력이 있다. 모드 변경 시 색깔 변화에서도 섬세함이 느껴진다.
내부 인테리어는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콕핏 형태다. 각종 조작버튼이 스티어링 휠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내비게이션이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운전자 중심 설계다.
언뜻 보면 뒷좌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앉을 수 없는 공간이다. 대신 수납을 할 수 있도록 오목한 적재함이 한 쌍으로 만들어졌다. 폴딩 방식의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와 이어져 수납공간 활용도가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용 골프백 2개를 싣기는 여의치 않다. 대각선으로 적재해야 그나마 가능하다.
후방 시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가로지르는 프레임을 사이에 두고 루프에서 떨어지는 창과 후면 창이 분리돼 있어 백미러를 통해 뒤따라오는 차량을 확인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나마 후진 기어 시 작동하는 후방 카메라가 있어 주차의 불편함을 보완해 주었다.
◆모드 따라 180° 달라지는 변신의 제왕
운전의 묘미는 기대 이상이다. CR-Z의 강력한 무기인 3모드 드라이브 시스템은 운전자의 여건에 따라 경제운전을 하거나 속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모드 변경에 따른 체감은 확실히 느껴진다. 노멀모드에서의 출발은 다소 답답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감안하면 수긍할 만하다. 이콘(ECON)모드의 반응은 더욱 느린 편이다. 급가속이 되지 않도록 세팅된 듯 했다.
하지만 스포트모드로 설정하는 순간 CR-Z는 성난 사자로 돌변한다. 단순히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rpm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혀 다른 차가 된다. 페달을 밟는 즉시 엔진에 명령을 내리는 느낌이다.
순식간에 서너 대의 차량을 가볍게 제치고 140km/h까지 눈 깜짝할 사이 도달한다. 1500cc급 차량이라고 믿기지 않는 힘이다. 기존에 모드 변경을 할 수 있는 차량과 비교해도 발군이다.
코너링에서의 쏠림 현상도 크지 않다. 단단한 느낌이 몸을 지탱해준다. 고속도로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반면 요철이 많은 도심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아쉽게 느껴진다. 노면의 굴곡이 그대로 몸에 전달된다. 운전자의 좌우 움직임은 잘 잡은 반면 상하 충격은 인색하게 느껴졌다.
◆연비+속도, 두 마리 토끼 잡았다
하이브리드답게 CR-Z의 연비는 놀라웠다. 이콘모드 시 웬만한 경차 이상의 연비를 뽐냈다. 고속도로에서 약 50km를 이콘모드로만 주행했을 때 연비는 20.8km/ℓ로 공인연비인 20.6km/ℓ를 능가했다. 탄력주행과 100km/h 이하의 속도를 유지한 결과다.
시내주행에서는 약간 떨어진다. 경인고속도로와 도심 30km를 출근길에 달렸더니 15.6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장시간 교통 정체를 겪은 상황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노멀모드도 같은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했더니 고속도로 16.3km/ℓ, 시내주행 12.2km/ℓ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스포츠모드에서 급가속과 급정거를 마음대로 했을 때 연비는 고속도로 11.5km/ℓ, 시내주행 8.1km/ℓ가 나왔다.
모드 전환과 운전 스타일에 따라 최고 연비와 최저 연비의 차이가 ℓ당 14km 이상이다. 모드 변환 시스템을 장착한 기존의 차량에 비해 변환 성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만큼 연비 차이도 큰 셈이다.
때문에 평상시 연비 운전을 즐기면서 상황에 따라 가속 운전을 하고 싶은 운전자라면 CR-Z만큼 알맞은 차량이 없을 듯 하다. 기본형은 3380만원, 내비게이션 및 후방카메라 장착형은 34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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