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위기가 닥치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주 투자가 그렇다.

올해 글로벌 조선업체의 수주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해보다 수주량이 줄어든 업체가 많았고 울며 겨자먹기식 무리한 저가 수주에 나서는 업체도 있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매각에 나서는 업체도 나왔다.


선박 발주 주도 지역인 유럽이 재정위기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도 조선주 투자심리를 빠르게 위축시켰다. 조선주 주가는 그리스, 이탈리아 관련 소식이 언론을 탈 때마다 여지없이 미끄러졌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주 주가는 지난 7월 이후 40% 안팎 하락한 상태다. 
 

 
◇구조조정 물살, 국내 3사에는 호재

투자의 실마리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선박 수주 잔량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배경에는 해운운임 하락이 있다. 선박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빠른 시간에 회수할 수 있는 운임이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 운임 수입으로는 선박 운영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호황기에 주문이 들어간 투기성 선박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선박 공급량은 과잉 수준에 도달했다. '선박수급 악화 → 운임하락 → 해운업체 수익성 저하 → 발주량 급감'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상선 발주량 감소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내년 수주 목표 하향에 들어갔다. 결국 업계 전반이 '살빼기'에 들어가면서 누가 살아남느냐의 생존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주목할 것은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해양에너지 개발붐에 힘입어 내년 이후 수주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천연액화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송선 및 생산·개발 설비 발주에서 국내 업체 수혜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발주된 LNG수송선 49척 중에서도 8척을 제외한 41척을 모두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했다. 세계 최초로 발주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신조선 물량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LNG-FPSO) 수주도 국내 업체가 챙겼다.
 
◇LNG시장 확대도 훈풍

LNG 및 해상오일개발 수요는 상선 수요와 달리 수주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는 영역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LNG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LNG 거래량 증가율은 지난해(21.2%)에 이어 올해(11.0%)에도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사할린II(960만톤/년), 인도네시아 탕구(760만톤/년), 카타르 Qatargas 2-4(3120만톤/년)와 RasGas III(1560만톤/년), 예멘 YLNG(690만톤/년) 등 대형 LNG 프로젝트들이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국이 상품통제목록(CCL)에 등록된 천연가스의 수출을 일부 허용하면서 대형 공급선이 하나 늘었다. 지난 10월 말 영국 석유회사인 BG가 미국 사빈패스리퀴팩션과 연간 350만톤의 LNG를 20년 동안 공급받는 계약을 맺으면서 첫 거래가 성사됐고 다른 오일메이저와도 판매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수출허용치인 연간 1600만톤을 모두 채운다면 카타르의 RasGas III가 생산을 시작한 것과 같은 수준의 효과가 기대된다. 2010년 말 기준 연간 거래량의 7.3% 규모다.

기존에 육상에만 설치되던 LNG 관련 설비가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은 해양설비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관련 수요를 늘리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LNG수송선 수요는 100척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LNG FPSO, LNG FSRU 등 LNG 관련 설비 수요를 감안하면 국내 대형 3사의 연간 수주량은 30억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업체는 수주기근으로 비자발적 통폐합의 희생양이 되겠지만 국내 대형 3사는 오히려 해양설비건조 증설을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며 "이게 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주 경쟁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선주 주가가 차별화 없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형 3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저평가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현대重, 조선 업황 불안해도 투자가치 커

다만 조선주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떨치기 쉽지 않다면 현대중공업을 꼼꼼히 살펴볼 만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뿐만 아니라 그린에너지, 건설장비, 정유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조선 업황에 따른 수익감소 타격이 대형 3사 가운데 가장 적다.
염동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비조선 사업 부문 실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내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조선 부문보다 빠르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따른 상장차익도 현대중공업의 매력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로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구주를 10~15% 매각하고 신주를 10~15%를 발행해 상장 후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대 30% 수준에서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되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영업이익을 10%가량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세차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