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취향의 카드를 만들겠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트위터에 올린 한마디에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했다. 신용카드업계는 골똘히 머리를 굴리며 '도대체 어떤 카드가 나오는 거야'하며 분석하기에 바빴다.


최근 현대카드가 출시한 '제로'가 바로 정 사장이 트위터에 선전포고 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카드다.


 
현대카드 제로는 서비스를 단순화시켰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여타 카드와 달리 특종 업종이 아닌 모든 가맹점에서 건당 0.7%를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생활필수업종(일반음식점, 커피전문점, 대형할인점, 편의점, 버스·지하철·택시 이용 시)에서는 추가로 0.5%를 할인받을 수 있다. '사용 설명서가 필요없다'는 광고 카피처럼 어디에 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할인을 받기 위한 조건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는 제로의 뜻처럼 전월 실적에 따른 구분도 없고, 할인 횟수도 제한 없이 최대 1.2%를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다. 연회비도 5000원으로 낮아 1년에 60만~70만원 이상 사용하면 연회비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 14일부터 카드신청 접수를 시작해 아직 정확한 집계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상품에 대한 문의와 상담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파격적인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제로에도 약점이 있다. 할인 폭이 최대 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정 할인카드에 비해 할인율이 적다. 특종 업종만 주로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제로보다는 혜택 집중형 카드가 낫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로 영화 특화카드의 경우 영화관에서는 영화티켓을 평일 가격 기준으로 2000원 정도 할인해준다. 하지만 제로를 이용하면 할인금액은 56원에 불과하다. 또 주유카드로 40만원어치 주유할 경우 리터당 40원씩 할인받으면 총 808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제로를 이용할 경우는 아낄 수 있는 금액이 2800원 정도다. 특화카드와 비교하면 할인률이 생색내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가 매력적인 것은 역시 '모든 가맹점'에서 한도와 횟수에 제한 없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주유카드는 쇼핑을 할 경우에는 할인혜택이 없지만, 제로는 주유는 물론 쇼핑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일정한 소비패턴 없이 외식, 쇼핑, 주유, 교통 등을 모두 아우르며 소비패턴이 일정치 않은 고객은 제로가 이익을 줄 수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할인을 받는 게 낫기 때문이다.
 
최근에 신용카드 업계에서 전월 실적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는 실적에 관계없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카드 제로는 메인카드가 아닌 세컨드카드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특정 업종에서는 특화된 카드를 사용하고, 여타 업종에서는 제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제로카드는 신용카드 할인 혜택의 장벽을 없앴다는 틈새시장을 노린 것"라며 "제로를 사용하면 다른 카드처럼 전월 실적이 부족해서 할인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카드의 전 가맹점 할인이 가능한 것은 카드사의 이익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며 "실속형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현대카드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