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오너’로의 본격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채권단의 배려로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 지 근 1년 만의 상황이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형제의 난’으로 퇴진한 지 15개월 만에 현장에 복귀했던 박 회장이었지만 그동안 그룹의 ‘실질 오너’는 아니었다. 그룹을 위기로 빠뜨린 책임으로 대주주 감자를 단행해 금호석유화학 지분 5.3%, 금호산업 지분 약 0.1%를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 지분이 거의 없어 그룹내 영향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박 회장을 둘러싸고 최근 채권단 사이에서는 ‘오너회장 복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계열사인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금호산업 최대주주에 복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이다.
◆‘박삼구 일가’, 금호석화 지분매각 ‘초읽기’
박 회장이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그룹,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임원 110명을 대상으로 1대 1 면담을 진행한 것을 두고도 오너복귀의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룹 총수가 그룹 전 임원을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가 유상증자를 통해 채권단의 관리 속에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다시 찾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운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일단 박 회장의 ‘실질 오너’ 복귀에 대한 방식은 자신이 보유중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한 후,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시된다. 금호산업의 지분을 차지하면 자연스럽게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호산업은 지난 6월 기준 아시아나항공(32.62%), 금호타이어(1.18%), 속리산고속(100%), 금호리조트(50%), 서울고속터미널(38.74%)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과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5.15%)가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총 10.45%)을 정리, 금호산업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난해 초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만 해도 2만원대에 불과했던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최근 2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최대 40%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으로는 12월 중으로 박 회장이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134만여주(5.30%)를 매각하고 매각 자금을 금호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가 대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매각과 관련, “채권단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 뭐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단 (지분매각에 대한) 가닥은 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계열분리 시작…형제간 화해무드?
박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금호산업에 대한 지배율을 높여 자신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실상부한 오너로 복귀한다는 점도 있지만, 금호석유화학을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완전히 넘겨주게 돼 금호석유화학그룹과의 계열분리가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9년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다툼으로 그룹이 사실상 쪼개졌고 경영악화까지 겹치면서 이들은 동반 사퇴했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해 각각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으로 복귀했고 이후 한 사옥에 함께 근무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해왔다.
현행법상 특수관계자가 3%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계열분리가 안되지만 박삼구 회장이 그 이하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를 막을 장치는 없어진다.
◆복귀 후엔 구조조정?
그렇다면 박삼구 회장의 ‘오너 복귀’ 후에 전개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첫 번째 징후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재계 관계자들은 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들의 정상화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박 회장이 임원들과의 면담을 진행한 것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기업 혁신 방향에 대해 논하면서 일부 임원들에게는 혹독한 평가를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계열사 중에서는 금호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설’에 힘이 실린다. 실제 금호산업은 채권단 관리가 시작된 작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지만 건설 경기 부진으로 정상화됐다고 보기엔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율을 높이면 그룹 장악력이 높아져 강력한 구조조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룹오너는 ‘복귀’, KPGA 회장은 ‘퇴임’
‘오너 회장’으로의 복귀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공교롭게 박삼구 회장은 8년 동안 몸담아온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회장 자리’는 내놓는다. 지난 2004년 KPGA 12대 회장으로 취임해 12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임기 동안 KPGA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고 투어를 분리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O)를 설립하는 등 선진국형 운영 체계를 확립했다. 재임기간 투어 경기 수를 8개에서 20개로,투어 총상금은 4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협회 총자산은 67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리는 등 투어 발전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임기 마지막인 최근에도 그는 6년간의 준비작업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국 최초로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미국-세계연합 남자프로골프단체전)를 유치하는데 일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홀인원을 두 차례나 하고 60세 이후에도 1언더파를 칠 정도로 수준급의 골프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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